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싸움에 등 터지는 내셔널 브랜드
신세계 본점 수입 컨템포러리 늘리고 NB 대거 퇴점
신세계 백화점이 MD 개편을 위해 20여 개 내셔널 브랜드에 퇴점 통보해 원성을 사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 백화점 본점 전경.
온라인 매출 최대 80%…차별화 고민
신세계 본점의 MD 개편을 둘러싸고 국내 패션기업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이 본점을 수입 컨템포러리로 채우기로 하면서내셔널 브랜드 20여 개가 쫓겨날 판국이다. 최근 신세계로부터 퇴점 통보를 받은 브랜드는 여성 영캐주얼·캐릭터 브랜드들이 대다수다. 「오즈세컨」 「듀엘」 「시스템」 「지컷」 「톰보이」 「보브」 등 일부 브랜드만 남기기로 잠정 결정됐다. 여기에 「럭키슈에뜨」가 새롭게 영입된다.
이같이 여성복 브랜드가 대거 퇴출된 데는 매출 부진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들 브랜드는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80%에 가까운 매출을 온라인닷컴에 의지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신세계 본점의 매장은 쇼룸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진취적인 롯데의 행보에 쫓기듯 MD 개편안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롯데는 지난해 영플라자 명동점을 동대문과 온라인 브랜드로 채워 영소비자층의 발길을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올초 인근에 들어선 롯데아울렛 서울역점의 호황도 신세계 본점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미쳤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도 있다. 최근 롯데가 쇼핑몰 ‘피트인’으로 동대문 상권까지 진출하며 신세계 내부에서 압박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예측도 제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세계 백화점은 ‘수입 컨템포러리’ 라는 카드를 꺼냈다. 그간 신세계 백화점이 이어온 ‘럭셔리’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해 경제력 있는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수입 컨템포러리와 수입 편집 매장을 적극 유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의 이러한 결정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수입 컨템포리라는 검증되지 않은 카드에 너무 올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이미 글로벌 SPA에게 20%대 라는 낮은 수수료를 내준 전적이 있는만큼, 낮은 수수료를 책정할 확률이 높아 제대로된 영업 이익을 챙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찬밥 신세 내셔널 브랜드
백화점 개편에 내셔널 브랜드들이 때아닌 날벼락을 맞았다. 매출 효율이 높은 점포를 하루 아침에 빼앗길 판국인 것. 이미 지난해 롯데 영플라자 개편으로 알짜배기 점포를 잃었던 내셔널 브랜드들은 신세계마저 퇴점 통보를 하자 망연자실한 상태다.
롯데는 영플라자 개편을 위해 내셔널브랜드를 퇴점시키거나, 15㎡안팎의 비좁은 자리로 내몰은 바 있다.
A 브랜드는 신세계 본점 매장이 빠지면 연 16억원의 매출을 잃게 된다. 지난해 개편을 이유로 퇴점당한 롯데 영플라자 연매출 23억원까지 합치면 연간 39억원의 매출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B사는 신세계 본점에 입점한 브랜드만 해도 4개, 매출은 100억원에 이른다. 신세계 본점은 백화점에서도 몇 안 되는 수익나는 점포였기에 가능했던 매출이다. 다른 채널을 확보한다 해도 이만한 매출 공백을 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내셔널 브랜드는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내셔널 브랜드 관계자는 “백화점 성공 신화를 이룩한 장본인이 우린데 이제와서 나가라니 서운하기 그지없다”며 “이게껏 35~37%의 높은 수수료는 물론이고, 행사, 인테리어 비용, 수선비, 택배비 등 수많은 불합리한 관행을 감내하며 백화점에 이익을 안겨다 주지 않았냐”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백화점은 지금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꼴이다. 몇년 전 글로벌 SPA가 쏟아져들어올 때도 백화점은 660~990㎡라는 거대 규모 매장을 내어주고 20%대의 낮은 수수료를 책정한 바 있다. 그런데 결과를 보라. 결국 내셔널 브랜드 30개를 채울 자리를 주고도 훨씬 못미치는 이익율을 기록하지 않았냐. 백화점은 이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자성의 목소리 내는 내셔널 브랜드있다.
백화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유통구조를 고수해 위험 부담을 높였으며, 상품 개발과 고정 비용을 낮추는 등 원가를 절감하지 않아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무리한 외형 확장도 위기를 자초한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다른 관계자도 이에 동조하는 의견을 냈다. 그는 “현재 내셔널 브랜드는 ‘앞으로 10년만 더 버티면 새로운 세상이 펼처지지 않겠는가’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다. 여기에서 벗어나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2013년 7월 1일 패션인사이트www.f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