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열 슈페리어 회장 -앞으로 50년도 물맛처럼 한결같은 패션 추구

한국패션협회 2017-04-12 00:00 조회수 아이콘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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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귀열 슈페리어 회장 "앞으로 50년도 물맛처럼 한결같은 패션 추구"

패션 한우물 경영 고집…무차입으로 내실 다져
美·中 단독매장 낼 계획



 

"설탕물처럼 입에는 달지만 금방 질리는 패션이 아니라 물맛처럼 늘 한결같은 패션을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슈페리어의 창업주 김귀열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앞으로 50년을 이끌어갈 비전을 이같이 밝혔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그사이 유행이 바뀌는 세상이지만 그 속에서도 기본기에 충실한 뚝심 있는 브랜드가 되어 소비자에게 호소하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버버리의 체크무늬를 떠올려보라"면서 "체크무늬로 10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온 버버리처럼 기본이 흔들리지 않는 명품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나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1967년 서울 충무로의 작은 봉제공장에 '동원섬유'라는 간판을 내걸고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연매출 3000억원에 이르는 슈페리어를 키워냈다. 고향인 경기도 평택에서 빈손으로 상경해 을지로 봉제공장에 취업한 그는 남다른 열정으로 기획과 디자인 업무까지 도맡아 했고 곧 관리직에 올랐다. 하지만 월급쟁이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종잣돈 35만원을 모아 작은 공장을 차렸다. 

처음에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에 불과했지만 불과 2년 뒤인 1969년에는 자체 남성복 브랜드인 '보라매'를 론칭해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김 회장은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소재 고급화에 열정을 쏟았다. 

김 회장은 "창업 이후 항상 소재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면서 "당시 경방에서 처음으로 실켓이라는 원사를 개발했는데 아무도 제품화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제품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실켓은 면에 실크의 광택과 부드러운 질감을 접목시킨 소재였다. 실켓으로 만든 옷은 불티나게 팔렸고 다른 브랜드에서도 너도나도 실켓 제품을 내놨다. 

이때 김 회장이 생각한 것이 바로 골프웨어다. 김 회장은 "당시 유럽이나 일본에 가보니 골프가 빠르게 대중화하고 있었다"면서 "우리나라도 부유층이 골프를 막 시작하던 시기였는데 막상 골프를 칠 때 입을 수 있는 골프웨어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골프가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대중화할 것임을 직감한 그는 1978년 '슈페리어'라는 라벨을 만들고 상품 출시 시기를 기다리다 1979년 브랜드를 론칭했다. 국내 최초 골프웨어 브랜드가 탄생한 것이다. 

슈페리어의 성공 이면에는 제품력은 물론이고 마케팅에도 '신의 한 수'가 숨어 있었다. 그는 "그때만 해도 브랜드 이름을 외국어로 짓는 사례가 없었기에 슈페리어라는 이름이 주는 신선함이 강했다"면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외국인 모델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고 말했다. 

슈페리어의 성공 신화를 본 후발 주자들이 골프웨어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금은 레드오션이 됐다. 하지만 김 회장은 뚝심을 잃지 않고 슈페리어만의 길을 갈 생각이다. 

그는 "브랜드 고객 중 20%는 새로운 트렌드에서 창출되지만 50~60%는 단골 고객이 차지한다"면서 "단기적인 유행을 따라가는 것보다 기본을 지키면서 변화를 접목하는 '뉴 베이직'으로 핵심 고객들을 붙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베이직한 제품만 공급하면 소비자는 식상해한다"면서 "소비자의 캐릭터나 취향을 유지시켜주면서 약간의 변화를 준 뉴 베이직이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김 회장의 경영 DNA는 아들인 김대환 대표가 물려받았다. 김 대표는 세 짝짜리 신발을 '론니 슈즈(블랙마틴싯봉 론니 슈즈)'라고 이름 붙여 내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김 대표가 취임한 이후 패션 브랜드 블랙마틴싯봉과 리빙 브랜드 마틴싯봉리빙 등도 사업 영역에 추가됐다. 

김 회장은 반세기 동안 무차입 경영이란 경영철학을 지켜오고 있다. 곁눈질하지 않고 한 우물을 파는 경영 철학의 연장선이다. 그는 "그동안 IMF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등 어려운 시기가 많았지만 우리가 살아남은 것은 은행 돈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그동안 부동산을 사거나 인수·합병(M&A)으로 돈을 벌 기회도 있었지만 곁눈질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중국 미국 등에 블랙마틴싯봉과 마틴싯봉리빙 단독 매장을 내고 해외 시장을 확대할 생각이다. 김 회장은 "중국은 만만하게 볼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조사와 계획이 필요하다"면서 "다른 업체들의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물량 공세보다는 오래갈 수 있는 브랜드로 정착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버버리나 제냐, 브룩스브러더스 같은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드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전했다. 

[강다영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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