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완](인터뷰) “처음엔 살아남으려 발버둥쳤고, 이젠 사명감 생겼다”

한국패션협회 2022-04-12 13:33 조회수 아이콘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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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상어가 든 컨테이너 속 정어리라고 할까요? 패션계에 이런 얘기가 있어요. 컨테이너로 운반하던 정어리가 대부분 상했는데, 한 상자만 싱싱해서 알아보니 그곳에 작은 상어가 있었다고요.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보이려면, 상상력을 극한의 사지(死地)까지 몰고, 제 모든 걸 걸고 뛰는 거죠.”


서울 청담동 손정완 부티크에서 만난 디자이너 손정완은“처음엔 살아남으려 발버둥쳤지만, 이젠 세계 패션 무대에 한국을 알리는 사명감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사진:손정완/조선일보



패션 디자이너 손정완(62)은 살이 찌지 않는다. 마른 체형이기도 하지만 살이 찔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지난 2011년 뉴욕 패션위크에 처음으로 진출한 당시의 모습이나 10년이 지난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쇼 준비하고, 무대에 올리고, 매장을 돌고, 다시 디자인을 하는 일상에 느슨함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성공했으니 편하게 살아도 되지 않느냐’는 주변의 이야기에도 고개만 끄덕일 뿐. 그의 눈은 새로운 원단을 찾고, 체형을 다시 재단해 조각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건 무얼까 회의하며 다시 작업 현장을 찾는다. 현지 배경 없이, 10년간 뉴욕 쇼를 지속하는 한국 디자이너는 그가 유일하다.


지난 2월 그의 스무 번째 뉴욕 컬렉션을 마친 그는 최근 그의 청담동 부티크에서 만난 자리에서 “상업적인 성공을 바라고 뛰어들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한국에도 쿠튀르(고급 맞춤) 감각의 간결(미니멀)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껏 10년을 투자해 뭘 얻었냐고요? 그런 거 생각하면 가끔 회의적일 때도 있죠. 하지만 주위의 어떤 도움도 없이 홀로 뛰어들어 지금껏 살아남았고, 별다른 광고나 마케팅이 없었어도 할리우드 스타들이 뉴욕 쇼에 제 발로 걸어와 주는 걸 보면서 ‘그래도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할 수 있어 감사한 거죠.”


그의 말대로 패션계는 상어 같은 포식자들이 포진해 생태계를 좌우하기도 한다. 대형 자본을 앞세우거나, 미디어나 정·재계 인맥을 동원해 몸집을 키운 뒤 독립 디자이너의 생명력까지 위협하는 것이다. 쇼 한번 올리는 데도 억 대의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한들, 무대를 구하지 못하고, 유통 파트너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이내 브랜드를 접을 수밖에 없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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