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 브랜드, 생존 묘수 없나
유통·상품·경영 등 다방면의 개혁 필요
전문가들은 여성복 브랜드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체질 개선과 비즈니스 모델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속된 불황에 여성복업계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불황만을 탓하기에는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여성복 시장의 성숙기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으며 경기 불황 또한 몇십년을 이어온 숙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구조 문제를 직시하려는 노력과 새로운 시장환경에 걸맞는 체질 개선,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
◇ 풍전등화의 여성복
“현재 여성복 업계는 뇌사 상태다.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채 겨우 생명만 부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가 여성복의 최근 상황을 꼬집어 한 말이다. 이렇듯 여성복 업계는 궁박한 위기 상태에 내몰려 있다.
대다수의 여성복은 매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여성복 브랜드들은 올들어 점평균 매출이 6%가량 떨어졌다. 한섬은 「시스템」 「에스제이」 「타임」 「마인」 등 4개 브랜드 합쳐 점평균 매출이 총 9.2%나 떨어졌고, 제일모직의 「구호」 「르베이지」 또한 7.9% 하락한 매출을 보였다.
하락세는 지난달까지도 이어졌다. 정기세일 전인 16일까지 영캐릭터·캐주얼 브랜드 대부분이 점평균 신장률 -14%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신장한 곳은 고수해오던 노세일 정책을 내던지고 행사에 뛰어들은 C브랜드뿐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백기를 드는 곳도 줄을 잇고 있다. 시선그룹은「칼리아」를 정리했으며, 「페이지플린」도 롯데의 적극적인 지원책에도 불구 최종 부도를 맞았다. 아니베에프는 과도한 외형 확장으로 부도의 확장을 맞았으나 다행히 위기를 넘기고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제일모직도 수익성 낮은 브랜드를 구조조정하고 나섰다. 캐주얼 브랜드 「후부」를 철수한데 이어 여성복 「구호플러스」 「에피타프」 「데레쿠니」를 재편 대상에 올렸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는 신호탄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오늘날 여성복의 위기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통, 상품, 경영 등 전분야에 걸친 수많은 문제점들을 묵인해 사태를 악화시켜왔다.
◇ 다양한 채널 확보로 탄력 운용해야
다수의 관계자들은 “여성복의 침체는 지나친 백화점 의존도가 야기한 결과”라고 말했다. 대부분 여성복의 유통망은 백화점이 80%이상 차지한다. 문제는 이미 소비자들은 다양한 콘텐츠과 쇼핑의 즐거움을 찾아 백화점을 떠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다양한 채널을 확보해 탄력적으로 운용해야만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폐션업계의 행태를 바꿀 수 없다면,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여성복들의 백화점 수수료율은 35~37%. 여기에 인건비, 인테리어비 등 기타 추가 지출까지 합치면 매출의 50% 이상을 백화점에 고스란히 바쳐야하는 꼴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를 백화점은 물론 브랜드에서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SPA나 최근 백화점에 등장한 동대문, 온라인 브랜드들에게 20%대의 수수료를 책정한 사례를 보면 얼마든지 조정해나갈 수 있는 요소로 여겨진다.
◇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하라
유통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싶다면 콘텐츠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신세계 본점 리뉴얼 사태<3면 참조>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콘텐츠력이 우수한 브랜드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현재 여성복은 여전히 변별력 없는 상품 일색이다. 단기적 이익을 위해 ‘팔릴만한 옷’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가장 중요한 브랜딩에는 뒷전이다. 이러다보니 인터넷에는 ‘같은 옷, 다른 브랜드’라는 유머 게시글이 떠돌 정도다.
한 전문가는 “대체할 수 없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브제」와 「오즈세컨」이 SK에 인수되기 전, 한참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시절이 있다. 그럼에도 바이어들이 두 브랜드를 빼지 못한 것은 「오브제」와 「오즈세컨」만의 감성을 대체할 수 있는 브랜드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백화점 바이어는 “소비자들은 트렌디한 옷에 대한 욕구를 글로벌 SPA브랜드에서 해소한다. 그러니 트렌디한 옷으로는 가격적인 면에서나 상품 수에서 따라잡을 수가 없다. 소비자가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며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것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상품을 얻기 위해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영도 전문가에게 맡겨야
오너 중심 경영체제도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현재 대다수의 여성복 브랜드들은 오너가 영업, 상품기획 등 전분야에 걸쳐 관여하고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이 모든 방면에서 가장 좋은 해답을 내놓을 만큼 전문성을 지니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D브랜드 대표는 품평회에 직접 참석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회사의 대표가 품평회에 관여하게 되면 디자이너들은 소비자가 아닌 대표의 취향에 맞는 옷을 내놓게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결제 과정이 늘어남에 따라 빠르게 시장의 흐름에 대응할 수 없게 된다.
그는 “서로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면 된다. 나는 오직 ‘다음에 어디에 매장을 내야 좋을 것인가’와 자금에 대한 고민만 한다. 이 두 가지에만 집중해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근에는 전문경영인을 체제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니멈」은 지난해 말 신세계인터내셔날 여성복 사업부장이었던 이경상씨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했다.
이 대표는 수익성이 높은 아울렛 사업 부문을 인수하고, 홈쇼핑 부문은 라이선스 사업으로 변경해 구조적 효율을 높였다. 또 시즌 컬렉션인 ‘리오데자네이루’를 출시해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키며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 「비지트인뉴욕」의 경우에도 전문경영인을 찾고 있다.
경영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전문경영인이야말로 장기 침체된 여성복 시장에서 냉정한 시각으로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외형 확장보다 내실 다져야
외형 중심 경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대다수의 패션기업들이 매장을 늘려 외형을 확장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생산해야하는 상품의 물량 및 매장 운영비용 등 고정비가 증가해 실질적인 효율은 떨어지기가 쉽다. 따라서 최소한의 투자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불황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도 최소화해야한 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불필요하게 많은 인력은 고정비용을 높여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해외 유명 패션하우스나 글로벌 SPA만 보더라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꼭 필요한 규모의 인원으로 구성해 개개인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3년 7월 1일 패션인사이트www.f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