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억대 '럭셔리 퍼' 잘 나가
불황일수록 프리미엄 상품이 잘 팔린다? 2500억원 규모(모피 전문 브랜드 기준 추정치)의 퍼 마켓에 ‘럭셔리 전쟁’이 시작됐다. 한동안 모피의 대중화를 외치던 브랜드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거대한 난관에 부딪혀 VIP에게 다시 시선을 돌리며 상황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하이클래스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상품 개발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것보다 진정한 소수 고객을 위한 상품을 파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쉽게 말해 500만원짜리 밍크코트를 10벌 파는 것 보다 5000만원짜리 세이블 한 벌 파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모피업계에서 최고급으로 치는 세이블은 요즘 강남상권을 중심으로 인기 절정을 달린다. 족제비과의 동물인 세이블은 털이 조밀하고 부드러우며 실크 같은 광택이 나 밍크보다 고급스럽다. 세이블 코트의 가격은 2000만원대부터 시작하지만, 1억~2억원을 웃도는 상품도 있다.
모피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고객이 예상하고 오는 일반적인 밍크코트 가격은 500만~700만원 정도다. 실제로 밍크코트의 평균가는 600만원선이다. 프리미엄 퍼의 경우는 평균 1400만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 제품의 2배 이상”이라면서 “그러나 프리미엄 퍼 개발이 계속 이뤄지면서 2000만원대 이상의 제품도 시중에 나와 있으며, 요즘 인기가 좋은 세이블의 경우는 보통 4000만~7000만원에 판매된다”고 말했다.
이런 시장 흐름을 몰고온 데는 원자재값 상승이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대비(2012년 12월 코펜하겐 퍼 옥션 기준) 원자재 가격은 밍크가 15~25%, 폭스 라쿤 등 긴털모피류가 40~60% 가격이 상승했다. 그러나 완제품 가격은 20~30% 정도 가격을 올리는 데 그쳐 사실상 모피업체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구조를 떠안고 있다.
원자재 상승치를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작년보다 가격이 20%이상 오른 이상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은 그보다 높다. 어차피 가격경쟁(얼마나 더 싼가)으로 붙을 수 없을 바에야 가격저항이 덜 한 하이클래스층을 공략해 프리미엄 상품을 하나 더 파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태림모피(대표 이보건)는 지난 9월 갤러리아백화점 웨스트관 2층에 「마리헬렌 프리미에르」를 선보였다. 이는 3년간 준비한 야심작으로 갤러리아백화점과 협업를 통해 이뤄졌다. 기존에 패션모피인 「마리헬렌」의 럭셔리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마리헬렌 프리미에르」는 ‘비욘드 스페셜(Beyond Special)’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유러피안 스타일의 디자인 감성에 최고급 희소성 있는 소재를 접목했다.
이재영 태림모피 실장은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매스티지 시장의 가격저항과 그로 인한 소비 유보 혹은 소비 포기가 일어난다”며 “매스티지 시장의 포화상태에 따른 틈새시장 개척과 프레스티지 시장 선점을 위한 하이퍼(hyper) 라인, 혹은 뉴 브랜드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등 시장 상황에 맞춰 「마리헬렌 프리미에르」를 런칭했다”고 말했다.
모피의 패션화를 리드해온 볼륨원(대표 최재영)의 「사바티에」 역시 VVIP 마케팅에 오히려 주력하면서 매출을 잡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웨스트관이나 AK플라자 분당점 등에 2억원대의 링스 제품을 갖다놓는 등 럭셔리한 분위기를 한껏 풍긴다. 또 소재의 믹스&매치를 통해 젊고 액티브한 느낌을 주며 패셔너블해 젊은 고객층에게도 인기가 좋다.
이정미 「사바티에」 디자인실장은 “밍크 하나 가진 사람이 더 특별한 것을 찾다보니 프리미엄 라인을 계속 개발해야 되는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우리 VVIP 30명 정도는 매해 새로운 상품을 2~3벌 구매할 정도로 충성도가 높아 그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관리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성진모피(대표 조경호)는 현대백화점 중심으로 14개점만 전개하면서 보다 탄탄하게 고정고객층을 관리하고 있다. 그들을 위한 희소성 높은 소재와 부가가치 있는 고가의 상품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 성진모피는 ‘블랙라벨’과 ‘디 얼티메이트 퍼’라는 별도 라인을 통해 최고급 모피를 선보인다. 세이블, 링스, 스와가라, 스타더스트, 톱로트 등 최상위 3%의 엄선된 소재로 만들어진다.
조선정 성진모피 마케팅팀 부장은 “디자인이 화려한 것보다는 소재에서 희소성 있고 고급스러운 상품의 반응이 좋다”며 “모피 브랜드들이 결국 백화점 상위 20%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가격적인 메리트 보다는 품질과 브랜드 신뢰성 등에서 승부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은 「태림모피」(좌측상단)와 「사바티에」 (우측 상단), 「성진모피」(하단) 이미지컷.
안성희 기자 , song@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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