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커리어 존은 신규 무덤?
“백화점 커리어 존은 신규 브랜드 무덤이에요. 고인 물은 썩는다고 아우성이면서도 기존과 다른 것을 내놓으면 거부반응을 일으킵니다. 소비자가 적응하길 기다리는 동안 자신감도 떨어지고, 신선한 충격도 상쇄되죠.”
브랜드 노후화로 유통 시장과 소비자들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요구받아 온 커리어 업계가 정작 어렵게 등장하는 신규 브랜드에게 제대로 된 영업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고 있다. 한 커리어 브랜드 사업부장은 “시니어와 묶던지, 단순히 수입브랜드와 선을 그어 신규 고객 유입을 어렵게 만드는 백화점 MD까지 난국”이라고 토로했다.
제일모직의 커리어 ‘데레쿠니’는 지난 2011년 가을 런칭해 전개한지 만 2년 만에 이번 여름 시즌을 끝으로 중단을 결정했다. ‘데레쿠니’는 ‘구호’와 ‘르베이지’를 성공시킨 데 이어 고가 숙녀복 시장을 겨냥한 제일모직의 세 번째 브랜드로 런칭 당시 큰 관심을 모으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새 브랜드가 귀한 복종이기도 해 유통망도 무난하게 확보했으나 전작의 명성이 무색하게 장사가 되질 않았다. ‘데레쿠니’ 뿐 만 아니라 현대가 런칭한 ‘아돌포 도밍게즈’ 등 근래 런칭한 커리어 브랜드 중 유통 채널을 다양하게 가져가거나, 20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는 하나도 없다.
리뉴얼을 통해 기존 상품에서 스타일과 핏을 조정하는 경우에도 자리 잡기가 힘들다. 성창인터패션의 ‘앤클라인’은 지난 가을 시즌 대대적인 브랜드 리프레쉬 작업을 진행했다. 스마트해진 3040 소비자에 맞춰 브랜드가 정한 타겟과 실제 구매하는 소비자의 간극을 좁히고, 상품구성과 가격정책에 융통성을 발휘했지만 리뉴얼 이전의 외형과는 아직까지 차이가 크다. 리뉴얼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가 현재는 중가 시장에서 영업 중인 A브랜드나 백화점 요구로 영 라인을 내놨다가 재고만 늘리게 된 B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의무감에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기존 소비자들은 변화를 거부하고, 신규 수요가 생기기까지는 텀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백화점 커리어 존의 주 소비층인 40대 중후반~50대 초중반 소비자들의 보수적 구매성향 탓이 크다. 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30대~40대 초중반 소비자들은 수입 컨템포러리 등으로 이동하고, 나이가 들면서 인지도와 그동안의 평판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들이 주로 남아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커리어 브랜드에서 옷을 사는 전체 소비자 수는 점차 줄어들면서 ‘보티첼리’, ‘아이잗바바’, ‘쁘렝땅’ 등 역사가 깊은 리딩 브랜드로 쏠림도 심화됐다.
상품기획과 영업 등 브랜드 전반을 손질해 성공한 거의 유일한 사례는 바바패션의 ‘아이잗바바’인데, 바바패션은 리뉴얼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상품에 직접적인 변화를 주는 대신 아예 포지셔닝을 달리해 브랜드를 분리하는 쪽을 택했다. 이에 따라 ‘아이잗바바’는 커리어 존을 지키고, ‘더 아이잗 컬렉션’을 통해 프리미엄 캐릭터 시장을 공략해 나갈 수 있었다.
지명언 구미인터내셔널 전무는 “시장이 압축되는 시기에 기존 소비자를 놓치는 것은 위험하다. 보수적 소비자들이 다양한 브랜드를 접하면서 트렌드를 읽고, 유연한 소비에 다가서 자발적으로 업계에 변화를 요구할 수 있도록 유통 환경부터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6월 20일 어패럴뉴스 www.ap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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