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사들이 입점 업체에 매기는 높은 수수료율과 비용 떠넘기기 문제가 여전한 논란거리다. 지난해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동반성장위원회가 나서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하는 등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에 나섰지만 패션 업계가 느끼는 공정거래 체감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공정위의 개입으로 주요 백화점에서 1차로 연간 매출액 5억 미만 입점사, 2차로 20억 미만 입점사들에 대한 소폭의 수수료 인하가 이뤄졌음에도 그나마 패션브랜드 중에는 효과를 보았다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대형마트·아울렛 수수료 들썩
지난해 경기침체로 유통사와 패션 업계 모두 힘든 상태가 되자 표면적으로는 백화점 수수료가 동결돼 표적을 빗겨가는 듯 하더니 이번에는 대형마트와 아울렛 수수료가 들썩인다. 올해도 대형마트와 아울렛의 입점 수수료는 유아동복을 제외하고 결국 인상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2~4월 재계약을 앞둔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마트는 복종별로 차등이 있지만 대부분 1% 내외 인상, 세이브존 등 아울렛은 이보다 높은 1~4% 인상안을 내놨다. 세이브존은 3월 1일자로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캐주얼은 2~4%, 골프웨어는 2%, 유아동은 1% 일괄 인상을 협력사들에게 통보했고, 롯데마트는 캐주얼 브랜드에 한해 4월 1일부터 수수료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홈플러스와 이마트 역시 계약만료 브랜드를 대상으로 0.5~1% 내외 인상을 협의 중이다.
대형마트들은 휴일영업 금지와 일일 영업시간 제한, 출점 제한 등 규제 강화에 따른 영업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대형마트들은 수수료 외에도 매출부진을 겪을 때 수익감소 위험을 줄여주는 ‘판매장려금’이라는 것을 받으며 이중으로 마진을 취하는 구조다. 규제강화로 총 외형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도 패션부문 입점사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판매장려금은 공정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한 여성복 업체 대표는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빅3 유통사들은 더 이상의 성장이 힘든 백화점을 건드리는 것 보다 점포수가 훨씬 많고 만만한 중소 브랜드들을 상대하는 대형마트가 쥐어짜기 수월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百, 비용 떠넘기기 등 무리한 요구
유통사들의 모든 불공정 거래 관행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백화점은 공정위와 언론의 타겟이 되면서 수수료 문제에 몸을 사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 롯데가 GS리테일 인수점포에 한해 수수료 일부 인상한 것을 제외하면 수수료 인상을 먼저 들고 나오지는 못했다.
반면 각종 비용 떠넘기기와 입점사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무리한 정책 강요 행태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유력 백화점이 해외 유명 브랜드가 사용하고 있는 고가의 마네킹을 국내 여성복 브랜드들도 구입해 사용할 것을 종용해 뒷말이 무성하다. 한 여성복 브랜드 관계자는 “백화점이 제시한 매뉴얼을 보았는데 유통사가 주도해 점포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일이지 개별 브랜드에서 마네킹 한두 개 바꿔 될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각 브랜드 매장 인테리어까지 참견하고 있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것이다. 정상매출분의 수수료가 잠잠한 대신 본격적인 점포 확장에 들어간 아울렛과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온라인 사업을 통해서도 행사 마진을 점차적으로 높여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 유통 분야 공정화 추진
이런 가운데 공정위는 지난 1월 말 이제까지 추진 업무들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중소기업 의견을 좀 더 반영한 ‘유통 분야 공정화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제도적 인프라도 미비해 업계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대규모유통업법 상 ‘대형마트 판매장려금의 합리적인 허용범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제정하는 등 위법 여부 판단기준이 모호했던 항목을 정비키로 한 점이 눈에 띈다. 인테리어비 등 각종 추가부담에 관한 유통사와 입점사 간 분담 기준과 함께 판촉사원 파견에 관해서도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제한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백화점에 대해서는 현재 75%에 달하는 특약매입거래 비중의 축소를 유도하기로 했다. 국내 백화점들이 임대인과 같은 형태로 입점사를 모집하고, 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수익구조에 의존하는 바가 커 입점사들이 불공정거래에 노출되어 있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 이행지표’에 직매입 비중과 판매수수료 인하 여부 항목을 기본항목으로 포함시키고 배점도 높여 직매입을 확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중소납품업체 옴부즈만 제도’ 도입, 정기 서면실태 조사 대상업체 수 대폭 확대와 정비, 검찰고발 등 실효적인 법적 제재도 추진키로 했다.
2013년 3월 4일 어패럴뉴스 www.ap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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