편집숍 열풍 집중 탐구-②브랜드와 편집숍 사이
편집숍은 리테일 즉, 유통 비즈니스다. 수익 구조 차원에서의 PB(자체 기획 상품)가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 상품은 외부 제조 업체로부터 매입한다. 편집숍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런칭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편집숍이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데는 기존 브랜드 비즈니스의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브랜드 구조에 갇힌 편집숍
‘에이랜드’나 ‘원더플레이스’ 등이 연간 400억~500억원의 외형을 내다보는 규모로 성장하는 사이 패션 업체가 런칭한 편집숍은 시험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를 혹독히 치르고 있다. 초기 편집매장 구현은 성공적이었지만, 이후 운영에 있어서 시스템 기반을 구축하지 못하면서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편집숍과 SPA를 종종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품 조달 방식과 판매 기법, 접객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실은 대척점에 있다고 봐야 한다. 편집숍은 다양한 곳에서 마련한 상품들의 조합을 통해 브랜드 매장보다도 더 진보된 스타일링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런칭 초기 화제를 모았던 일부 패션 업체의 편집숍이 동대문의 단품 판매로 변질되는 이유도 이러한 운영 노하우의 부족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부분은 기존 백화점 매장과 별반 다를 게 없다거나, 거리 보세 매장 같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기에 편집숍이 다양한 소싱을 할 만한 국내의 홀세일 환경이 아직 취약하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상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들어 인디 브랜드나 홀세일 브랜드들의 자생 환경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실상 대부분이 동대문에 기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품질이나 안정된 공급 능력을 갖춘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결국 편집숍을 운영하는 인력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셀렉팅 해 내는 능력에 그 성패가 좌우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갑의 출현
국내에서만 있을 법한 편집숍의 위탁 매장 운영은 장기적으로 건전한 환경 조성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 성공한 편집숍들이 인디 브랜드 등 일부를 입점시켜 매출 대비 판매 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취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 계속해서 입퇴점을 반복하는 부작용이 이미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입점 브랜드 관계자는 “해외 편집숍은 판매와 재고까지 책임지기 때문에 브랜드는 상품 기획에만 집중할 수 있다. 때문에 브랜드 인큐베이팅이 가능해지고, 그렇게 성장하는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편집숍 등 유통도 더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백화점이 운영하는 편집숍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편집숍을 이른바 스파이시(양념) MD로 받아들이고 있는 백화점 측이 일반 브랜드 매장과 똑같은 수수료 방식으로 이를 운영하면서 유통이 유통을 입점시키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손해를 감수하고 SPA를 받아들이듯이 기존 브랜드에 대한 매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MD의 새로움과 재미를 주기 위한 수단으로 편집숍을 유치하려는 차원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 때문에 투자를 통한 개발이나 독자적 운영 방식을 수용하기 위한 변화는 전혀 취해지지 않고 있다. 해외 편집숍을 들여오는 경우에 있어서도 중간에 사업자를 두고 수수료 방식으로 운영한다. 유통이 직매입을 통해 판매와 재고까지 책임지는 차원으로 발전하기는커녕 MD의 신선도 차원에서 이들을 단순히 선점하려고만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어패럴뉴스 2012년 03월 15일 http://www.ap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