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머니’ 공습은 이제부터…

2014-09-29 00:00 조회수 아이콘 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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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 머니’ 공습은 이제부터…

 

이달 초 아가방을 인수한 라임패션코리아는 중국의 랑시그룹이 국내에 세운 기업이다. 이 회사의 신금화 사장은 조선족 출신으로 국내 패션 업계에서도 유명 인사다. 대현과 바바패션 등 중견 기업 여성복의 라이선스를 상당수 보유하고, 현재 국내에서는 전개되지 않는 ‘랑시’를 중국에서 전개해 연간 5천억원이 넘는 브랜드로 키워냈다. 
 
중국에서 ‘랑시’는 재킷 하나에 1~2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급 반열에 올라 있다. 자신들이 직접 만든 브랜드도 상당수다. 이들과 거래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랑시그룹이 중국 공산당이나 대형 유통에 구축하고 있는 탄탄한 ‘꽌시’를 인정한다. 만약 국내 기업이 중국에서 ‘랑시’를 직접 전개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위한 현지 파트너로 이들을 택한 이유다. 
 
그러던 곳이 국내 굴지 1위 유아복 기업의 주인이 됐다. 처음 중국계 자본이 국내 패션 기업을 인수했을 때만 해도 업계는 어쩌다 한번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더신화와 아비스타에 이어 아동복 1위 기업인 서양네트웍스, 유아복 1위 기업 아가방에 이르자 조금씩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데 있다. 
 
오랜 기간 침체를 겪어 온 국내 패션 기업들 중 매각이나 투자를 원하는 곳은 많지만, 국내에서 매각은 점점 더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서양네트웍스와 아비스타와 같이 대주주 지분만 중국 기업이 갖고, 경영권을 유지시켜 주는 방식은 이상적인 만남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현재까지의 상태를 말한다. 
 
중국 소비 시장이 커지고, 한중 FTA가 연내에 체결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중국 공략을 부르짖고 있지만 실상은 크게 다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좀 더 냉철한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중국계 자본이 우리 안방까지 흘러 들어와 패션 업체들을 인수하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중국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 현재 중국에서 성공한 국내 패션 기업은 이랜드그룹과 더베이직하우스 정도가 꼽힌다. 
 
코오롱 북경지사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국내 기업들 상당수는 현지 법인에 서너명을 상주시키며 중국 공략을 말한다. 현지 유통의 특성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중국 사업은 이제 100억, 200억을 투입해서 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미 글로벌화되어 있는 시장이고, 과거에 비해 그만큼 초기 진출 비용이 든다. 지금과 같은 진출 방식으로는 점 하나를 찍는 일에 불과하다. 5년 후, 10년 후를 보고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에 앞서 자국 내 소비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유통 산업이 빠르게 커지고 이를 채울 콘텐츠를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 출신 디자이너를 데려다 쓰는데 주력하던 중국 기업들이 그 다음엔 라이선스를 체결하거나 합작 형태로 브랜드를 도입하는 단계로 발전했고, 최근에는 경영권 인수에 달려들기 시작했다는 것. 적어도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중국 현지 전문가들은 수년전부터 예상되어진 일이라고 말한다. 
 
이랜드차이나의 한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일본에 비해 한국에 대한 호감이 크고, 한류 문화의 인기가 높다. 자본과 시를 보유한 중국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키우기보다 국내 브랜드를 인수해 중국 시장에서 키우겠다는 계획을 오래전부터 세워왔다. 자국의 내수 시장 자체가 너무도 크다보니 콘텐츠 즉, 브랜드를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가 우열을 가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우리 바람대로 국내 업체들에 투자만 하고 중국에서 전개하는 데만 그칠 일은 만무하다. 이미 국내에 중국 기업들의 상표 출원이 급증하고 있으며 랑시그룹이나 리앤펑과 같이 현지 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본격화하는 곳들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는 중국 자본의 국내 투자를 반길 수 있을지 몰라도 콘텐츠와 경험을 쌓은 중국 기업이 국내에 역진출할 때를 생각해야 한다. 아시아 패션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에는 앉아서 시장을 내어 주고, 중국 기업에는 주인 자리를 내어 주고 있는 게 현재 한국 패션 시장의 위상이라는 우려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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