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수입 확대에 ‘DT 업체’ 울상

2014-03-21 00:00 조회수 아이콘 3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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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행수입 확대에 ‘DT 업체’ 울상

직매입형 유통 확대가 상생 해법


 

병행수입이 확대되면서 유통업체가 직접 해외 브랜드 상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이마트가 진행한 ‘캐나다구스 대전’ 모습.

 


“해외 트레이드쇼를 다니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브랜드를 발굴하고 국내에 도입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2~3년 동안 마케팅에 투자를 하면서도 국내에 좋은 해외 브랜드를 소개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제는 졸지에 폭리를 취하는 악덕 업자가 됐습니다.”

최근 정부가 수입 제품의 국내 판매 가격을 내리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병행수입 활성화 대책이 디스트리뷰션 업계에 직격탄으로 떨어졌다.

국내 패션 시장은 최근 4~5년간 전문 디스트리뷰터와 리테일러가 점진적으로 성장하며 리테일 시장 환경 조성의 과정을 거친다.
해외 브랜드 디스트리뷰터는 도메스틱 홀세일 브랜드와 더불어 국내 리테일 시장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구성원이다. 이들은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선별해 총판 계약(디스트리뷰션)을 맺고 마케팅과 영업 활동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병행 수입 규제 완화 정책으로 디스트리뷰터들의 사업 활성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현재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아이템은 일부 병행수입 업자가 물건을 들여와 온라인 오픈마켓 등지에서 최소 마진만 붙여 파는 경우가 많은데 병행수입이 더 손쉬워질 경우 운영 여건이 더욱 안좋아질 것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최근 2~3년 사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캐나다구스’의 경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면서 공식 디스트리뷰터인 코넥스솔루션을 통해 판매된 물량보다 병행수입을 통해 판매된 물량이 월등하게 많을 정도다.

하지만 디스트리뷰터들은 “국내 판매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는데 우리가 애꿎은 피해를 보게 생겼다”고 항변하고 있다.

디스트리뷰터들이 꼽는 ‘다른 이유’는 일부 대기업들이 수입 사업을 펼치면서 필요 이상 고가 정책을 유지해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높아진 점과 35% 내외의 판매 수수료 문제다.

백화점에서 125만원에 팔리는 ‘캐나다구스’ 익스페디션 재킷의 경우 백화점 수수료를 35%로 가정했을 때 43만7500원이 백화점 몫이다. 여기에 판매사원 인건비와 인테리어비 등 부대비용을 합치면 유통 코스트만 5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디스트리뷰터 입장에서는 최소 마진을 보더라도 결국 소비자들에게 ‘폭리’라는 원성을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외의 경우 직접 바잉해서 판매하는 사입형 유통 시스템이 탄탄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원가 대비 2.5배수 정도의 판매가만 책정하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위탁제도가 대부분인 국내 유통 현실에서는 디스트리뷰터의 경우 3.5~4배수 정도는 돼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다.

이은혁 카시나 대표는 “특히 병행수입은 특성상 이미 인지도가 높아진 브랜드에서도 일부 인기 아이템만 수입, 판매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유통 수수료, 마케팅, 판촉 비용과 최소 인력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면서 “이러한 비용을 판매 가격에 포함시켜야 하는 공식 수입업체들에게는 역차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스트리뷰션 업체들은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병행수입 업자를 양산해서는 이제 막 성장세를 타는 리테일 시장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결국 유통업체, 특히 백화점이 직매입 비중을 늘려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중견 디스트리뷰션 업체 대표는 “수입 제품이 합리적인 가격에 팔리기 위해서는 결국 백화점이 의지를 갖고 직매입을 통해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면서 “최근 백화점들도 혁신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직매입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2014년 3월 21일 패션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