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전성시대, 넥스트 방향은?
“SPA브랜드, 정답은 아니지만 몇년간 계속될 대세이기는 하죠.”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SPA 브랜드들이 성숙기에 도달하면서 새로운 넥스트 버전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매력적인 시장임은 분명하나 살아남기 위해 가장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마켓이기 때문이다.
자사만의 특별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브랜드는 그 오리진이 해외든 국내든 성공하기 어려울 뿐더러 SPA 브랜드 간 경쟁이 갈수록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국내외 대표 SPA브랜드들이 업그레이드 혹은 아예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데 머리를 두고 있다.
스피디한 제품기획과 생산 유통 일괄화를 통해 저가를 무기로 내세웠던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최근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품질 혹은 디자인 부문 보강에 나섰다. 패스트 패션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H&M」은 2011년 첫 선을 보인 오가닉 코튼 등 지속가능한 소재로만 구성된 컨셔스(Conscious) 컬렉션 비중을 계속 늘려가고 있으며 2020년까지 100% 전 상품을 오가닉 코튼, 재생 폴리에스터, 재생 폴리아미드, 텐셀 등 지속 가능한 소재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히트텍, 에어리즘, DRY, UV-CUT등 자사 개발의 기능성 소재가 특화된 「유니클로」는 지속적인 소재 개발은 물론 패션성 강화에도 주력한다. 특히 국내 영캐릭터 브랜드 「오즈세컨」과 협업한 사례는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협업을 총괄한 「유니클로」 상품 기획팀의 카츠타 유키히로씨는 “높은 재능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한국 패션은 현재 전 세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며 “‘From Asia to World’의 의미를 담아 현재 매우 건실하고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는 아시아의 브랜드를 찾고 있던 중, 그에 부합하는 「오즈세컨」과의 협업을 결정하게 됐다. 이번 콜래보레이션은 한국 브랜드인 「오즈세컨」을 일본 미국 프랑스 등 전 세계에 소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SPA 브랜드들도 또 다른 돌파구를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해외 시장 공략이 주를 잇는다. 글로벌 SPA 브랜드의 각축장이 된 국내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미쏘」는 국내를 넘어 해외 무대로 시장 파이를 확대하는 쪽에 포커스를 뒀다. 지난 3월 22일 일본 요코하마 소고백화점에 168평(555m²)규모의 1호점을 열고 일본 내 SPA 사업을 스타트했으며 최근 이랜드가 인수한 「라리오」 「로케론」 등의 유럽 명품 브랜드와의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 한다는 전략이다.
아직 런칭 1년차인 「에잇세컨즈」는 국내 마켓에서 인지도 및 실력을 좀 더 다진 뒤 내년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 무대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안선진 「에잇세컨즈」사업부장은 "그동안 제일모직이 쌓아놓은 글로벌 소싱 인프라와 해외 진출 경험을 토대로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내년 중국 진출을 앞두고 올해는 국내 시장을 보다 견고히 다져가는 한편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인 준비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신진 패션 디자이너와 지속적으로 협업하며 디자인력을 강화하고 SPA 브랜드 생존의 핵심인 품질을 향상시켜나가고 있다.
최근 바우하우스를 매각해 재무구조개선에 나서고 상표권을 담보로 KDB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다각도 노력을 펼치고 있는「코데즈컴바인」역시 중국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2007년 첫 중국 시장 진출 이후 현재 상하이를 중심으로 주요 핵심 상권에 4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 브랜드는 올해 여성복 이외의 남성복 이너웨어 라인을 추가 전개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런칭한 「탑텐」은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2014년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한 쇼핑몰 내에 1388m²(약 420평)의 대형 매장을 열 예정이다. 강남역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을 앞두고 있는 「에이치커넥트」는 SPA브랜드 체제로 리뉴얼한 버전으로 중국 싱가포르 타이완 등 아시아 4개국에 오픈, 브랜드를 인큐베이팅할 계획이다.
토종 SPA 브랜드의 해외 진출, 매장 확대 소식 등은 반갑기 그지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기존의 한국형 SPA를 표방하며 사세를 확장해 온 몇몇 브랜드의 매출 부진은 두드러지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본금이 여의치 않은 국내 중소 기업의 경우 초기 투자 비용이나 물량 면에서 이들과 경쟁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장 상황에 대해 김영애 아이올리 부사장은 “싸고 좋은 옷은 넘쳐흐른다. 가격 이상의 뭔가를 제공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시점이다. 글로벌 SPA 브랜드들 또한 넥스트 버전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다. 고속 경영, 즉 ‘싸게 빨리’로 성장해왔지만 이제 그 이상이 필요하다. 거시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대”라고 전한다.
아이올리는 이 같은 시장 변화 흐름을 놓치지 않고 「랩」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켜 레드오션인 SPA시장 안에서 선전했다. 기업의 컨디션과 리테일 비즈니스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현 상황을고려해 만든 「랩」은 효율성에 중심을 두고 ‘집중과 선택’ 전략을 취했다. 리테일과 제조 머천다이징을 함께 구사하며 틈새를 공략했다. 매주 신상품을 입고시키는 형태로 매장에 신선함을 던져준다. 6개월 전에 코어 아이템과 수입 브랜드 상품을 바잉하고 3개월 전에는 자체 제작 상품인 컬렉션 라인을, 4~6주전에는 벤더 바잉을 통해 트렌드를 흡수하는 식이다. 스팟 상품은 2주 전에 국내 바잉 을 통해 진행하는 식이다.
여성복 SPA 브랜드 「르샵」의 런칭부터 함께 해 온 최건호 생산기획디자인 총괄 이사는 “지금은 리테일 시대다. 현재 대세라 불리우는 편집숍 역시 SPA로 전환될 확률이 높다. 일본의 유나이티드애로즈나 빔스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단일 브랜드가 가져가는 캐파는 분명 줄어들 것이다. 브랜드보다는 숍의 개념이 시작돼야 하는 시점이다. 「르샵」은 그 시작점부터 스토어 브랜드를 추구했다. THE를 뜻하는 불어 ‘르’와 매장을 의미하는 ‘숍’이 더해진 것”이라고 전한다.
이어 그는 “지난 1년간 많이 방황했으나 시스템과 브랜드 방향을 정비하는 시간이었다. 지난해 중국 광저우 지사를 기반으로 직생산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에 몰두했다. 별도의 스팟 제품을 제외하고는 니트와 우분은 100% 주요 공장에서 직접 핸들링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딜리버리 안정화, 원가 절감, 품질 관리 측면에서 한층 좋아졌다. 또한 브랜드 이미지도 다시 원래의 방향을 찾고자 한다. SPA 브랜드도 컨셉이 있어야 하며 추구하는 고객의 상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르샵」의 마니아 고객들을 다시 붙잡고 매장별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SPA브랜드를 수십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와 수치적으로, 시스템적으로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한다는 것은 모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토종 SPA 브랜드들이 침체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브랜드와는 또 다른 자사만의 경쟁력을 파악, 이를 키워가야 한다. 경쟁력 있는 상품개발뿐만 아니라 유통, 시스템 경쟁력도 필수적이다. 글로벌 SPA 브랜드와 대응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계속적으로 체질 개선에 힘쓰는 국내 브랜드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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