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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패션시장에 총성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패션시장에서 가장 판매가 왕성해야 할 4~5월의 성과부진으로 6월부터 밀어내기식 세일전쟁에 들어간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세월호 영향, 월드컵 부진으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고자 대대적인 바겐세일에 들어갔다”고 설명한다. 실제 국내 패션시장에 작년에 팔다 남은 다운 점퍼만 1000만장 이상이라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이니, ‘재고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 짐작할 수 있다.
◇ 다급한 아웃도어… 다운점퍼 대방출
가장 빠르게 재고정리에 들어간 것은 7~8년만에 처음 역신장을 하고 있는 아웃도어 업체들.
지난 6월초 3사 백화점에서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K2’ ‘블랙야크’ ‘밀레’ ‘아이더’ 등이 지난해 다운상품 세일에 들어갔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최대 81%까지 할인행사에 들어가며, 정상가 50~60만원대에 판매하던 상품을 13만원에 판매하는가 하면, 3~4만원 초저가까지 난무했다.
‘K2’는 백화점 3사의 다운상품 세일기간 동안 20억원에 달하는 매출률을 보이며, 5개 아웃도어 브랜드 중 가장 많이 판매했다. 또한 ‘네파’ 12억, ‘밀레’ 7억4000의 매출을 보이며 그 뒤를 따랐다.
아웃도어 업체들의 이 같은 행사에 대해 패션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상반기 주요 브랜드의 역신장이 현실화되면서 ‘재고문제’도 불거졌다. 기업들은 ‘세월호 악재’를 운운하며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지난해 평균 판매율 62%, 재고자산률 3.5 등의 비교적 저조한 생산률을 감안할 때 올 하반기 정교한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국내외 SPA 브랜드 연달아 대형세일 진행
최근 기존 해외 SPA 브랜드에 대항하는 국내 SPA브랜드가 빠르게 뒤를 쫓으면서, SPA 브랜드의 경쟁구도는 이전보다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H&M’은 6월 19일부터 상품 소진시까지 세일을 진행하고 있으며, ‘유니클로’ 또한 6월 20일부터 7월 10일까지 품목별로 다양하게 최대 1만원 상당의 세일행사에 들어갔다. ‘자라’는 지난 27일부터 오는 10일까지 품목별로 최대 50%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6일 행사 첫날 ‘자라’ 명동점에서는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계산대 앞에서 30~40분간 길게 줄을 서있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국내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H&M’과 같은 날인 6월 19일부터, 국내 SPA 브랜드로서는 처음 세일을 시작했다.
SPA 브랜드와 더불어 캐주얼 업계 또한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달 ‘폴햄’이 기존 판매하던 티셔츠를 1만9800원으로 가격을 내리기가 무섭게 ‘유니클로’ ‘지오다노’가 1만9800원으로 가격을 인하하며, 경쟁구도가 더욱 뜨겁게 형성되고 있다.
국내외 SPA브랜드의 대형 세일열풍이 가열화 되고 있는 가운데 잦은 세일이 오히려 SPA브랜드에 대한 가격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SPA 브랜드 관계자는 “SPA 브랜드의 가장 큰 장점이 합리적인 가격인데, 그 가격에서 세일을 진행해 가격을 내린다고 해서 이익구조가 형성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SPA 브랜드 ‘탑텐’은 전략상품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탑텐’은 지난 6월 4일 유니버셜 뮤직 머천다이징 브랜드 ‘브라바도’와 콜라보레이션한 9900원의 그래픽 티셔츠를 내놓았다. 국내외 SPA브랜드의 파격세일 기간에도 불구하고, 이 티셔츠는 하루에 2만장 이상이 판매되며 초도 20만장과 리오더 30만을 포함한 50만장 판매라는 진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김한수 신성통상 전무는 “더 이상 SPA 브랜드도 가격이 싸다고 해서 팔리는 시대는 아니다. 가격보다 브랜드만의 스테디아이템을 만들어 경쟁구도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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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사 백화점 대규모 세일, 결과는…
백화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형 3사 백화점은 3년전까지만 해도 1년 중 80일에 달하는 정기세일을 진행했지만, 최근 3년에는 100여일에 달하는 잦은 세일을 진행했다. 이는 한 달에 열흘 꼴로 정기세일을 열고 있는 것으로, 잦은 세일이 도리어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형 백화점 3사는 올 여름도 마찬가지로 지난 27일부터 오는 27일까지 1달간 같은 기간에 정기 세일 행사를 진행한다. 같은 기간의 행사이지만, 그 규모 만큼은 작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최근 롯데백화점은 일명 ‘10억 경품’이란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며, 행사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1등 10억, 2등 1억, 3등 1000만원, 4등 400만원이라는 금액을 내걸었다. 롯데백화점이 수억원대 경품을 내건 것은 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침체된 내수시장에 5억8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내건 이후 5년만이다.
현대백화점은 세일 초반 수입남성 의류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기획전 물량을 10~15% 확대했다. 6월 27일~29일 세일 첫 주말에는 아웃도어 패션과 유명 모피브랜드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열었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강남점에서 열린 한 달간의 행사 중 ‘세일 초반을 잡아라’라는 특명으로, 6월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영캐주얼 패밀리 대전’을 열어 50억원치의 물량을 준비해, 최대 50~80% 대규모 세일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백화점의 파격 경품 행사에도 불구하고, 세일에 들어간 첫 주말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지난 30일 유통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매출 신장률은 전년동기 4.4%, 같은기간 현대백화점도 3.7% 신장에 그쳤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0.7% 늘어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했다. 재고소진 총력전에 나선 유통업계는 예상치 못한 부진한 실적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실제로 세일이 늘며 소비자들에게는 정가구매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빈번한 세일이 도리어 가격에 대한 논란을 자초하며,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살 깎아먹기 식의 세일 정책은 자제해야 한다. 이와 같은 떨이현상은 시장 전체의 벨류와 소비심리를 떨어뜨린다는 면에서 심각한 현상이다. 무분별한 할인 경쟁에서 벗어나 각 브랜드 고유의 특성과 제품 경쟁력을 앞세운 건전한 시장 형성이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2014년 7월 4일 패션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