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천다이저’ 요직에 전진 배치
지금은 ‘엠자이너’가 필요한 시기
최근 패션 업계 상품기획자(이하 MD)가 ‘숨은 조력자’에서 ‘대세’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업계에 의하면 MD 중심 체제로 조직을 개편하는가 하면 MD 출신이 요직에 전진 배치되거나 디자이너들이 이 업무까지 겸하게 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MD체제 강화는 대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이다.
MD가 강한 남성복 중심으로 성장해 온 대기업들은 여성, 패션잡화, 캐주얼 영역까지 확장하면서 디자인력을 수혈하기 위해 그동안 억대 연봉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하 CD) 영입에 치중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대기업들도 과거보다 더 체계적인 MD 중심 체제로 다시 돌아서는 분위기다.
대기업부터 디자이너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복 까지 머천다이저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불황에 불확실한 감성 보다는 이성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수요 예측으로 판매 적중률을 높여 재고 부담은 줄이고 효율은 높이자는 것이다.
리테일 환경 변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 사실 상품기획부터 생산, 유통, VMD 유기성에 집중한 SPA는 창의적인 감성보다는 돈 되는 아이템만을 우선한다. 보기도 찾기도 팔리기에 좋게 구성하고 디자인 감성 충족은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해결 하고 있다. 대세인 SPA의 이런점을 패션 업체들이 벤치마킹해 접목시키고 있다.
삼성에버랜드패션부문은 공급자망관리(SCM)를 세팅해 제품, 수요, 공급 관리에 집중하고, 상품기획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단계적으로 CD를 줄이거나 그들의 역할에 힘을 빼고 있다.
일단 경제 상황을 반영해 상품 기획 중심으로 바꾸었다가 디자인력의 점핑 시점에 다시 강화 하겠다는 취지다.
경쟁사인 엘지패션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경부터 숫자만 보는 MD에서 브랜드 운영 능력까지 겸비할 수 있는 MD 키우기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MD를 바이어로 명칭까지 바꿨다.
종전에는 디자이너들이 주로 했던 시즌 품평회 발표자도 바이어들로 바뀌었다. 올해부터는 바이어들이 디자인실에 제품을 의뢰해 제작할 수 있게 하고 해외 생산 소싱처 개발까지 맡게 된다. 향후 브랜드 사업부장의 중책까지 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단계라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업 내 MD의 위상도 달라졌다.
MD 출신이 디자인실이나 사업부장 등 요직에 오르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수십 년간 CD체제였던 태진인터내셔날의 ‘루이까또즈’는 지난해 디자인실 총괄 책임자가 MD 출신인 최정식 이사로 바뀌어다.
삼성에버랜드패션부문의SPA ‘에잇세컨즈’사업부장인 김정미 상무, 인동에프엔 ‘쉬즈미스’의 윤세은 이사, ‘리스트’의 박선영 이사 등은 모두 MD출신 사업부장이다.
CD들에게 MD 업무까지 장착 시키는 경우도 있다. 성주디앤디의 임지혜 CD는 MD까지 맡겨 브랜드 본부장으로서의 역할까지 맡고 있다. 엘지패션의 조보영 상무는 MD, 영업까지 두루 섭렵한 CD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박선영 인동에프엔 ‘리스트’이사는 “지금의 기획자는 정량적 또는 정성적 역량 어느 한 가지에 치우치지 않고 머천다이저와 디자이너 양 쪽의 역할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수행할 수 있는 ‘엠자이너’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중장기적으로 디자인, 패턴, 원부자재, 임가공, 판매 등 전반에 거쳐 프로세스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 된 것. 또 점차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 형으로 진화하고 의류매장이 토틀화 및 편집화 되면서 수입도 증가해 기획, 바잉MD의 파워가 강해지는 추세이다.
2014년 3월 13일 어패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