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마켓 3.0시대, 생존기업의 조건
최현호의 지속경영 리서치
최근 우리 패션기업의 면면은 한 동안 큰 울림으로 상정되던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 대신 ‘생존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istence)’이 훨씬 더 공감되는 화두가 되고 있다. ‘지속성장 발전’의 일차적인 전제가 다름 아닌 ‘생존’이라는 명제로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체감되고 있다.
전체 패션산업 버전은 2.0, 3.0시대라는 둥 분명히 이전보다 고(高)사양 발전단계로 정의되고 있지만, 그 산업 생태계에 준거하는 다수 패션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도대체 그 발전의 의미는 무엇이며, 더더구나 그 영향이 무엇인지를 가늠하기 조차 힘들다.
하지만 발전이라는 용어를 진화라는 순기능적 관점으로 치환해보면 앞으로 보다 진화된 패션기업의 사양은 어떠해야 할지 조금은 접근이 가능할 듯 싶다. 근육 대신 지능 파워로 무장된 인간이 현재 시점 지구 생물 진화의 정점에 위치할 수 있었듯, 보다 진화된 미래 패션시장에서 강자의 덕목은 이제까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패션마켓 3.0시대의 생존 기업의 조건을 함께 음미해 보자.
◇ 내골격 기업
동물의 경우 대체로 하등류의 골격계는 외골격, 고등류는 내골격이다. 한 마디로 고등 생물의 미덕은 외유내강이다. 이는 진화된 패션산업 생태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외형 매출의 크기로 가늠되던 기업의 지위 분류는 거의 무의미해지고 있다.
기업 단위 매출 수십 조원을 자랑하는 ‘갭’이나 ‘나이키’ ‘유니클로’의 애뉴얼 리포트를 보자. 소위 그들의 경영성과 분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Financial Highlight 파트에서 가장 강조되고 있는 항목은 결코 전체 매출액이 아니다. 무엇일까?
그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매출 성과 지표는 점포당 매출액, 더 나아가 단위 면적당 매출액의 성장지표이다. 십 수년간 우리나라 패션기업 경영성과 분석 과정에서 그 어떤 패션기업도 외감보고서나 사업보고서에서 단위 면적당 매출액 관련 지표 제시를 통해 자사의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경우를 아직은 보지 못하였다. 사실 점당 또는 단위 면적당 매출액과 성장 추이는 그 자체가 대단한 기업 비밀도 아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심플하다. 패션기업 경영성과 분석의 관점과 차원이 여전히 그저 전체 크기 자체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리테일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구호가 무색할 따름이다. 전체 외형차원에서 성장한 패션 기업의 수익 지표 악화 경우는 흔하지만, 단위 당 매출지표 차원 성장 기업에서 수익 지표 악화의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
◇ High Risk, High Return ? Nob High Return, High Risk !
패션 산업에서 ‘한방주의’는 여전히 큰일날 뻔한 요행이라기 보다는 뱃심 좋은 ‘베팅’의 미학으로 존경받고 있다. 대부분의 산업 영역과 달리 패션 산업에서만 유독 High Return과 Row Risk의 관계성립이 용이한 것은 결코 아니다. High Risk를 감수해야 High Return에 다다를 수 있다는 환상은 정리되어야 한다.
도리어 High Return의 기회 앞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High Risk를 탐색하고 감지하고 대비하는 더욱 깐깐한 주의가 요구될 뿐이다. 성숙 단계에 진입한 선진국의 산업생태계와 연동되는 저성장의 의미는 예외적 성장의 확률이 이머징 단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패션시장의 경우도 New Normal의 대표명제로 저성장을 공감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개발시대의 성장 논리마냥 패션 산업에서 여전히 ‘한방’에 대한 경우의 수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 그 전략의 성공 확률은 현저히 낮아질 것임은 자명하다.
최적의 비즈니스 구조는 제공 가치와 구매가치의 균형성이다. 좀 거친 표현이 될 진 몰라도 어느 한편의 고마진 의미는 다른 한편의 입장에선 바가지 마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모든 가치의 측정과 비교 선택의 무한 선택이 가능한 완전한 오픈 마켓 생태계 환경에서 예외적 마진의 상당 기간 유지는 거의 불가능하다. 입으로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프로컨슈머 시대의 도래를 동의하였다면 더 이상 함부로 예외적 성장과 수익을 태연스레 기대하진 않을 것이다.
◇지식집약적 유연성
패션시장의 경쟁 격화를 체감하게 되는 지표 중 하나가 패션기업 전반의 근접기획의 확대이다. 그런데 대부분 분할 기획의 유연한 시스템을 주장하는 다수 패션 기업들의 실상을 보면 도리어 자위적인 내부 보고용 분할 기획 지표의 관리에만 매몰되어 있는 게 아닌 가 하는 느낌이 짙다.
분할 기획의 확대 지표 자체는 확인이 되나, 실제 그것을 통한 성과 지표의 확인은 매우 불투명하다. 한편 우리나라 다수 패션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근접기획의 맹점은 그것이 시장과 고객의 반응 지표분석에 기반한 지식집약형 프로세스라기 보다는 시간의 끝단에서 우격다짐하는 철저한 노동집약형 프로세스다. 주지하듯 현재 패션 소비시장의 변화 속도는 노동집약성 차원으로 따라 잡기엔 역부족이다.
글로벌 SPA기업의 맹위 속에서 이들의 근접기획 핵심 경쟁역량을 그저 선진 시스템으로 축약해 버리면 그나마 그 흉내 조차 힘들어진다. 한 마디로 이들이 말하는 근접 기획의 근간은 수 많은 경우의 수가 다양한 전략 몽타주로 추출될 수 있는 자가판매 정보 분석 시스템이다.
이를 토대로 명실상부 착한 근접기획 프로세스를 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 패션 마켓이 요구하는 패션 기업 경영의 유연성은 시간과의 맞배지기가 아니라 정보와 분석예측 역량으로 획득된 충분한 리드 타임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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