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쇼크, 패션 산업 지형도 바뀔까
지난 23일 제일모직이 패션부문을 삼성에버랜드로 양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패션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패션 사업의 재구성에 착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패션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과 시장 지형에 미치는 영향 등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사실 대기업의 패션 사업 재구성은 이번 제일모직의 패션부문 양도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단순한 양적 구조조정이 아닌, 수익성 위주의 사업 포맷 전환이 알게 모르게 진행되어 온 것이다.
이랜드그룹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브랜드별 사업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상당수 브랜드를 중단한 반면, SPA 브랜드를 각 복종 별로 8개로 늘렸다. 패션 사업 부문 인력 중 300명 가량을 외식, 레저, 엔터테인먼트 등을 관장하는 미래 사업 부문으로 전환 배치하기도 했다.
제일모직과 LG패션은 아웃도어와 수입, SPA 등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역시 기존 내셔널 브랜드 중 상당수를 중단하는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출신의 윤주화 사장 취임 이후 경영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후부’와 ‘데레쿠니’ 등을 중단했고, SPA ‘에잇세컨즈’ 등 신규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현재도 상당수 브랜드의 중단을 검토 중이다. 이번 계열사 간 양수도를 단순히 주고받는 차원은 아닐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대기업으로서는 향후 더 돈이 되는 사업에 집중할 필요와 여유가 있고, 패션은 향후 돈 되는 사업 리스트에서 제외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LG그룹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온 LG패션과 패션 유통 사업을 근간으로 하는 이랜드그룹은 제일모직과의 입장 차이가 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한 동안 수입 브랜드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SPA와 아웃도어 등의 대규모 투자로 전문 업체를 위협하던 대기업들의 일보 후퇴가 패션 산업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업계는 롯데쇼핑과 신세계인터내셔날,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패션 사업 확장에 주목하고 있다. 패션과 유통 사업 간의 시너지를 노린 이들 대기업이 수입 브랜드 도입과 패션 전문 기업 의 인수합병에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패션 전문 기업이 대기업 대열에 오르기 가장 어려운 요인 중 하나로 유통 구조가 거론되는 만큼 이들 유통 대기업이 패션 사업을 확장할 경우 유리한 지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패션 전문 기업이 대기업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요원한 일일까. 국내에서는 현재 이랜드그룹이 유일한 경우지만 최근 유통, 패션 업계 M&A의 큰 손으로 떠오른 패션그룹형지와 해외 브랜드 도입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인 세정 등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는 패션 전문 기업으로 대기업 대열에 오른 온워드카시야마와 월드, 이토킨, 산에이인터내셔널, 파이브폭스 등이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국내외 인수합병을 통해 내수 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키웠고, 버블 붕괴 이후 사업 포맷 전환에 성공한 경우로 국내 전문 기업들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9월 30일 어패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