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만이 살길?! 그럼 대리점은…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진출이 최근 몇 년간 국내 유통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했다?! 대형 직영점만일 살길(?!)이라면, 그럼 중소 대러점은 어쩌란 말인가?” 지방 중소 상권에서 작은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의 볼멘소리다. 지난 2005년 8월 「유니클로」로부터 시작된 글로벌 SPA 브랜드의 국내 진출로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 직영점이 경쟁력을 발휘하자, 국내 대기업과 중견 기업들도 대응 차원에서 중대형 이상의 직영점 개설을 확대해 중소형 대리점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빅 유통업체와 손잡거나 직 진출하면서 자연 생태계의 돌연변이 황소개구리처럼 순식간에 먹이사슬을 장악했다. 330㎡ 이상의 초대형 매장에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제품 구성으로 월 수억에서 수십억 원의 매출을 가볍게 달성해 주변 여성복 캐주얼 등의 관련 매장을 초토화시켰다.
글로벌 SPA의 출점 확대에 질세라 해외 직 진출 브랜드는 물론 국내 대기업과 중견 업체들도 중대형 직영점을 경쟁적으로 늘였다. 대한민국 패션1번지 서울 명동은 이미 대형 직영점 천지다. 전년대비 6.4% 오른 제곱미터당 75만원의 임대료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계에서 9번째로 비싼 쇼핑지역으로 선정된 명동에 자본과 규모를 앞세운 빅 브랜드들이 중대형 이상의 직영점을 개설해 매출은 물론 마케팅 차원에서 시장을 선점하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국내 작은 업체들은 감히 출점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최근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울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은 5~6년 전만하더라도 소규모 디자이너나 인디 브랜드들이 아기자기한 매장(?)에서 독특하고 차별화된 것들을 팔았지만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가로수길 메인은 글로벌 SPA 브랜드를 비롯해 국내외 대기업의 대형 매장들로 채워졌고, 지금도 공사가 끊이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곳 중의 하나가 됐다.
가로수길은 제곱미터당 30만원 선으로 전년대비 임대료가 15.4%나 올랐지만, 최근에도 서울 압구정 현대고등학교 쪽 메인 거리 초입에 글로벌 SPA 브랜드 「망고」와 대기업 SK네트웍스에서 전개하는 「타미힐피거」가 대형 직영점을 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사역 방향의 메인 거리에는 지금도 건물주가 직접 나서 빅 브랜드 유치와 함께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방 역시 직영점 위주의 중대형 매장이 늘고 있다. 대구 동성로와 부산 광복동 대전 은행동 광주 충장로 등 내로라하는 국내 빅 상권에 중대형 직영점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구 동성로 경우 「자라」 「유니클로」는 물론 「탑텐」 「에잇세컨즈」 「미쏘」 「H커넥트」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메인인 한일극장에 「H&M」이 연말 출점을 목표로 한창 공사중이어서 내년에는 더욱 치열한 일전이 예고되고 있다.
대형 직영점 출점이 가속화 되면서 문제는 중소형 대리점의 살길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던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경우, 전국 주요 상권에 자사 직영 중대형 슈즈 멀티숍 출점을 늘리면서 해당 지역의 위탁 대리점의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는 후문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계속 될 것이라는 것이 더 문제다.
글로벌 SPA나 직 진출 브랜드들이 대형 직영점으로 시장을 선전했다면, 다행히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외각 및 나들목 상권의 선점은 대형 대리점이 주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주요 상권에 숍만 열면 장사가 되던 시기에 매장을 운영하던 대리점주들은 스스로 새로운 관점과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고 트렌드에 맞게 사고를 전환해야 할 때다. 대형화 추세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유통 파트너십을 만들어 함께하거나, 서비스 질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나들목 상권의 타운 형태에 중대형으로 입점해 선전하고 있는 아웃도어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생태계 먹이사슬에서는 크고 강한 것이 살아 남는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공룡만이 살아 남았어야 한다. 하지만 공룡은 이미 화석이 된지 오래다. 적당히 크기의 명석한 두뇌를 가진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유통도 생명체와 같다고들 한다. 대형 복합쇼핑몰이 중소 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상권 내에서는 대형 직영점들이 중소 대리점들을 잡아 먹을 기세다. 하지만 생태계에서 공룡이 그렇듯 유통에서도 반드시 크고 강한 것들만이 살아 남는다는 보장은 없다.
자본과 규모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중소 대리점들은 그럼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우선 즐겨야 한다. 옷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를 믿고 하나에서 열까지 챙겨야 한다. 제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관련 트렌드를 파악하고, 끊임 없이 정보를 모아야 한다.
누구나 하는 사은품이 아닌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성이 들어간 그 무엇을 준비해야 한다. 똑같은 친절은 그냥 절차(?)에 불과하다. 상대방이 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는 즉, 고객이 진정 감동하고 만족할 수 있는 질 높은 서비스를 개발해야만 경쟁우위에 설 수 있다. 유통 먹이사슬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멀리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가까이 있는 직원들부터 챙기고, 지금 내 매장에 있는 단 한 명의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 사진 설명
지난해에 이어 세계에서 9번째로 비싼 쇼핑지역으로 선정된 명동은 글로벌 SPA 브랜드와 국내 대기업 및 중견 기업들의 중대형 직영점이 장악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곳 중의 하나인 신사동 가로수길 역시 글로벌 SPA와 국내 대기업 브랜드들의 직영 대형점 진출로 공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신규 브랜드 런칭도 해마다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 주요 상권은 물론 중소 상권의 중소 대리점의 생존 경쟁이 더욱 요원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진은 일부 기사 내용과는 무관. 위에서부터 1.명동 상권 전경 2. 「유니클로」 명동 중앙점. 3. 최근 전국 중대형이상의 대리점에서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후아유」 명동점. 4. 서울 신사동가로수길 현대고등학교 쪽 초입에 「망고」가 남녀는 물론 키즈까지 복합 구성하는 대형 플래그십숍을 준비하고 있다. 5. 「망고」 길 건너에 「타미힐피거」도 대형점 출점을 위해 공사가 한창이다.
홍영석 차장 , hong@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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