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시절을 다시 한 번 되돌려주오

2015-01-16 00:00 조회수 아이콘 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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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아, 그 시절을 다시 한 번 되돌려주오



위대한 유산 Great Heritage 70 - 니콜라 제스키에르 (Nicolas Ghesquiere)





2014년의 끝자락은 어느 해 보다도 가라 앉아있었다. 세월호 참사와 경제 침체, 끔찍한 사건 사고의 우울한 뉴스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위축된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12월은 연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을 달뜨게 만드는 시기이지만 그 어떤 정책이나 소식도 새로 다가올 해의 희망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방송 프로그램 하나가 사람들의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들어 놓았다. 어느 새 20년이나 지나 버린 90년대의 음악, 그 시절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들의 공연을 다시 볼 수 있도록 기획한 무한도전의 ‘토토가’ 덕분이었다. 방송 전부터 방송 이후 까지도 큰 이슈가 되는 것은 그 만큼 다양한 연령, 지역, 계층을 초월하여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터보, S.E.S, 김현정, 이정현, 엄정화, 소찬휘, 김건모, 지누션 등 당시의 각종 가요 프로그램을 종횡무진 하던 가수들이 그 시절 그대로 의상과 메이크업을 하고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그 90년대 음악 방송에서 사용하던 폰트와 MC들의 진행 등이 어우러지며 마치 내가 다시 어려져 그 시절의 방송을 보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분위기는 특히 현재의 삶이 팍팍하다고 생각하는 3,40대의 마음을 건드렸다. 잊고 지냈던 10,20대 자신들의 찬란했던 시절이 환기된 것이다.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현재의 10,20대들에게는 말로만 듣던 전설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렇듯 과거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당시에도 IMF 사태가 있었지만 아무리 힘들었던 시간도 다시 되돌아보면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된다. 그것이 ‘복고’의 힘이다. 





패션계에도 이러한 복고풍 열풍이 불고 있다. 과거 유행했던 스타일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는 것이다. 우리가 가까운 90년대에 빠졌다면, 세계 패션계는 1970년대를 불러오고 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70년대 풍의 미니 스커트, 미니 원피스와 부츠, 스키니가 아닌 통 넓은 청바지와 패턴 셔츠, 중명도, 중채도의 복고적인 색채와 무늬, 스팽글 등의 반짝이는 소재나 가죽 소재, 히피 풍의 원피스 등 그 시대를 연상케 하는 아이템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사실 위와 같은 아이템들은 어느 시즌에나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사랑 받는다. 하지만 색과 소재까지 더해져 70년대 분위기를 대놓고 풍기는 현상은 특히 최근 파리 컬렉션에서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프랑스 브랜드라 할 수 있는 ‘루이비통’과 ‘YSL’이 이번 시즌 같은 시대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2차 세계 대전 이후 사회 재건을 하며 호황을 맞았던 1960년대가 지나가자 1970년대는 오일쇼크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에 불황이 닥쳤다. 낙관적인 미래와 과시적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지나가자 실업률이 증가했고, 사람들은 합리적인 소비와 생활을 추구했다. 한편 이성보다 감성을 중시하는 히피족의 등장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친환경적인 소재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개발이 증가했다. 자연섬유를 생산하고, 인조 모피를 개발하고 직물을 생산하고 폐기하는 친환경적인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패션산업계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방법들을 찾았다. 

특히 프랑스 사회는 68혁명으로 ‘을’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던 시기였다. 학생, 여성, 유색인종, 블루칼라 노동자 등 그 동안 권위적이던 지배 체제에 억눌려있던 을의 위치였던 집단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핑퐁외교로 중국의 위상이 높아졌다. 

어쩐지 요즘 시대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이야기들을 2010년대로 연도를 바꿔도 거의 비슷하다. 세계는 불황에 접어들었고, 실업률 증가는 어느 나라든 큰 골치거리다. 길어지는 불황 조짐에 사람들의 소비는 더욱 계산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친환경 제품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계속 개발되고 소비되고 있으며, 중국은 개방 이후로 경제적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국가가 되었다. 여성, 감정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프레타 포르테가 세계 패션의 큰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부유층을 위한 오뜨 꾸뛰르만 있던 시대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1970년대는 패션사적으로 디자이너들이 상류층뿐 아니라 대중을 위한 패션을 선보이기 시작한 기념비적인 시대인 것이다. 

사실 프레타 포르테, 즉 기성복이라는 용어는 1940년대에 이미 등장했지만 당시에는 동대문표 옷처럼 디자이너의 이름이나 브랜드가 드러나지 않는 옷이었다. 그래서 패션 시장은 극도로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너무도 고가라 평범한 사람들은 꿈도 꿀 수 없는 그들만의 패션인 오뜨 꾸띄르와 이름없는 시장표 옷으로만 양분되어 있었다. 

1973년에야 본격적으로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브랜드의 개성이 드러나는 고급 기성복 컬렉션이 시작되었다.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의 등장은 패션계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마침내 일반 사람들도 디자이너의 감성이 담긴 옷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동안 ‘위대한 유산’에서 다뤄온 디자이너들도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로 컬렉션을 선보이는 디자이너들이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아직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는 없지만 프랑스인으로 프랑스 브랜드에서 프렌치 쉬크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디자이너를 살펴볼까 한다. 그가 바로 ‘루이비통’에 입성해 2번째 컬렉션을 선보인 니콜라 제스키에르다. 

그가 이번 시즌 표현하려 했던 여유로운(Effortless), 자연스러운 패션은 결국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멋스럽게 입을 수 있다는 프렌치 쉬크의 의미를 정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래서 이전까지 마크 제이콥스가 보여주었던 화려한 ‘루이비통’의 컬렉션에 비해 심심해 보이지만 그것이 바로 프렌치 쉬크의 정수이며, 70년대에 시작된 감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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