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패션 기업도 세확장 ‘야금야금’

2014-10-01 00:00 조회수 아이콘 4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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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패션 기업도 세확장 ‘야금야금’



 

어느 날 갑자기 큰 손이 되어 국내 시장을 활보하기 시작한 중국 기업들과 달리 일본 기업들은 조용히 국내 시장에서 터전을 넓혀 왔다. 
 
진출 양상은 국민성과도 관련이 있지만, 각 국의 시장이 처한 흐름, 그리고 국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차에 따른 것이다. 
 
일본은 92년 버블 붕괴 이후 내수시장이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해외 진출이 절실했다. 1억2천만명의 인구가 살지만 얼어붙어 버린 소비를 되살리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일본 기업들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이나 미주 진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90년대 중후반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 대부분이 실패를 겪고 이후 노선을 완전히 바꾼다. 미국이나 유럽의 브랜드나 기업을 인수하는 데 주력하기 시작하는데 일본 산 브랜드로 시장 공략이 막히니 아예 그 나라 브랜드를 사 버리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둬 연간 외형이 1~2조원을 넘어서는 다수의 패션 상사들을 탄생시켰다. 
 
반면 아시아 국가 중 소비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한 한국 시장은 직진출에 주력한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계 기업은 한국월드패션과 데상트코리아, ABC마트, 아이디룩, 동일레나운 등 다수다. 유니클로 역시 롯데와 합작 형태로 직진출한 경우다. 
 
이들은 합작이나 파트너십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대다수가 CEO를 포함한 한국인 경영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지분 구조나 이익 분배 현황 등을 살펴보면 철저하게 일본 본사의 지배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물론 업계도 그들이 일본 기업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그만큼 그들이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여성복 전문 기업인 아이디룩은 9개의 국내외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데, 100% 일본 자본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전부를 한국인으로 구성해 일본 기업이라는 점을 드러내지 않으며 중견급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밖에도 직진출한 크고 작은 일본 기업이 다수 있고 조용히 저변을 넓히는 중이다. 
 
반면 일본 기업이 한국의 브랜드나 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전무하다. 일차적인 이유는 자국 내수 시장에 전개할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중국과 달리, 일본 기업들은 시장의 확장이 절실했기 때문이지만, 양국 간의 호감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일본 브랜드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아마 그 때부터 일본 기업들이 노선을 바꿔 현지화 전략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일본에 나가 성공한 사례는 아직까지 전무하다.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이랜드그룹이 이제 진출을 시작한 게 전부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본 백화점 업태의 쇠락을 포함한 내수 시장의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 됐고 버블 붕괴 이후 일본 유통 산업이 우리와 전혀 다른 형태로 이행되어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진전 과정이 일본과 닮아 있는 만큼 서둘러 시장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는 시각도 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라는 거대하고 강력한 혼란이 한 번에 들이닥쳤지만 국내는 서서히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과거 일본 기업에 비해 해외 시장 개척의 절실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견 기업의 한 임원은 “국내는 일본보다 내수 시장이 더 작은데다, 개인 저축률도 낮다. 소비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일본보다 더 심각해 질 수 있는데 시장을 빼앗기기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을 넓히려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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