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 신진 디자이너 찬밥신세 여전
“런칭하고 3년 넘게 크고 작은 페어에 참가하면서 조금씩 배워가고는 있는데... 나름 사업적인 접근을 해 보겠다고 했지만 ‘인디브랜드’ 수준을 넘어설 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신인 디자이너는 여성복 시장에는 ‘의지와 능력으로 넘어설 수 없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꽤 화제가 됐던 디자이너 콘테스트에서 입상한 것을 계기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동대문 창작 스튜디오에 입주해 비교적 빠르게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페어에 내놓을 샘플 제작비를 걱정하고, 변변한 고정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해 경제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신진 디자이너, 특히 여성복을 전공으로 한 디자이너들은 업계의 폐쇄성을 가장 힘든 점으로 꼽는다. 디자이너 수요가 가장 큰 시장임에도 업계는 제일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우선 남성복과 잡화 시장에 비해 규모가 더 큰 여성복 업계에서 신진 디자이너와의 조인이 매우 드물다.
최근 주목할 만한 사례는 코오롱FnC가 지난해 김재현 디자이너의 ‘쟈뎅 드 슈에뜨’를 인수해 세컨 브랜드 ‘럭키 슈에뜨’의 볼륨화 전략을 세운 정도다. 단기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시즌별로 수많은 브랜드가 협업을 진행하지만 국내 신진 디자이너와의 제휴는 찾아보기 어렵다. 디렉터 중심의 브랜드 운영이 일반화되다 보니 ‘내 식구’가 아닌 외부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직 구조 때문이다.
코오롱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한 디자이너는 “기업 제휴는 수익이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미래를 위해 큰 경험이다. 남성복, 캐주얼, 핸드백 브랜드들에서는 유명 디렉터가 있더라도 스페셜 라인 등 협업 사례를 다수 봤지만 여성복 브랜드들은 배타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의 경우 브랜드보다는 ‘쟈니헤잇재즈’를 전개해 온 최지형 디자이너와 ‘더쟈니러브’를 런칭한 CJ오쇼핑, 신진 디자이너전문관을 연 하프클럽닷컴과 위즈위드 등 몇몇 온라인 유통이 신진 디자이너에게 상품화 기회를 줬다.
그나마도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으면 불가능하고 대중적 인지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도 어지간해선 잡기 힘들다. 신진 디자이너 사이에서도 소위 ‘몸값’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이다. 지난 연말 한 공모전에서 입상한 신인 디자이너는 “국내에서는 독립 브랜드를 운영해 인정받기 어렵다고 본다. 지금 주목 받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 대다수가 해외에서 공부를 했거나 경력을 쌓아 국내로 역진출한 경우이고, 그런 인맥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협회, 단체 등의 지원은 자금과 전문성 부족이 항상 지적되어 왔고, 디자이너들이 자체적인 노력도 기울이고 있지만 결국 백화점의 결정이 결과물을 좌우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는 올 봄 MD 개편을 통해 소속 신진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를 모은 편집숍을 신세계백화점에 정식 오픈키로 했다. 이를 위해 연합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총 여섯 차례의 팝업 스토어와 바자회를 열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유통의 한계가 신진 디자이너들이 클 수 없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유통 시장이 유연해 져야 디자이너들이 국내에서 자생력을 키울 수 있고,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무엇보다 업계와 디자이너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할 수 있어야 되고, 그럴 기회부터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1월 31일 어패럴뉴스 www.ap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