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에이랜드’에서 한국형 리테일 성공모델 찾는다
중동점 리뉴얼 후 일평균 매출 2000만원 기록하며 순항
쇼핑 편의성 극대화한 VMD·상권별 차별화 MD 눈길
디자이너 셀렉트숍 ‘에이랜드’는 주요 상권에 매장을 오픈하고 백화점과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등 과감한 유통망 확대와 차별화된 VMD 및 상품 구성으로 한국형 리테일 비즈니스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은 ‘에이랜드’ 중동점 앞에 몰린 인파들
#. 대학생 조성희씨(21)는 지난 13일 어머니와 함께 현대백화점 중동점을 찾았다. 모녀가 함께 즐겨찾던 ‘에이랜드’ 중동점이 확장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조씨는 “싸고 예쁜 옷이 많아 어머니랑 종종 ‘에이랜드’에 들르곤 했다. 많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온 적도 있을 정도”라며 “원래 매장이 2층에 있었는데 1층으로 옮겨 동선이 편해졌고 또 넓고 밝아진 분위기라 좋았다”고 말했다.
#. 양 손에 쇼핑백을 든 전원우씨(23)와 강한솔씨(23)가 밝은 미소로 ‘에이랜드’ 가로수길점에서 나왔다. 창원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은 여행 겸 서울 가로수길을 찾았다가 ‘에이랜드’ 매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전씨는 “사실 ‘에이랜드’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지나가다 들어가봤는데 괜찮고 저렴한 가격의 옷이 많아 티셔츠, 바지 등 10만원 어치 사서 돌아가는 길이다. 나중에 가로수길에 올 때 또 한 번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에이랜드’가 진화를 거듭하며 한국형 리테일 비즈니스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최근 ‘에이랜드’는 주요 매장을 잇달아 리뉴얼 오픈하며 새로운 버전의 셀렉트숍을 제안해 또 한 번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중동점은 지난 8일 확장 리뉴얼 오픈 한 뒤 주중, 휴일 가릴 것 없이 많은 인파들이 몰려 쇼핑을 즐기며 일평균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가로수길 끝자락인 현대백화점 방향으로 이전오픈 한 가로수길점에는 일반 소비자는 물론 관광객들까지 몰려들며 상권이 확장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탁트인 시야와 편리한 동선을 자랑하는 ‘에이랜드’ 중동점 |
◇ 쇼핑 편의성 높인 VMD 도입에 디자이너도 방긋
‘에이랜드’는 지난 7월 가로수길점을, 이달 8일에는 중동점의 새단장을 마친 뒤 재오픈했다.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어지러이 얽히고 설킨 진열대와 행거 대신 등장한 통일된 모양의 진열대다.
매장 전면에는 허리높이의 진열대가 자리잡고 있어 소비자들이 보다 손쉽게 다가설 수 있으며 보다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해 쇼핑의 피로도를 낮췄다. 도서관을 연상케 하는 나무 행거 또한 독특하다.
이 곳에는 각 브랜드별로 옷이 일목요연하게 정돈되어 있으며 행거별로 브랜드 이름과 콘셉에 대해 적어놓아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디자이너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도록 했다. 백화점에서는 보기 드물게 외벽을 통유리로 구성해 풍부한 자연 채광을 즐길 수 있는 점 또한 눈에 띈다. 이러한 디스플레이 방식은 앞서 지난 5월에 명동에 선보인 남성전문관 ‘에이랜드M’에서 처음 선보인 바 있다.
한 패션업계 전문가는 “‘에이랜드’ 중동점을 리뉴얼 오픈할 때부터 지켜보고 있는데 반응이 꽤 좋다. 아무래도 새로운 콘셉의 VMD가 집객에 한몫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점 브랜드 또한 새로운 VMD 방식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전보다 VMD가 훨씬 좋아졌다며 흡족스러워하는 평들이 나오고 있다”며 “우리 브랜드에서는 리뉴얼한 매장이 다른 매장보다도 훨씬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등 리뉴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화전략으로 다양해진 소비자 니즈 충족
점포별로 상품 구성을 특성화 한 것도 눈에 띈다.
중동점은 주로 저렴한 가격대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로 채워졌다. ‘에이비로드’ ‘블루리프’ ‘3.3필드트립’ ‘마크모크’ ‘피스메이커’ 등 대부분이 한 아이템당 가격이 5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는 1020의 방문이 많은 중동점의 특색을 반영한 것으로 유추된다.
가로수길점은 ‘에이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상품 구색을 선보인다. 1층에는 ‘사가와 후지이’ ‘다니엘웰링턴’ ‘파타고니아’ ‘풀인’ ‘칩먼데이’ 등 유니크한 수입 브랜드들과 함께 텀블러, 찻잔, 비누, 샴푸, 타올, 스케이트보드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까지 아우르고 있다. 그밖에 지하1층에는 남성 컬렉션, 2층에는 여성컬렉션, 3층에는 여성 캐주얼 웨어까지 폭넓은 의류 상품을 제안한다.
명동 매장 또한 점포별로 각기 다른 콘셉을 선보인다. ‘에이랜드’는 명동 2호점을 ‘세컨드 페이지’를 열어 손쉽게 살 수 있는 남녀 캐주얼 의류, 잡화 등을 선보인데 이어 1호점 맞은편에 남성전문관 ‘에이랜드M’을 오픈했다. 2030 남성을 위한 전문숍을 지향하는 ‘에이랜드M’에는 기존 ‘에이랜드’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프리미엄급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두루 갖췄다.
‘비욘드클로젯’ ‘유즈드퓨처’ ‘반달리스트’ 등 컬렉션을 중심으로 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들로 판로 확보에 애를 먹던 이들을 명동 상권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리테일 전문가는 “‘에이랜드’가 특화전략으로 다양해진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었던 것은 정은정 사장의 ‘현장 경영’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은정 사장은 매장과 같은 건물에 사무실을 둠으로써 수시로 현장을 방문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의 반응과 시장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입출고관리를 해당 점포 매니저에게 일임하는 것 또한 선전의 비결로 꼽힌다.
입점 브랜드 관계자는 “예전에 일부 브랜드들이 ‘에이랜드’는 재고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로스율도 많다고 불평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 하지만 내가 입점하고 보니 오히려 입출고를 해당 점포 매니저가 관리해 현황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피드백하는 편이었다”며 “그래서인지 국내에서는 ‘에이랜드’만큼 매출 효율이 좋은 매장도 드물다. 브랜드들은 ‘에이랜드’ 매출만으로도 먹고 사는 브랜드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랜드 가로수길점 |
◇백화점식 운영방식에 불만의 목소리도
점차 사세를 확장해 나가는 ‘에이랜드’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말이 있다. 왜 하필 ‘위탁 시스템’이냐는 것. 일반적으로 해외 셀렉트숍들은 상품을 사입해 책임지고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에이랜드’는 국내 백화점처럼 판매 수수료율을 받는 구조다. 따라서 입점 브랜드는 물건이 판매가 된 후에야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보니 종종 차기 시즌 샘플 제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또한 대다수의 디자이너 브랜드가 소규모로 운영돼 디자인부터 생산, 입고, 재고까지 많은 과정을 다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하지만 리테일러들을 다른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국내에 사입을 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브랜드를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라면서 “브랜드들도 위탁을 통해 시장의 니즈를 반영한 디자인과 브랜딩을 다져나가는 한편 리테일러들에게 최소 3배수 이상의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수익구조를 갖추는데 힘쓴다면 완사입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해외 시장까지 아성 이어갈까?
패션·유통업계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부문은 해외사업 부문이다.
‘에이랜드’가 해외에 매장을 냄으로써 정보나 자본력이 부족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지 못했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 사장이 올해 홍콩 상장을 준비하는 한편 세계에 10개점을 출점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며 ‘에이랜드’의 행보에 많은 이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에이랜드M |
‘에이랜드’는 2006년 유니크한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를 한 데 모아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서울 명동에 이어 가로수길, 홍대, 이태원 등 주요 상권에 점포를 확보해 나갔다. 이후 대형 유통가로부터도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2011년부터는 현대백화점 중동점, 신촌점, 무역센터점, 부천점 등에도 입점해 백화점에 젊은 고객들의 발길을 되돌리는 효과를 거뒀다. 이후 2012년에는 홍콩에 매장을 오픈, 3개점까지 늘리며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2014년 8월 22일 패션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