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바이어는 재고 전담반?!

2012-08-02 00:00 조회수 아이콘 1220

바로가기

 

백화점 바이어는 재고 전담반?!

 

올 들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에 관한 기사 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내용은 백화점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다. 백화점을 비롯한 주요 대형마트는 지난 겨울부터 계속된 불황으로 매출이 하락하자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선택해 원피스, 구두·핸드백, 아웃도어 등 기존 세일보다 할인폭을 대폭 낮춘 재고 마케팅으로 자구책을 마련했다.

백화점이 자존심을 버리자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이 진행한 ‘원피스 브랜드 100대전’의 경우 당초 예상 매출보다 2배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신세계백화점은 1~5월 이월제품 할인행사 상품의 매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해 평균을 2%포인트 정도 웃돌았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경기 불황으로 재고가 쌓여있는 업체들의 고충을 덜어주면서 소비자들의 닫혀진 지갑을 다시 열게하는 1석2조의 효과를 만끽한 것.

그러나 이러한 재고 마케팅이 이제는 유통업체와 관련 브랜드 모두의 심각한 고민으로 역전되고 있다. 최근 한 여성복 업체에 취재차 방문했을 때 백화점 바이어들이 직접 나와 각 브랜드의 부서장들과 미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규 브랜드도 아닌 기존 브랜드의 부서장들이 다 모여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물어보니 각 브랜드의 재고 상황을 검토해 백화점 행사를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한다.

올 초까지만 해도 의류 브랜드들은 지난 겨울부터 매출이 떨어지면서 미처 이에 대비하지 못해 생산해 놓은 제품이 고스란히 재고로 전락할 위기에 다다르자 재고소진과 현금 유동성 확보를 노려 백화점 행사에 적극 동참했다. 그러나 올 춘하시즌에는 생산량을 대폭 줄여 더 이상 행사를 할 물량이 줄어들자 이제는 백화점 행사를 기피하기에 이른 것.

또 재고 물량이 없는 것도 그렇지만 최근에는 50% 할인폭도 약해 70~80%로 할인폭이 커지면서 소위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에 지쳤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와 가격에 대한 신뢰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백화점에서는 할인도 모자라 상품권이나 사은품 증정을 덤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백화점 입장에서 보면 브랜드들이 필요할 때는 세일 기간을 연장해달라며 매달리다 이제는 백화점 행사를 마치 브랜드를 말아먹는(?) 주범으로 취급하며 태도를 바꾸니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직접 업체를 돌아다니며 재고를 파악하는 상황까지 와 버린 것이다. 여기에 올 여름은 38일간이라는 최장세일에 돌입하면서 바이어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행사를 늘려 당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법은 유통업계나 브랜드 모두 제살을 깎아 먹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세일 불감증’에 빠져버린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세일을 지양하고 서비스로 경쟁해야 될 시점이다.

 

2012년 7월호 32페이지 패션채널 www.fashionchann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