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과 꽌시<關係> 튼 한국패션… 위험은 낮추고 기회는 잡아야
인구 13억명의 중국은 경제규모가 미국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에서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시장이다. 지난해 기준 내수 규모 4조7000억달러(5000조원)의 거대 규모를 자랑한다. 세계 공장에서 초대형 소비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국의 무한 가능성이 한국 앞에 놓여 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80여개의 한국 대표 브랜드들이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지고 중국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성공적’이라 평가받은 브랜드는 고작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에겐 혹독한 원정길이었다. 비싼 수험료를 지불한 셈이다.
이제 한국 패션기업은 실패는 반면교사로 삼아 위험은 낮추고, 성공은 타산지석으로 삼아 새로운 도약의 중국진출 2막을 열어야 할 때다. 게다가 지난 11월11일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중국 시장의 문턱은 더 낮아졌다. 한국패션의 중국시장 점령기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됐다.
원유진 기자
- 올 성장률 7% 전망 ‘저성장’
- 시장 정교화, 고객 반응 빨라
- 생존경쟁 치열…구조조정 활발
- ‘자라’ ‘유니클로’ SPA 급성장
- 온라인쇼핑 5400억위안 전망
- FTA로 내수·수출 개선 기대
성장둔화 불구 여전한 빅마켓
중국 시장은 외적인 볼륨성장 속도를 늦추고 내적 성숙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중국 국무원 직속 연구기관인 중국 사회과학원은 ‘2015년 중국 경제 상황 분석과 예측’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고성장시대를 마감하고 201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 안팎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4년은 7.5% 수준에서 마감할 전망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굳건히 유지하던 두 자리 수 성장률은 점점 요원해지고 있다. 고성장 뒤에는 저성장의 진통이 뒤따르듯 중국도 이를 거부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같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저하와 개방 이후 쌓인 다양한 문화적 자산의 자기화 과정은 패션시장 환경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패션 소매시장의 규모는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속도는 점차 둔화되고 있다. 명품과 프리미엄 브랜드에 국한되어 있던 글로벌 브랜드의 진출이 복종과 타깃을 불문하고 확대일로에 있다. 하이패션의 경기는 위축됐지만, 전체 패션상품의 단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기호와 외모·체형에 맞지 않는 브랜드는 세계 시장 인지도와 무관하게 외면을 받았다. 반면 내수 브랜드도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증시 상장을 준비하는 등 눈에 띄는 성장을 하고 있다. 패션시장이 세분화를 통한 계층의식 주입으로 더욱 정교해지고 있으며, 소비자의 트렌드와 디자인 감도에 대한 반응속도도 빨라졌다.
이처럼 중국 패션시장이 일대전환기를 맞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세계 어디에도 중국만한 소비시장이 없다는 데도 이견이 없다.
특히 내수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지난 5월 허난성 시찰 당시에 언급한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가 중국 경제 주요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부가가치 크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패션시장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신창타이 시대의 경제발전과 성장견인을 위해 신흥 산업과 서비스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선정되며, 패션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여성·잡화 강세, 百유통은 주춤
중국 패션시장은 내부적으로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했어도 수년간 변화한 역학관계 속에서 업체 간 인수 합병을 통한 구조조정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성공적인 브랜드 포지셔닝과 가격 전략을 갖고 있거나 경쟁력 있는 서플라이 체인과 유통망을 확보한 의류 업체의 생존 가능성은 높아지는 반면, 그렇지 못한 브랜드의 퇴출 압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제 중국은 이름값만으로 소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시장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복종별로는 규모와 매출액을 기준으로 여전히 여성복이 중국 의류 시장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35세 여성이 핵심 구매층으로 부상했고, 여성들의 구매력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향후에도 연평균 15% 내외의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여성복과 함께 잡화와 액세서리도 빠르게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남성복은 전반적인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비즈니스 캐주얼과 컨템포러리 중심으로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장 경쟁이 심하지 않은 유아동복, 아웃도어 부문은 당분간 20%대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SPA 브랜드의 급격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이미 주요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 진입한 상황이고, ‘자라’와 ‘유니클로’는 최대 해외 마켓으로 발돋움했다. 명품뿐 아니라 저가시장도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유통에서는 백화점과 전문점이 각각 36.8%와 28.5%의 비중으로 점유하고 있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중국 의류 유통 시장에서 할인점·아웃렛·편집숍·온라인몰 등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강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영업 실적이 부진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낮은 점포들의 폐쇄가 잇따를 전망이다. 또한 1선 도시 의류 시장이 점차 성숙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의류 업체 간 경쟁은 지방도시나 중소도시들까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무한성장 온라인쇼핑 주목해야
중국 진출은 직진출과 라이선스, 대리상을 통한 완제품 수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역직구 요우커들이 몰리고 있는 온라인 시장을 주목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미국에서 온라인 쇼핑은 ‘디저트’같은 것이지만, 중국에서는 ‘메인요리’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의 말이다. 그의 소개대로 온라인 쇼핑은 중국내 유통 시장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채널이다. 특히 중국 온라인 구매 아이템 중 의류·잡화는 26.5%로 가장 많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온라인 결재 옵션과 보안 시스템도 빠르게 발달되고 있어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012년 중국의 온라인 의류 시장 거래 규모는 전년대비 56% 증가한 3189억 위안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었다. 올해 5410억 위안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2014년 온라인 쇼핑 인구는 3억22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고, 지난 11월 11일 ‘싱글 데이(single day)’ 하루만에 576억 위안의 온라인 쇼핑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1인당 의류 구입비를 비교하면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무한 가능성을 더욱 확연히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기준 중국인의 연간 1인당 의류 구입비는 도시가 290달러, 농촌이 69달러로 미국의 1400달러에 크게 뒤졌지만, 온라인쇼핑 연간 의류 구매금액은 1028달러(2014년 기준)로 1439달러의 미국과 격차 폭이 현저히 낮았다.
현재 중국 온라인 의류 시장의 C2C(Consumer to Consumer)와 B2C (Business to Consumer) 비율은 6:4 수준이지만, 기업들의 적극적인 진출로 B2C 시장이 확대추세에 있다. 지난해 ‘톱숍(Topshop)’과 ‘미스 셀프리지(Miss Selfridge)’가 중국 온라인 시장에 진출했고, ‘갭’은 온라인 시장을 발판으로 향후 3년내 중국 매출액을 현지 3억달러에서 6억달러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한-중 FTA 패션한류 발판으로
인구 13억명의 중국 거대 내수시장이 한국에 열렸다. 지난해 11월 11일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 패션·의류 산업에 찾아온 새로운 도약의 기회다.
객관적인 지표로 봐도 한-중 FTA 타결이 한국과 중국에 가져올 영향력은 상당하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1458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26.1%를 차지했다. 미국(11.1)·EU(8.7)·일본(6.2)을 크게 앞서는 규모다. 2013년 한국이 수입한 중국산 제품은 830억달러(16.1%)어치로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많았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중 FTA에서 합의된 관세 철폐가 모두 이뤄지면 한국 기업이 중국에 수출할 때 지금보다 연간 54억4000만달러(6조476억원)의 관세를 아낄 것으로 전망됐다. 한-미 FTA의 관세 절감 효과(9억3000만 달러)의 5.8배, 한-EU FTA(13억8000만 달러)의 3.9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중국 소비력이 커지는 추세에 맞춰 패션·잡화 제품에 대해 발효 10년 내 관세 철폐를 이끌어냈다. 일명 요우커로 불리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코트와 재킷, 유아복 등 패션 제품의 관세가 10년 안에 없어진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FTA를 통해 중국인 방문객이 한층 더 늘고 국내 주요 상권이 활기를 띠게 되면 역으로 중국에 진출한 패션 브랜드도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해오는 원재료 비용이 줄어들고, 메이드인코리아 제품을 팔 때 관세도 낮아져 수익률 개선도 기대된다. 현재 중국에 수출되는 의류에 적용되는 관세율은 12~17%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FTA 체결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 고객들의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 데 따른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을 포함해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FTA 효과를 얼마나 극대화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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