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윈도 박차고 나선 패션, 이제는 영상으로 말한다
지난달 5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아나운서의 클로징멘트도 없이 파격적인 3분30초짜리 광고가 전파를 타 화제가 됐었다. 방송사 노조가 총파업을 돌입한 직후 방송사고가 속출하던 상황이었을 뿐 아니라 판타지 블록버스터 영화를 압도하는 화려한 영상미에 더해 방송광고 사례가 없던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였기에 더욱 관심을 증폭시켰다.
언론과 인터넷 게시판은 방송사고와 관련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다음날 까르띠에 홍보팀 한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15~30초 광고에 익숙해 있어 방송사고처럼 비춰진 것 같다”며 “일부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오해하기도 하는데 단지 일본, 홍콩, 프랑스 등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집행한 광고였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일부 관계자는 “이번 패션필름을 둘러싼 해프닝으로 광고효과는 톡톡히 봤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패션, 영화의 소품?눈요깃거리 넘어 주인공으로
데이비드 린치, 제임스 캐머런 미첼, 소피아 코폴라, 가이 리치, 루카 구아다니노. 이 세계적인 명감독들이 ‘패션 필름(Fashion Film)’이라 불리는 광고를 만들었다는 게 믿기는가? 하지만 사실이다. 데이비드 린치와 제임스 캐머런 미첼은 디올의 ‘LADY’시리즈, 소피아 코폴라는 ‘마이 디올 셰리’, 가이 리치는 ‘디올 옴므’, 루카 구아다니노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원 플러스 원(One Plus One)’을 각각 제작했다.
패션 필름은 이전 패션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의상과 소품이 단지 조연이나 눈요깃거리에 불과했던 것과 달리 패션 자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브랜드가 제작자가 되고 감독들은 살아 움직이는 패션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단지 영화와 차이가 있다면 러닝타임이 10분 내외의 짧다는 점. 그래서 영화가 아닌 필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원래 명품 브랜드는 광고를 하지 않았다. 희소성과 신비주의를 해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던 중 1970년대 조르지오 아르마니, 랄프 로렌, 캘빈 클라인 등이 모델을 예술작품처럼 촬영해 광고지와 예술 잡지에 실어 광고를 대신했다. 이러한 예술적인 화보의 동영상 버전이 바로 패션 필름인 셈이다.
2012년 5월2일 국제섬유신문 http://www.itn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