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
입주기업, 잔류 인원 전원 귀환에 ‘충격’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6일 정부의 잔류 인원 전원 귀환이라는 ‘중대 조치’가 내려지자 입주 기업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정부 발표 2시간여 만에 공식 입장을 발표한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지난 10년간 피땀 흘려 오늘의 개성공단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중단된 데 대해 안타깝다”며 “개성공단 기업인 일동은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개성공단 잔류인원 귀환조치는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며, 전 입주기업의 의견을 종합한 후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회장은 “보상 문제는 차후 이야기"라며 "정상화 되길 원하고, 정부가 정상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피해 상황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은 못하고 있지만 몇 조원 단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이번 조치로 2004년 12월 가동이 개시된 지 8년 4개월 만에 사실상 문을 닫게 됐다. 이는 지난달 3일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한 통행제한 조치를 실시한 지 24일 만이다.
하지만 입주 기업들은 실낱 같은 희망의 끈도 버리지 않고 정상화를 염원하고 있다.
입주 기업 A사의 K 대표는 “개성공단은 국내 섬유?패션 산업을 위한 최상의 소싱처다. 의류?패션의 해외 소싱으로 송출되는 달러 비용이 6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만약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1조원이 더 빠져나갈 것으로 본다. 개성공단은 달러를 사용하지 않아 외화 유출을 방지하는 최후의 보루다. 현재 우리 회사의 협력 업체만도 150개 업체에 이른다. 입주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섬유?패션 산업을 위해서도 개성공단은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의 72개 섬유 업체에서 생산되는 의류 제품은 연간 5000억원 수준. 해외 소싱으로 이를 대체할 경우 2배인 1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근로자의 기본 임금은 월 67달러(7만4300원). 야근과 특근을 포함할 경우 최대 134달러(14만 8600원)까지 지급된다. 중국의 기본 임금이 월 150달러(16만 6400원). 개성공단의 근로자들은 손재주가 좋고 매월 하루만 쉴 정도로 근면성이 뛰어나 생산성도 월등히 높다.
B사의 L 대표는 “공단 가동이 중단되기 직전에도 근로자들은 10일 간 연속해서 야근과 특근을 하기로 작정하고, 짐을 싸서 기숙사로 모두 들어 왔다. 우리와 함께 전력투구하기로 다짐도 했다. 그러다가 이런 사태를 맞았으니 얼마나 억울한가?”라고 반문했다.
‘남북 교류와 협력의 장’이란 모두가 공감하는 표현을 제외하더라도 개성공단의 장점은 다양하다. 거리가 가까워 원자재 조달이나 생산 제품의 반입을 위한 물류비가 적게 들고, 어떤 오더라도 빠른 기간 내에 납품을 할 수 있다. 이미 시설을 갖춘 업체의 경우 인건비와 최소한의 관리비로 운영이 가능하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정부가 발표한 종합 지원 대책을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남북협력기금 특별대출이 조속히 이뤄져 입주 업체들의 숨통을 트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입주 업체들은 피해 규모를 집계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급여나 협력 업체의 긴급 자금도 지불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을 통해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이나 임가공으로 의류를 소싱해온 코오롱?패션그룹형지 등 패션 업체들은 자체 피해가 엄청나지만 말도 못하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C 사의 P 대표는 “최근 형지에서는 당장 필요한 상품은 국내 소싱으로 대체해 주길 바래 협의하며 해결에 나서고 있다. 또 코오롱은 별도의 요구 사항이 없어 사태 해결이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3년 4월 29일 패션인사이트 www.f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