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진출 해법은 과연 무엇?
“얼마 전 중국 진출을 추진하는 R기업으로부터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상관없으니까 영업총괄 가능한 인재 후보군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여러 루트를 통해 조사해보니 이 회사가 중국 진출을 위해 70억 가까운 자금을 확보하는 등 나름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어요. 한국인 5명과 중국인 5명을 추천했고 최종 면접까지 진행했으나 최종결정은 ‘사장님이 명품브랜드 출신으로 직원을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서 인원 채용이 전면 보류됐어요.”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12년째 근무 중인 모 패션기업의 지사장이 들려준 얘기다.
한국에서 매출 규모가 1000억원 넘고, 조직력과 자금력, 기업 신뢰도까지 확보한 나름 탄탄한 패션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의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돌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견해차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한중FTA가 사실상 체결된 지금도 한국 패션기업이 중국 시장을 공략해 들어가는 방식이 전근대성을 벗어 나지 못하고 있어요.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준비해서 중국에 진출하면 다 망해요. 수 십억~수 백억원에 달하는 투자비만 몽땅 날릴 뿐이죠. 수 많은 한국 패션기업들이 진출했지만 이랜드와 베이직하우스 제외하고 제대로 성과를 올리지 못했어요. 실패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데 아직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 패션기업, 중국 사업설계 준비 태부족
그가 지적하는 한국 패션기업의 중국 진출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압축하면 중국 사업설계에 대한 준비 부족, 즉 글로벌 사업에 대한 노하우 부족이다. 이는 중국 사업을 위한 TF팀을 짤 때부터 어긋나기 시작한다. 한국 중소패션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위한 준비팀을 구성할 때 주로 대학에서 중국어 부전공한 사람과 중국 몇 번 왔다간 사람 위주로 뽑는다. 중국 시장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로 비즈니스의 기초 설계가 어설프게 짜여진다는 것.
영업총괄 책임자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한국인을 내세울 것인지, 중국인을 내세울 것인지 방향성이 없었으며 현지채용 관리기준도 세워져 있지 않았다. 그저 값싸고 월급 싼 사람을 구하는데 급급한 수준이었다. 중국인과 근무해 본 경험치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이들의 업무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당장 눈앞에 드러난 문제점이다.
한발 더 깊숙하게 들어가면 어떤 매장을 확보하고 매출을 얼마 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사업 진출의 구조와 판을 어떻게 짜느냐인데, 여기에 대한 전략적인 고민과 설계가 턱 없이 부족한 것이 한국 패션기업들의 중국 진출 현주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어떤 인재를 통해서 중국 사업을 어떻게 펼쳐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사업 비전이 세워지지 않았음에도 중국 시장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 알 수 없는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중국의 노른자위 상권에 매장만 내면 쉽게 대박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허황된 기대심리가 가득한 점이 더 큰 문제다.
中 진출 TF팀, 비전문가로 짜여지기 일쑤
“R사의 대표 브랜드인 「J」가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월 6억~7억 정도를 판매한다고 합니다. 이 중 중국 고객의 매출비중이 70~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더군요. 선발 경쟁브랜드도 중국에서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매장만 내면 매출은 자신있다는 거예요. 그러나 중국 A급 상권에 매장을 오픈해도 허탕을 치는 경우가 주위에 즐비합니다. 중국 현지에 맞는 상품 기획이 이뤄지지 못하면 1년 이상 영업을 해도 매장 운영비 조차 제대로 건지지 못해요”라고 그의 지적이 뒤따랐다.
중국 관광객이 구입하는 브랜드가 현지에서도 잘 판매될 것이다라는 가정이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다. 그러나 중국 관광객이 한국 여행시 잘 구매하지 않는 이랜드, 베이직하우스가 왜 중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을까? 이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아주 단순한 가정을 갖고, 초보적인 사업전략을 갖고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고 또 위험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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