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진검승부 구조혁신

2014-12-04 00:00 조회수 아이콘 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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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진검승부 구조혁신



조영일 칼럼
경천동지할 삼성과 한화의 자율 빅딜을 지켜보면서 빛의 속도로 변하는 변곡점의 꼭대기를 실감한다. 흔히 우리 재벌들은 선단식 결영이나 문어발 확장에 익숙해 있었지만 이번 한국 최대 재벌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이같은 고정관념을 희석시켰다. 

돈이 된다 싶으면 동네 빵집까지 무차별 진출해 제 뱃속만 채우던 그 동안의 재벌 행각에 중대한 분수령을 제공했다. 그것도 정부나 금융권에 의한 타율이 아닌 전광석화 같은 자율 결정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건희 회장이 건재했다면 이같은 용단이 가능했을 지 믿기지 않을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판단을 평가하고 있다. 이참에 다른 재벌들도 삼성과 한화의 선택과 집중을 제대로 벤치마킹할 때가 됐다. 

더불어 삼성이 애지중지하던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분야 4개 계열사를 통 크게 매각하는 용단을 지켜보면서 삼성물산이 여전히 전개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산 DTY사 수입같은 잔챙이 사업도 차제에 하루속히 포기했으면 싶다.

한ㆍ중FTA 구조혁신 촉매제 돼야

국내 화섬업계는 물론 중소 가연업계의 생명줄이 걸려 있는 중국과 인도산 저가 DTY사를 아직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은 삼성그룹에 대한 옥에 티가 될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 같은 글로벌 종합상사라면 일본 종합상사들처럼 한국에도 유니클로 같은 세계적 브랜드를 탄생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가뜩이나 중국과 인도네시아산 화섬사의 무차별 반입으로 생사기로에 서 있는 국내 제조업에 목조르기 역할을 한다는 것은 “노적에 불 지르고 싸라기 줍는 소탐대실”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삼성의 선택과 집중 용단을 지켜보면서 갈수록 고립무원의 한계 상황을 치닫는 우리 섬유ㆍ패션산업도 이같은 경천동지할 변화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그 본질은 섬유ㆍ패션산업의 과감한 구조개혁의 진검승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와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한ㆍ중 FTA는 울고 싶을 때 뺨 맞는 심정으로 섬유ㆍ패션산업의 구조혁신의 마지막 찬스로 활용해야 한다. 이미 시난고난하며 갈수록 간당간당해지고 있는 섬유패션산업은 충격요법이 아니고는 구조개혁 기회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바로 구조개혁을 위한 천재일우의 호기가 한ㆍ중 FTA 타결 시점이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자포자기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섬유ㆍ패션산업을 획기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 섬유ㆍ패션산업은 한ㆍ중 FTA와 상관없이 서서히 저물어가는 낙조현상의 연속이었다. 거기에 아무리 초민감 품목과 민감 품목으로 묶어도 FTA가 약이 아닌 독이 됨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어도 한ㆍ중 FTA가 발효되면 한국산 섬유의 대 중국 수출은 2013년 기준 7.7%가 증가한 연간 2억 달러가 늘어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반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11.8%나 늘어난 5억8000만 달러에 달해 수입 증가율이 2.5배나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한ㆍ중 FTA와 상관없이 한ㆍ중 섬유교역의 우리측 적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2013년 기준 한국산 섬유류 중국 수출이 전년 비 0.2%증가한 27억 3000만 달러인데 반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전년보다 8.4%나 증가한 63억 2200만 달러에 달했다. 섬유교역에서 우리가 연간 36억 달러 규모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이같은 무역적자 규모는 해가 갈수록 더욱 증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ㆍ중 FTA로 섬유 부문에서 상당부문이 초민감 품목이지만 10년, 20년 후면 양허관세가 부과될 민감 품목도 상당할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수명이 조금 늘어날 뿐 중국과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우리 섬유산업의 대들보로 받치고 있는 화섬산업부터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중국의 1개사 생산능력이 한국 전체량보다 많은 규모경쟁과 성력화 시스템으로 가격은 물론 품질에서도 중국 앞에 속수무책이다. 현재도 기본 관세 8%와 덤핑관세 2.6%이상을 부과해도 한국산보다 가격이 10~20%까지 저렴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중국 화섬업체들이 서서히 탈진하기 시작한 한국 화섬업계의 기진맥진을 계기로 더욱 세게 밀어붙일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점이다. 중국 최대 화섬메이커 중 하나인 행리社의 경우 향후 3~5년 간 수천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며 한국 시장에 저가 투매를 강화해 한국 업체들을 초토화 시키겠다는 무서운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이다. 한국 업체가 다 죽고 나면 희토류나 염료처럼 한꺼번에 폭리를 취해 벌충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화섬이 붕괴되면 면방인들 재간이 없고 이미 공동화된 의류봉제 외에도 화섬직물과 니트직물 등 미들스트림이 동반 추락하는 것은 “묻지 마라 갑자생”이다. 이같이 절박한 상황인데도 국내 섬유ㆍ패션 업계는 아직은 미지근한 온도로 견딜만하다는 안이한 사고로 천수답 경영을 일삼고 있는 삶은 개구리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여기에 조금만 열을 가하면 “앗 뜨거워” 외마디를 던지고 떡쌀 담그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거두절미하고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사태의 심각성을 꿰뚫으며 대비책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정부에만 의존할 수 없다. 업계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필자가 제안한 것이 2006년부터 시작해 2007년에 아쉬운 대로 마련했던 섬유ㆍ패션산업 구조혁신전략의 판을 다시 짜라는 것이다. 당시에도 정부가 1조2000억 원을 지원하고 민간이 1조5000억 규모를 투입하는 중장기 전략을 만들었지만 일부는 진행되고 상당 부문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이번에도 실기하면 희망이 없다.

겨우 스트림간 기술개발사업 정도가 그나마 예산이 이어지고 있으나 인력개발, 해외시장 개척 등 전략부채와 예산부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명분은 이해가지만 당초 성안됐던 패션디자인 개발분야는 더욱 진전이 없어 사실상 포기되고 말았다.

이같은 점을 감안해 정부가 섬유ㆍ패션산업 구조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2007년 당시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과감하게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설비자동화와 기술개발, 마케팅 강화, 디자인 패션 인력양성 등 절박하고 시급한 모든 사항에 통 크게 지원해야 한다. 업계도 이번에야 말로 투자의욕을 살려 과감한 투자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에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 과거와 같이 특혜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 기업의 전 재산을 투자한다는 각오로 사즉생(死卽生) 의지를 불살라야 한다. 섬유산업연합회가 중심이 돼 업계와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TF팀을 발족시켜 이같은 중장기 전략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한ㆍ중 FTA가 섬유ㆍ패션산업의 구조혁신을 위한 마지막 진검승부가 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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