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코드,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2015-02-09 00:00 조회수 아이콘 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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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코드,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바이어 유치·브랜드 인큐베이팅 뒷전에 디자이너 원성 높아
연간 11억 예산으로 실질적 성과 없는 연예인 초청 행사로 전락


# A디자이너는 유통망 확보와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패션코드 2015F/W’에 참가를 했다. 어떻게 하면 상품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 연구를 거듭하던 A 디자이너는 행사 3주 전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주최측에서 일방적으로 부스 인테리어를 정하고 통보해온 것이다.

이에 대해 항의하자 주최측은 “불만이 있으면 나가라. 대신 향후 2년간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나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일절 참여할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 지난해 패션코드에서 수주 성과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B디자이너는 부푼 마음을 안고 올해 행사에 참가했다. 하지만 기대밖으로 행사장은 썰렁했다. 사전에 해외 바이어 리스트를 받고 매칭을 희망했으나 행사 시작 전에 참여 취소 소식만 줄줄이 날아들었다.

주최측은 바이어들을 2층 사무실에 데려다 놓고 상담을 하려면 올라오라는 방송을  내보냈지만 1인 사업자가 대부분인 디자이너들이 부스를 버려두고 올라가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B디자이너는 “상품이 모두 전시되어 있는 부스를 두고 별도의 장소에서 상담을 하라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는 명목 하에 개최된 패션 컨벤션 ‘패션코드2015 F/W’가 지난달 31일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정작 디자이너들은 실질적인 지원 혜택을 체감하기 어려웠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패션코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 공동 주관하는 정부 행사다. 지난 2013년 첫 회에는 정부예산 11억원을 지원받았으며, 지난해와 올해는 2회에 걸쳐 13억원의 예산을 받았다. 국내 패션컨벤션 가운데 가장 많은 정부 예산이 투입된 셈이다.

하지만 정작 이 정부예산이 참가 브랜드와 바이어 유치를 위해 적절하게 쓰였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행사가 열린 SETEC 2,3관의 대관료(5일 기준)는 약 4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디자이너들에게 부스비 명목으로 30만원(디자이너 연합회 소식일 경우 50% 할인된 15만원)을 지급했으니 부스 설치비는 충당됐을 것이다.

주최측에서 사전에 초청한 해외 바이어는 25명. 대다수가 중국, 홍콩, 일본 등 근거리 국가인 이들에게 모두에게 항공료와 숙박권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3000만원 정도가 소요됐을 터. 그렇다면 나머지 4억 여원은 어디에 쓰인 것일까.

다수의 참가자들은 행사를 홍보하기 위한 행사에 지나친 거액이 투입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주최측은 올해 행사에 태티서, 서강준을 홍보대사로 위촉해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갔으며,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노브레인, 크라잉넛 등의 뮤지션들의 공연을 함께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배두나와 엑소가 행사장에 등장해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지난해에는 아이돌 엑소를 보기 위해 행사와 별 관계가 없는 10대 학생들이 대거 몰렸으며 이로 인해 부스가 망가지는 헤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며 “브랜드와 바이어들의 교류의 장이 되어야할 행사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축제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실질적인 수주나 바이어와의 상담은 뒷전이 된 것 아니냐는 원성도 불거져 나왔다. 참가 디자이너들은 사전 바이어 리스트를 참고로 상담 희망 바이어를 작성해 제출했지만 실제 매칭은 이뤄지지 않았다. 행사 전날에 바이어 참가가 취소되었다며 잇달아 통보해온 데 이어, 상담을 원하면 2층 별도의 상담실까지 오라는 장내 전체 방송만 했을뿐이다. 부스 또한 일괄적으로 설치해 브랜드별 개성이나 성격을 반영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항의를 하는 브랜드도 적지 않았으나 주최측은 이를 수렴하기 보다는 “반발할 거면 철수하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러한 대처는 참가 브랜드의 화를 보태 ‘무단 철거 시 향후 2년간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나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조항에도 불구하고 행사 기간 중에 부스를 빼버리는 디자이너들도 등장했다.

한 참가 디자이너는 “한 주 앞서 있던 민간 기업이 주최한 코리아스타일위크 보다 실질적인 바이어는 없었다”며 “여러 연예인을 등장시켜 이슈를 끄는 것 보다는 브랜드의 개성이 돋보이도록 부스를 설치하거나 바이어 유치에 투자했다면 더욱 성과 있는 행사가 되었을 것”이라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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