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기업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국내 패션 업체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연승어패럴과 아비스타에 이어 아동복 업체 서열 1위인 서양네트웍스의 매각은 가뜩이나 침체되어 있는 국내 패션 업계가 ‘차이나 머니’에 잠식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기업에 의한 전문기업 인수가 한동안 잇따르면서 한 차례 홍역을 거친 업계는 이번에는 왜 중국 기업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내수 소비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한 중국은 한국의 인력과 디자인력을 차용하는데 급급해 왔다. 중국 현지 기업에 기용된 국내 경력자들이 현재 상당수에 이르고, 한동안 중국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과의 합작이나 수입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브랜드 사용권이나 영업권을 중국 기업에 빼앗기거나, 디자인 카피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시행착오 끝에 중국에 직접 진출한 국내 기업 중 제대로 자리를 잡은 곳도 드물다. 이랜드그룹을 제외하고는 대기업들마저도 수년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랜드차이나의 마케팅을 총괄하다 최근 외식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만수 이사는 “중국 기업들은 훨씬 빠르게 한국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한국 기업들은 소유권을 포기하더라도 수익과 성장성을 택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국은 내수가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해외 진출이 필수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에 브랜드나 경영권을 매각하려는 사업주들도 많지만, 내수 자체의 성장성이 저하되면서 인수에 나서는 기업이 크게 줄어든 것도 중국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소유권은 넘겼지만, 경영자로서의 지위와 기존 조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중국에 매각하는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인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내 업체로서는 재무적 투자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중국 유통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비스타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한국 내수에서 거둘 이익을 노린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전개할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전략적 제휴라는 취지에서 서로의 영역 유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한국 패션 기업 인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시각도 많다. 중국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쇼핑몰과 백화점 등 유통 채널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자국에 전개 중인 브랜드로는 이를 다 채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김만수 이사는 “한국 패션 상품이 중국에서 특히 잘 통한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는 100개 이상의 쇼핑몰이나 백화점을 거느린 대형 패션 유통 업체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미 소비 시장이 커진 상해와 북경 등 대도시 이외 외곽 도시들을 육성하는 중국 정부의 계획 경제 정책에 따라 향후 유통 채널은 더 급속도로 커질 것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그에 필요한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한국의 패션 기업이나 브랜드를 인수하고자 하는 중국 기업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현지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패션 사업을 대규모로 전개하는 기업들이 유통 확산을 발판으로 삼기 위해 해외 브랜드를 사들이는가 하면 유통 업체 자체가 다수 점포망을 배경으로 PB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이 최근 해외 브랜드를 인수하는 동시에 중국 대형 유통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나선 것도 그러한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3년 1월 22일 어패럴뉴스 www.ap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