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소비세대, 헤리티지가 바뀐다

2014-02-06 00:00 조회수 아이콘 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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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소비세대, 헤리티지가 바뀐다

황선아 인터패션플래닝 라이프스타일트렌드사업부 수석연구원

 


1. 1213 F/W Louis Vuitton PARIS Collection  2. Smart Personalization by BURBERRY

 


소비경향은 남을 의식하는 과시소비보다는 실용적이고 자기만족적인 성격이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저렴한 제품도 가격을 비교하고 기능을 꼼꼼히 따지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동시에 자기만족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소비자다. 

이처럼 소비 성향이 변화하면서 마케팅 포인트도 달라졌다. 사람들의 다양한 ‘자기만족’ 요소를 발견할 뿐 아니라 사회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자기만족’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이 안에서도 변화지 않는 ‘자기만족’ 요소, 즉 대다수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시간이 주는 가치, 즉 헤리티지다. 런던의 미술관 Marlborough Contemporary의 디렉터 앤드류 렌턴(Andrew Renton)은 “사람들이 세월의 시련을 견뎌낸 예술품들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라고 언급하며 시간을 견뎌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세월의 시간을 견뎌냈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신뢰와 안정을 준다. 모든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오랜 시간을 존재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 이러한 의미에서 앞으로 헤리티지가 갖는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경험의 프리미엄을 제공하라
이처럼 헤리티지는 시간을 통해 쌓은 신뢰가 가장 큰 가치가 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버틴다고 헤리티지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는 많지만 소비자가 ‘인정’하는 헤리티지를 갖는 브랜드는 얼마나 될까? 소비자와 교감할 수 있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브랜딩 전략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미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로열티를 갖고 있는 일명 ‘명품 브랜드’이 그들의 헤리티지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1213 F/W 시즌,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파리컬렉션은 19세기 에드워디안 시대(Edwardian Era)의 과장되고 화려한 실루엣을 불러왔었다.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는 루이비통이 탄생한 19세기와 루이비통이 쌓아온 여행에 대한 오래된 철학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2013년 루이비통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새로운 방법으로 브랜드 헤리티지 전달에 나섰다. 여행용 트렁크 제작업체라는 루이비통의 출발점과 여행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책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열정적인 수집가였던 루이비통의 손자 가스통 루이비통(Gaston Louis Vuitton)이 꼼꼼히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11명의 작가들이 ‘더 트렁크’(The Trunk: Short Stories)라는 이름의 소설을 발표한 것.

버버리(BURBERRY)의 스마트 퍼스널라이제이션(Smart Personalization) 서비스 또한 눈여겨볼만하다. 스마트 퍼스널라이제이션은 개인 주문형 상품에 삽입된 디지털 태그를 이용, 고객이 자사의 제품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코트나 가방에 삽입된 태그가 스마트폰과 플래그십 스토어에 있는 디스플레이와 상호작용하고 태그 터치를 통해 제품의 제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아날로그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히스토리에 최신 테크놀러지를 적극적으로 도입, 소비자와 인터렉션을 높인 것이 특징적이다. 또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각인시키는 동시에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애착을 고취시킬 수 있다.

 


3. 14 S/S CHANEL

 


명품 브랜드의 대표격인 샤넬(CHANEL) 역시 2014 S/S 컬렉션에서 브랜드의 시그니처를 활용해 헤리티지를 환기시켰다.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는 ‘Art’를 주제로 캔버스와 조각에서 영감을 받아 런웨이를 올 화이트의 갤러리로 연출했다. 여기에 샤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 로고와 전설적인 향수 No.5에서 모티프를 얻은 조각, 각종 팝아트 작품을 전시했다.

단순히 미술 작품 같은 컬렉션을 기획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샤넬의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상징물을 넣어 관객들에게 지난 역사를 상기시킨 셈이다. 전시회를 보는 듯한 이 컬렉션은 옷 자체로만으로는 브랜드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성을 전달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이처럼 브랜드 헤리티지는 소비자의 감성과 교류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는 소비자 스스로가 체험할 때 극대화된다. 

헤리티지, 없다면 빌릴 수도 만들 수도 있다.


 


1. Avalon with Korean Heritage  2. ‘H&M’과 마틴 마르지엘라의 리에디션  3. 경성팥집 옥루몽

 


헤리티지의 기본이 되는 ‘시간의 가치’를 갖지 못한 브랜드나 이를 쌓을 수 없는 신생 브랜드 어떻게 해야 할까? 헤리티지를 빌려, 그 가치를 더할 수 있다. 도요타는 작년 10월 아발론을 출시하면서 ‘아발론 위드 코리안 헤리티지’(Avalon with Korean Heritage)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이 달의 장인’을 선정한 뒤 해당 공예품을 아발론 구매 고객에게 증정하는 방식이다. 또 도요타 전시장을 활용해 기획 전시도 하고 있다.

한국 문화재의 품격과 도요타의 그것이 어울린다고 판단하여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는 도요타는 한국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재와 전통 공예품을 알리자는 데 취지가 있다고 밝힌다. 도요타가 쌓아온 노하우를 한국 문화재가 가진 가치에 빗대어 전달하고, 해외 브랜드로써 한국 문화를 후원하는 것이 국내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 F/W 시즌, H&M은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의 23년 역사를 대표하는 아이템을 새로운 스타일과 소재로 재탄생시킨 리에디션(Re-Edition)을 선보였다. 복고풍이 유행으로 돌아오는 것은 여러 차례 있지만 브랜드의 지난 컬렉션을 다시 부활시키는 일은 드물다. H&M은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마틴 마르지엘라의 헤리티지를 자신들의 상품에 녹여낼 수 있었다.

지난 2012 F/W 시즌, H&M은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의 23년 역사를 대표하는 아이템을 새로운 스타일과 소재로 재탄생시킨 리에디션(Re-Edition)을 선보였다. 복고풍이 유행으로 돌아오는 것은 여러 차례 있지만 브랜드의 지난 컬렉션을 다시 부활시키는 일은 드물다. H&M은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마틴 마르지엘라의 헤리티지를 자신들의 상품에 녹여낼 수 있었다.

편집숍 <디앤디파트먼트:D&DEPAR TMENT) 역시 물건이 가진 헤리티지의 가치를 발견하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주목하고 있는 곳이다. ‘Long Life Design’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이 곳은 일본에서 이미 큰 반향을 일으켰다.

생산 연대나 브랜드, 신품·중고품을 가리지 않고 롱 라이프 디자인, 즉 긴 생명을 지닌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데 <디앤디파트먼트>의 창업자이자 디자이너인 나가오카 겐메이(長岡賢明)의 안목을 거쳐 선발된다. 롱 라이프 디자인의 기준은 5가지인데 ▷만드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담긴 제품 ▷먼저 사용해본 제품 ▷되사서 다시 팔 수 있을 만한 수명의 제품 ▷수리해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제품 ▷제작사가 꾸준히 만들 물건이 그것이다. 유행에 민감한 물건은 제외된다. 서울점은 서울 브러쉬의 구둣솔, 광주요의 월백원형접시, 송월타올의 이태리타월, 삼양식품의 삼양라면, 국제아피스공업사의 만년필, 삼화금속의 미니 가마솥 등 모두 40년 이상 꾸준히 생산해온 제품들이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생겨나 전 세계로 시장을 넓혀온 유럽과 미국의 브랜드가 고유의 헤리티지를 갖고 있는 것과 달리 1950년대 이후 성장하기 시작한 국내 브랜드들은 쌓아온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다. 하지만 현재의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국내 브랜드들도 기업 철학을 견고히 해온 그 동안의 시간을 제품과 서비스에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tip>>
브랜드 헤리티지를 달은 박물관, 홍보 마케팅과 새로운 수익 모델로까지…



1.World of Coca-Cola Atlanta
코카콜라는 브랜드의 발상지인 미국 애틀랜타에 박물관(World of Coca-Cola Atlanta)을 두고 있다.
코카콜라에 관한 모든 정보를 모아놓은 이 곳은 애틀랜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명소가 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100년된 연구 자료부터 코카콜라를 이용한 팝아트 작품까지 전시되어 있어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코카콜라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헤리티지가 박물관이라는 새로운 상품이 된 것이다.



2. World of Coca-Cola Atlanta
허쉬스 초콜릿 역시 펜실베이니아에 허쉬스 초콜릿월드(Hershey's Chocolate World)를 세워 자사 제품에 대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1973년, 허쉬 공장 투어로는 해마다 늘어나는 방문자를 감당할 수 없어 세우게 된 이 곳은 허쉬스 초콜릿 제품을 특화하여 판매하는 가게, 카페,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고 이외에도 3D쇼, 자동 이동 차량, 공장 체험, 공짜 초콜릿 투어 등을 즐길 수 있다.




3.BMW 박물관
2008년 새로운 건물에서 재개관한 이후 혁신적인 건축으로 화제가 되었던 BMW 박물관은 최초의 엔진 모델부터 이 회사가 생산하는 비행기 엔진에 이르는 100여 개의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기관 및 엔진의 모양과 성능을 비교해 놓아 BMW의 기술 발달 역사까지 살펴볼 수 있다. 나선형으로 이루어진 통로를 통해 올라가면 각 층에 놓인 5개의 플랫폼에서 소장품을 감상하고 직접 조작해볼 수도 있다. 이 공간이 곧 BMW 고유의 기술력과 디자인 역량을 집약한 헤리티지인 셈이다.

 

2014년 2월 6일 패션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