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 기업인 롯데, 신세계, 현대의 신규 유통망 확장 사업이 지역 상인들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통시장, 영세상인 등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커진데다 상인들의 반발도 갈수록 거세져 예전처럼 ‘밀어 붙이기식’ 사업 추진이 힘들어 진 탓이다.
이에 업계에는 대기업과 지역 상인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4일 대전 시청 앞에 대전지역 상인연합회,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 소상공인연합회 등의 단체 소속 회원들이 ‘사이언스콤플렉스 조성사업’을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사이언스콤플렉스’가 들어서면 대전지역의 소상공인, 지역 전통 시장 등이 타격을 입고 점포 문을 닫는 등 상인들의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사이언스콤플렉스’는 대전시가 엑스포과학공원을 되살린다는 방편아래 추진 중인 사업으로 전체 면적의 8% 정도인 4만7448㎡ 규모다.
2015년 7월 착공, 2018년 6월 준공예정인 이곳은 크게 ‘사이언스센터’와 ‘사이언스몰’로 나누어 추진한다. ‘사이언스센터’에는 기초과학단지·도서·창업센터 등이 입주하고, ‘사이언스몰’에는 과학·문화관람공간설·상업시설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대전지역 상인들은 이중 사이언스몰에 들어서는 대규모 쇼핑 시설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 대전시는 이곳에 최근 입찰을 추진해 롯데와 신세계 두 곳의 사업 계획서를 접수 받고 심사를 앞둔 상태다.
김태호 전국패션대리점연합회 대전지부장은 “사이언스콤플렉스 전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상업시설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라면서 “대기업만이 살고 중소상인들은 죽는 이런 정책은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지난 7월 24일에는 수원 지역 22개 전통시장 상인 1000여명이 수원역 앞에 몰려 들었다.
이들은 ‘상인 생계를 짓밟는 롯데쇼핑몰은 철수하라’는 피켓을 들고 이달 22일 오픈 예정이었던 수원역 인근 옛 KCC부지에 들어서는 롯데쇼핑몰 오픈 반대 시위를 펼쳤다. 이곳 롯데쇼핑몰은 27만㎡ 부지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여기에 롯데쇼핑몰까지 들어서는 초대형 복합 쇼핑 시설로 진행됐다.
수원지역 상인들은 이 같은 거대 유통 시설이 수원역에 오픈하면 수원지역의 가두점과 전통 시장이 하루 아침에 무너져 상인들의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최근 신세계사이먼이 운영 중인 ‘여주프리이엄아울렛’에서도 인근의 ‘여주375아울렛’ 상인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150개 브랜드가 추가되는 확장 공사가 한창이기 때문.
신세계사이먼은 이번 확장을 통해 미입점한 아웃도어 브랜드를 비롯해 해외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 일부를 입점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광일 375아울렛 상인회장은 “롯데아울렛 이천점이 오픈해 매출 타격을 받아 고사 직전에 있는 점포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신세계까지 확장 공사를 한다고 해 반대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면서 “애초 취지대로 해외 브랜드만을 추가한다면 모를까 중복되는 브랜드나 국내 브랜드와 다름없는 라이선스 브랜드 입점을 추진한다면 결코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서울 송파 가든파이브에 추진되는 현대아울렛과 부산 광복동 롯데백화점과 연결되는 복합쇼핑몰도 마찬가지.
상인들의 반대로 무산되거나 오픈 일정이 미뤄지는 등 전국 곳곳에서 유통 대기업의 신규 사업 추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처럼 최근 전국적으로 상인들의 반대 집회가 늘고 있자 사회 전반적으로 유통 대기업들이 상인들과 대화를 통해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여주시는 얼마 전 신세계사이먼과 여주375아울렛의 양쪽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두 번의 만남을 성사시켜 서로 상생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중재했다.
또한 수원시도 롯데쇼핑몰 오픈을 앞두고 상인들의 반대가 격렬해지자, 최근 롯데 측에 상인들과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고, 교통 문제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한 후 재심의를 거쳐 최종 영업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호 전국패션대리점연합회 대전지부장은 “상인들 가운데에는 지역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으니, 유통 대기업의 사업 확장에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의견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창구가 만들어 지고 대화를 하다 보면 합의점도 찾지 않겠나, 유통 대기업도 대화를 위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누리당 당사에서 대책 회의하는 장면 |
여주시청 주재로 열린 신세계사이먼의 여주프리미엄아울렛과 여주375아아울렛 관계자 간 회의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