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재고 소진이 이번 시즌 장사 판 가른다
패션 업계는 지난 몇 년 간 다운 제품으로 톡톡히 재미를 봐왔다.
11월 초부터 매서운 추위가 지속되기도 하고 영하 10도 밑으로 기온이 내려가는 날이 많아지면서 다운 제품은 ‘만들면 팔린다’라는 공식이 자리잡았다.
특히 2012년 겨울에는 주요 브랜드들의 다운 소진율이 70~80%에 육박했고 ‘몽클레르’, ‘캐나다구스’ 등 고가 구스다운도 높은 판매를 보였다.
이를 표방한 사파리형 다운과, 헤비 구스 다운은 전복종에 걸쳐 주력 상품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아웃도어와 스포츠 다운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이는 지난 겨울 모든 복종에서 다운에 올인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전 복종에 걸쳐 적게는 전년대비 20~30% 물량을 확대했으며 많게는 두배 이상 늘리며 다운에 올인했다. 다운 제품은 저가부터 고가에 이르기까지 2천만장 이상이 시장에 풀려나와 ‘다운 2천만 시대’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올 초 겨울 장사를 마감한 시점에서 전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물량은 늘어 났는데 판매가 예년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상 고온현상에 경기 침체 여파가 불어 닥치자 적게는 5% 포인트, 많게는 10% 포인트 이상 판매율이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체들은 추동 다운 물량 기획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쌓여있는 재고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올 10월 중순부터 브랜드별로 대규모의 이월 상품 할인행사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정상 판매가 부진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여기에 다운 원자재 값이 폭등하면서 원가 상승 요인도 발생, 업계는 막판까지 물량 투입에 고심하기도 했다.
아웃도어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선두권 브랜드의 경우 작년 재고만 20만장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많아 올 초 까지 물량을 줄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대체 아이템이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소폭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리오더 비중을 강화하고 선기획 생산을 늘려 원가 절감 효과를 노리고 있다.
또 재고들이 올 겨울 싼 가격에 방출될 것을 감안해 아예 고가 다운을 늘리거나 스타일 수를 확대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경기 상황을 고려해 비싼 구스 다운 보다 저렴한 덕 다운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아웃도어는 브랜드 편차 심해
물동량이 가장 많은 아웃도어 업계는 고심 끝에 다운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 판매율이 상대적으로 좋았거나 볼륨화를 시도하는 브랜드들이 주축이 되어 10~30% 가량 늘리기로 했다.
‘케이투’는 최대 70만장의 대규모 물량을 준비하고 있으며 ‘아이더’는 65만장의 물량 투하를 준비중이다. 이는 전 패션업계 다운 제품 공급 1~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반면 ‘블랙야크’는 지난해 가장 많은 60만장을 투여했지만 올해는 경기 상황을 고려 10만장을 줄이기로 하고 효율화 작업을 진행한다.
‘밀레’는 50만장의 물량을 준비중이며 ‘센터폴’, ‘몽벨’은 볼륨 브랜드 진입을 위해 20~30%를 확대한다.
캐주얼 업계는 브랜드마다 차이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소폭 늘리는 추세다.
지난해 생산량을 늘렸던 브랜드는 줄이고, 생산량이 적었던 브랜드는 늘렸다. 또 다운 원료 값 상승에 따른 웰론 등의 대체 충전재 활용도 늘었다.
‘폴햄’은 지난해 전체 아우터 물량 가운데 90% 정도를 다운으로 생산했으나 올해는 76% 수준인 14만장을 출시할 계획이다. 대신 웰론 충전재 사용을 늘렸다.
‘테이트’는 작년에 다운 제품을 8천장 출시했으나 조기에 소진돼올해는대폭늘려3만5천장을생산한다. ‘팬콧’ 역시 지난해 다운점퍼의 반응이 좋아 30% 가량 늘려 공급한다.
남성복 업계도 가두점 주력의 업체들은 늘리는 반면 백화점 브랜드들은 작년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다. 대부분 유통망 확대에 따른 자연 증감분이 반영되어 기존점 대비 물량은 크게 확대되지 않고 있다.
‘지이크’는 올해 다운 생산량을 크게 줄였다.
지난해 출시한 저가 기획 다운 제품을 올 겨울 출시하지 않고, 정상 메인 상품에 집중키로 했다. ‘코모도스퀘어’와 ‘본지플로어’도 다운 전체 공급량은 작년에 비해 크게 늘렸으나 유통 증가분에 대한 것으로 기존점 대비로는 작년과 보합 수준이다.
TD캐주얼 ‘라코스테’는 초도 생산량을 전년대비 5% 가량 줄였다.
반면 시장 상황에 따라 반응 생산을 강화키로 하면서 총 4만7천장을 출시할 계획이다.
여성복 다운 물량 소폭 감량
골프웨어 업계는 전년대비 15% 내외 증량을 선택했지만 이는 유통망 확대에 따른 자영 증가분 정도이다. 일부 브랜드만이 30~40%까지 늘려 잡고 있다.
다운 점퍼와 패딩 구매 수요가 아웃도어에 집중되기 때문에 일상에서 활용가능한 트렌디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 헤비 아이템보다는 경량 아우터를 많이 가져간다. 경량 아우터의 경우 남성은 어떤 옷과 매치해도 잘 어울리는 캐주얼한 블루종(blouson) 스타일을 중심으로, 여성은 엉덩이를 덮는 하프와 롱 기장에 여성스러운 디테일을 강화해 여성성을 극대화시킨 디자인으로 아웃도어와 차별화한다.
반면 여성복 업계는 물량을 보합내지 소폭 줄이고 있다.
100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는 작년 겨울에 비해 올 해 다운 물량을 줄이기로 했다. 여성복 브랜드에서 다운 아이템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줄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물량을 줄이면서도 스타일 수를 늘려 여성복 브랜드의 강점을 살린 디자인 차별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경쟁적으로 출시됐던 10만원대 미만 기획 다운도 올 겨울에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