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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패션의 거리 가로수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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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 15일 오후 신사동 가로수길을 두 차례 들렀다. 이틀 모두 낮 기온이 29도 이상 오르는 더운 날씨에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가로수길은 끊임없이 몰려드는 인파들로 붐볐다.
과거 패션 디자이너의 소호몰과 갤러리, 이국적인 인테리어의 카페가 즐비해 문화와 패션의 거리로 각광받던 가로수길은 어느새 대기업의 자본이 흘러들어오며 대형 매장과 빅 브랜드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인테리어의 매장들이 눈에 띄게 늘었으며, 공사 중인 패션 브랜드 매장이 많았다.
◇압구정 로데오와 비슷한 전철 밟아
가로수길의 부상과 압구정동의 침체는 살아 움직이는 상권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90년대 초반 압구정동은 소위 유학파 디자이너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유행의 본거지로 유명세를 떨쳤다. 여기에 F&B(식음료) 매장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현재의 상권을 형성하게 됐다.
그러나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디자이너들이 떠나기 시작했고, 이 자리를 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대형 브랜드 매장과 병원이 입점 경쟁을 하면서 임대료가 치솟기 시작한 것도 디자이너들이 떠나는 데 일조했다.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를 떠난 디자이너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 신사동 가로수길이다. 압구정동과 자동차로 5~10분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기존 고객층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롭게 둥지를 틀 수 있는 입지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미공인중개사무소 박수원 대표는 “2000년대 초반 가로수길에 디자이너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고, 2007년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서면서 가로수길은 압구정동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쇼핑과 커피 문화가 접목되면서 젊은 여성들의 몰렸고, 그 뒤를 이어 남성과 외국인이 즐겨 찾으면서 몰리면서 갑자기 붐이 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가로수길은 과거 압구정 로데오거리와 흡사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뜨면서 나타난 현상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수원씨는 “가로수길 대로변 1층의 임대료가 월 3천~4천만원 수준이다. 보증금은 2억~3억원에 달한다. 건물주들도 최근 부동산 컨설팅 전문회사를 통해 기업 간 임대차 계약을 선호하고 있다. 임대료가 너무 높아져 임차인이 망하고 탈바꿈이 거세지면 상권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신사동 가로수길의 평당 임대료는 30만991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대비 32% 오른 가격이다. 기준은 가로수길은 초입에서 과거 미래희망산부인과 건물까지의 길이다. 이는 명동과 강남의 임대료 상승률 보다 8~10% 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이다.
◇소호몰 대신 대기업 브랜드 늘어
따라서 최근 가로수길에는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과 글로벌 브랜드들의 진출이 늘고 있다. 제일모직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몇 달 전 가로수길 초입에 매장을 오픈했고 글로벌 패션 시계 브랜드인 ‘파슬’도 첫 매장을 이곳에 열었다. 또 청바지 브랜드로 유명한 ‘디젤’과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자사브랜드의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현재 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전체 60여 의류 매장 중 SPA와 대기업 브랜드들이 ‘자라’, ‘포에버21’, ‘에잇세컨즈’, ‘라코스테’, ‘스파이시칼라’ 등 10여개에 달했다.
유명 브랜드들의 대형 매장이 경쟁적으로 진출하면서 고유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아기자기한 옷가게와 먹을거리로 사랑받던 가수길 풍경은 이제 글로벌 SPA와 대기업 브랜드들의 차지가 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김지은씨는 “가로수길을 오는 이유 중 하나가 작은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즐기며 걷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일반적인 상업거리와 다를 바가 없어 실망감이 크다”고 아쉬워했다. 또 여성복 ‘103’ 판매사원 최서희씨는 “가로수길 상권이 인기를 끌면서 비싼 집세를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과 대형 브랜드만 생존이 가능하게 됐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턱없이 올리니 갤러리와 개인 매장들은 문을 닫거나 점점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문화와 패션의 거리였던 가로수길이 이제는 그냥 쇼핑 거리로 퇴색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반면 편집숍 ‘에이랜드’에서 쇼핑 중이던 오아름씨는 “가로수길이 유명세를 타고 난 뒤 찾아온 모습이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소호몰 쇼핑을 평소 즐기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4월 말 오픈한 ‘라코스테’ 매장의 박세민 매니저는 “가로수길이 예전에 가지고 있던 참신한 이미지가 많이 퇴색했다고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다양한 부류의 인파가 몰리고 있고, 문화와 패션의 거리라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로수길에는 여전히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상권이 더 커지지는 않겠지만 소호몰 대신 대형 브랜드의 진입이 더욱 늘어날 것은 확실시되고 있다. 편집숍 ‘씨에클’을 전개하고 있는 에이션패션 이경화 이사는 “인파가 몰리는 곳은 언제나 자본이 들어오게 되어 있다. 그것이 시장 원리라고 생각한다. 가로수길의 이미지와 과거부터 이어온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소호몰이든 대기업 브랜드든 상권과 어울리고 동화될 수 있는 형태로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2년 6월 28일 어패럴뉴스 http://www.ap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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