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수입 확대 본격화되나

2013-07-17 00:00 조회수 아이콘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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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행수입 확대 본격화되나 
 

정부의 적극적인 병행수입 장려 정책으로 패션·유통업계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병행수입은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는 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제3의 업체가 다른 유통경로를 거쳐 국내로 들여오는 것으로, 1995년부터 실시됐다.

특히 정부는 올해부터 수입 제품 가격을 내리고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병행수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우선 지난 3월 병행수입 물품 통관인증제의 업체 및 상표 확대 시행에 따른 ‘병행수입 통관 인증제’를 시범 시행한데 이어 내달 20일부터 이를 확대키로 했다. 세관 권리 보호가 안 된 병행수입 물품(펜디, 자라 등 119개 브랜드)이 목록에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 인증제는 병행수입 물품에 수입자, 상표명, 원산지 등 물품의 통관 정보를 담은 통관 표지를 붙여 정식 수입됐다는 사실을 인증하는 제도로, QR코드를 부착해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23일 관세법 시행령을 개정, 병행수입업자의 통관 요청 시 부담하는 담보금을 종전 150%에서 120%로 완화했다. 지난 1일부터는 병행수입업자가 통관을 요청하는 경우 세관장이 심사하는 기간을 15일에서 7일로 단축, 통관 보류된 물품이 신속하게 통관될 수 있게 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 특수통관과 관계자는 “가격안정화,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 유도, 밀수품 및 유사 상품 확대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정책으로 병행수입 시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병행수입 통관 인증제가 시장 확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인증제를 도입한 업체는 위즈컴퍼니를 비롯해 5개에 불과했으나 현재 이마트, 롯데마트 등 70개로 늘어났다.

그동안 저가 유통으로 치부됐던 대형마트가 고급화의 일환으로 병행수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병행수입 통관 인증제를 도입한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올해 병행수입 제품 매출을 각각 500억원(전년 200억원)과 80억원(전년 50억원)으로 잡고 있다. 홈플러스도 병행수입 제품을 전년 대비 50% 늘려 잡았으며, GS홈쇼핑 역시 상반기에만 전년대비 300% 늘어난 50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병행수입 전문숍도 온라인 위주에서 디큐브시티, 바우하우스 등 도심형 쇼핑몰에 매장을 속속 개설하고 있다.

반면 독점 수입 업체들은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키플링’과 ‘이스트팩’을 전개하는 리노스 백국일 부장은 “병행수입 확대로 기존에 2~3만개씩 팔리던 베스트 아이템이 없어지기 시작했고, 국내 미 도입됐던 신상품까지 무차별로 도입되고 있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베스트셀러의 경우 병행수입업자들이 더욱 저렴한 가격에 온오프라인에서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병행수입 확대에 따른 피해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벨기에 본사에서 고위 관계자들이 방문하기도 했다.

국내 직진출해 수백개 매장을 운영 중인 모 브랜드 사장은 “병행수입 제품이 확대되면서 매일같이 점주들의 불만을 받고 있다.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다양한 스타일을 도입하고 적극적인 프로모션으로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입 제품 가격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명품의 경우 고가 전략을 유지해야 잘 팔리는 경향이 강하고, 병행수입 인증 QR코드가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기에는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병행수입 장려 정책이 유통 공룡들의 배를 채우기 위한 제도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통사들이 직접 바잉을 하는데다 엄청난 물량으로 대대적인 행사까지 하면서 전문 병행수입 업자는 물론 독점 수입 계약 업체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병행수입 업자는 “모 대형 유통사가 ‘자라’, ‘아베크롬비’ 등 유명 글로벌 브랜드를 저가에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전문 병행수입 업자들은 마진을 포기하고 판매하다 결국 폐업하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7월 17일 어패럴뉴스www.ap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