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으로 엄마의 두번째 화양연화를 응원하는 '행복 전도사'

사진:경계와 영역을 넘나드는 패션아트테이너 오서희/패션인사이트
엄마를 위한 패스트 패션 브랜드 '몬테밀라노' 대표 디자이너 겸 CEO 오서희. 그녀는 그림 그리는 화가, 글 쓰는 칼럼니스트, 시니어 패션쇼 기획자, 만학 열에 불타는 늦깎이 대학생원생, 후진을 양성하는 강사, 졸업 작품전과 미인대회 심사위원 등 경계와 영역을 넘나드는 21세기형 아트패션테이너다.
그녀가 전업 작가로 공식 데뷔하는 첫 초대전을 가졌다. 인문학적 사고가 그림에 투영된 패션 디자이너 화가 오서희의 초대 개인전 <인생은 축제>가 지난 4월부터 두 달동안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모나리자 산촌과 여수 오동도로에 있는 마띠유 호텔 마스 미술관에서 열려 미술계와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패션은 미술이다'라고 말하는 화가 패션 디자이너 오서희를 만났다.
패션에 내재한 회화적 가치 쟁취!
디자이너 오서희가 첫 초대전 작품들은 그녀가 전개하는 브랜드 '몬테밀라노'의 파인아트 확장판처럼 아름답고 화사했다. 기쁨과 환희가 돋보이는 환상적인 색채는 보는 이로 하여금 때묻지 않은 동심의 세계로 안내했다. 원색에 가까운 색채와 자유분방한 기교로 구축된 꽃과 나무, 포도, 숲, 연못 등 그녀만의 추상적인 자연 이미지는 프린트가 강점인 브랜드 '몬테밀라노'와 이란성 쌍둥이였다.
현재 홍익대 대학원 회화과에 재학 중인 늦깎이 학생인 그녀는 지난해에도 서울 아트쇼에 참가해 에너지 넘치는 말을 주제로 3개의 유화 작품을 전시했다. 또한 2020년 앙데팡당 코리아 특선, 2021 K아트 프라이즈 동상, 2021 일본 동경 국제 공모전 은상 등을 수상하는 등 전업 작가로도 충실한 작품 활동을 했다.
특히 그녀는 초대전에 출품한 작품마다 작가 노트를 작성해 그림 옆에 붙여 관람객들을 배려했다. 이는 고객 중심으로 패션 비즈니스를 했던 버릇이 아닐까. 작품 <파티 2022년 작> 옆에는 "아침마다 나는 파티장에 간다. 눈을 뜸과 동시에 세상 문으로 파티에 초대된다. 그곳에는 기쁜 사람도 있고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는 외로운 사람도 있다. 기뻐도 너무 기뻐하지 않는다. 어디선가 울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라고 작가 노트가 있었다. 이번 초대전의 주제 '인생은 축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잘 설명한 작가의 글이었다..
지금까지 순수 미술 작가들이 유명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패션 브랜드 오너 디자이너가 순수 미술의 영역에서 초대전을 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따라서 그림을 취미 수준이 아닌 전업 작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시킨 오서희의 성과는 패션과 회화 예술의 경계를 허문 성과로 충분히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사진:경계와 영역을 넘나드는 패션아트테이너 오서희/패션인사이트
갤러리 모나리자 산촌 엄길수 미술관장은 "화가이자 디자이너로서 미술작품을 창작해 패션의 영역을 확장한 작가다. 특히 미술과 패션, 두 영역의 단순한 만남을 넘어서 미술 속에 숨은 패션, 혹은 패션에 내재한 회화적 가치를 쟁취하겠다고 선언한 작가다"라며 전업 작가 오서희를 소개했다.
미술 평론가 김종근은 "오서희 작가가 실제 미술과 패션, 두 영역의 단순한 만남을 넘어 미술 속 숨은 패션, 혹은 패션에 내재한 회화적 가치를 쟁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오서희의 모든 작품은 사실 디자이너가 화가가 되어 작품전을 하는 것이며, 동시에 오서희의 패션쇼에 다름 아니다."라고 호평했다. 이어 "오서희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옷을 만들 듯이 화가가 되어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예술을 한 공간 안에 패션과 교배시키는 패션아트테이너"라고 오서희의 정체성을 정의했다.
엄마들을 위한 패스트 패션, 몬테밀라노
이쁜 옷만 찾는 젊은 여성과 달리, 엄마들은 편하고 예쁘면서도 가격까지 저렴한 옷을 찾는다. 바로 디자이너 오서희가 '엄마들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 몬테밀라노를 만든 이유다. 오서희가 지향하는 '대중적 패션'에 대한 명제는 간단하다. 자녀 뒷바라지와 가족들의 생활비가 우선인 대다수의 평범한 대한민국 엄마들에게 싸고 예쁘고 질 좋은 옷으로 행복을 선물하는 것이다.
미국 오클라호마시티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오서희는 대학 재학 중인 1993년 미스 코리아 미국 댈러스 진으로 뽑혀 모델 활동도 했고, 졸업 후에는 신인 작가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1997년 귀국한 그녀는 화가의 길 대신 유년 시절부터 꿈꿔온 패션 디자이너로 변신했다.
그녀는 "7살 때 엄마 손잡고 처음 찾은 백화점에서 옷을 보고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죠. 마치 이상한 나라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어요. 어린 소녀의 눈에 비친 백화점은 화려하고 예쁜 옷들이 가득한 별천지였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예쁜 옷을 만들고 싶다’라는 꿈을 키워준 공간이고요. 커서는 엄마들에게도 백화점을 더욱 즐겁고 풍성한 공간으로 만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녀가 패션을 선택한 것은 한 사람을 위한 '유화 그림'보다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프린트 옷'을 만들기 위한 나름의 결단이었다.
브랜드 몬테밀라노의 ‘몬테(Monte)’는 이태리어로 ‘산’을 뜻한다. 밀라노에는 산이 없지만, 세계 패션의 중심에 산처럼 우뚝 서겠다는 디자이너의 포부를 담았다. 오늘날 몬테밀라노가 있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실패와 시행착오로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그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특히 프랑스 브랜드 ‘레오나드’ MD팀장 재직시절 맡게 된 고깃집 사업은 경영에 눈을 뜨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녀는 2000년 800석 규모의 대형 음식점 대호가든의 운영을 직접 도맡아 직원 관리, 회계, 영업 등 경영 노하우를 쌓았다. 패션과 고깃집 모두 고객과 눈높이를 맞추고 고객의 관점에서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소중한 원리도 깨달았다.

사진:패션아트테이너 오서희 디자이너의 작품/패션인사이트
사업을 하려면 판을 읽어야 한다
오서희는 디자이너가 되기 전에 럭셔리 브랜드의 MD로 일했다. 당시 그녀가 다녔던 레오나드는 원피스가 800만 원에 팔릴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비싼 수입 브랜드였다. 대한민국 상위 0.3%를 대상으로 하는 럭셔리 브랜드에서 MD로 근무하면서 그녀가 터득한 진리는 바로 "사업을 하려면 판을 읽고 키맨을 찾아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MD로 근무하면서 당시 남자 사장과 해외 출장을 가는 일이 많았어요. 비용 절감을 위해 같은 방을 썼죠. 당시 동료들이나 지인들은 오너랑 같이 방을 쓰는 것이 불편하지 않냐고 물었어요. 하지만 저는 불편해도 바꾸지 못할 것이라면 그냥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바꾸질 못할 거면서 불만만 하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어쨌든 마음을 비우고 나면 자연스럽게 판이 보이고 키맨도 보였어요. 저는 그런 머리가 전 참 빠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서울패션위크만 해도 10년 이상 지속하는 젊은 브랜드가 드문 것 같아요. 나랑 같이 패션쇼를 했던 친구 중에서 요즘 안 보이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라사라 학원의 졸작을 심사할 때 원장에게 물었더니 졸업생 중 살아남는 비율은 20%라고 하더군요. 결국 옷을 잘 만드는 사람이 강한 것이 아니라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스마트하다는 생각이에요. 스마트하다는 것은 똑똑하다는 의미도, 옷을 잘 만든다는 의미도 아니에요. 바로 사람을 잘 아우르는 것을 의미하죠. 그런 사람이 오래가죠. 옷을 기가 막히게 만들지만, 중간에 사라진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의미죠"라고 덧붙였다.
몇 년 전 오서희는 지인인 모 교수와 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다. 당시 그 교수는 지인이 함께 동석해도 되냐고 물었고 흔쾌히 허락했다. 동석한 교수의 지인은 패션 사업을 하는 제자였는데 비즈니스를 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수의 지인은 "요즘 애들은 우리랑 달라서 여섯 시가 되면 칼퇴근하고 한 달 내내 월급날만 기다린다"라며 불만을 말했다. 이에 오서희는 "사장님! 어쩌면 우리도 그랬을걸요. 월급을 기다렸을 거고요, 일찍 퇴근해서 애인도 만나고 친구도 만났을 거예요. 사장이 뭐가 좋다고 늦게까지 일하겠어요"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우리가 그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라고 덧붙였다.
백화점 바이어들은 오서희 디자이너에게 얼마나 직원들에게 잘해주면 한번 들어오면 잘 나가지 않냐고 묻는다. 그럼 그녀가 생각하는 직원들에게 잘해주는 사장의 덕목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약속한 것을 잘 지키는 것이다. 그녀는 직원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대신 직원들에게 약속을 잘 하지 않는다. 약속하면 꼭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관악에서 근무하는 매니저는 올해 21년 차가 되었지만, 그동안 잘해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불가근 원칙이 직원 관리의 핵심이었다.
그녀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바로 '밥 보시'로 불리는 처세술이다. 몬테밀라노를 런칭했던 20년 전에 60대 시니어들은 그녀가 디자이너라는 사실을 몰랐다. 더 나아가 지금 시니어들은 그녀를 2세 디자이너로 아는 경우도 많다. 그럴 정도로 그녀는 여전히 젊고 에너지가 넘친다. 외향적인 성격의 그녀는 지인들과 함께 식사하면 늘 자신이 먼저 계산한다. 이를 지인들은 '밥 보시'라고 부른다. 밥을 사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이는 그녀만의 네트워크가 되어 남녀노소 경계와 영역을 넘나드는 인맥을 만들었다. 밥을 나눈다는 것은 식구, 조직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녀의 '밥 보시'론이 나름으로 근거가 있어 보인다.

사진:패션아트테이너 오서희 디자이너의 작품/패션인사이트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미국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귀국해 패션에 입문해 기획 MD로 내공을 다진 오서희는 2001년 이탈리아 수입 의류 편집매장 몬테밀라노를 시작했다. 하지만 잘못된 계산과 마케팅으로 6개 매장을 정리했고, 남은 것은 재고 상품 뿐이었다. 결국 2003년 서울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엘리베이터 옆 매대 하나에 행거 2개만 허용하는 조건으로 의류 판매를 시작했다. 한 벌에 20만원 받던 이탈리아 수입 의류를 파격 할인하여 1만 9,000과 2만 9,000원에 팔았다. 소비자의 호응은 당연히 높았고 닷새 동안 재고를 모두 처분했다.
재고 처리를 위한 행사에서 1만 9000원으로 가격을 낮춘 니트 티셔츠 80벌이 1분 만에 동나는 것을 보고 그녀는 ‘가격은 손님이 정하는 것’이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후 '100달러 미만의 저렴한 엄마 패션'을 위해 직접 기획부터 제작, 유통을 총괄하는 패스트 패션을 고안했다. 물론 이러한 개념은 당시 동부틱과 남살롱이라 불리는 국내 재래 패션 시장에도 있었지만 디자이너 브랜드가 시도한 것은 최초였다.
특히 브랜드 초기 현대 압구정점 팝업스토어 행사를 할 때 대부분 고객이 제품 가격과 무관하게 세탁법을 묻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중년 여성들에게는 무조건 옷 관리가 쉽고 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옷은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고 관리도 힘들잖아요. 반면 물빨래가 가능한 소재로 옷을 만들면 원가가 낮아집니다. 관리도 편하고, 가격도 합리적인데 스타일은 화려하고 유일한 옷이라면 고객들이 반드시 선택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그렇게 엄마들을 위한 중저가 SPA 브랜드 컨셉이 탄생했다.
몬테밀라노는 백화점 유통을 하면서도 전체 아이템의 평균 가격이 5만 원을 넘지 않도록 가격 전략을 세웠다. 또한 봄/여름과 가을/겨울로 구분됐던 전통적인 시즌 기획도 주 단위 회전으로 전환했다. 당시 마담과 커리어 조닝을 통틀어 이런 컨셉의 여성복은 없었다. 국내 SPA 브랜드가 자라와 H&M을 바라볼 때 몬테밀라노의 실버 세대인 엄마들을 목표 시장으로 삼았다. 화려한 색감과 프린팅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누구라도 부담 없이 집어들 수 있는 가격으로 무장한 몬테밀라노의 존재감은 곧바로 그 빛을 발하며 대박을 터트렸다. 엄마의 눈으로 보고 엄마의 마음으로 시장을 읽는 것이 주효했던 셈이다.
결국 2013년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한 몬테밀라노의 ‘멋쟁이 엄마들을 위한 패스트 패션’의 성공 신화는 명분 있는 마케팅으로 판명되었다. 특히 디자이너 오서희의 고집스러운 품질관리는 몬테밀라노 성공의 핵심이었다. 그녀는 팀별 시스템을 구축해 디자인적인 자율성을 주었지만, 생산만큼은 직접 챙겼다. 원단 불량을 직접 체크하고 자체 생산을 진행하는 중국 지사도 수시로 방문했다. 몬테밀라노 전체 업무 중 생산의 중요성이 80%를 차지한다는 그녀는 “어떤 아이템이라도 최고의 품질, 완벽한 생산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한때는 전국적으로 매장을 80개나 전개했다. 거의 모든 백화점에 들어간 셈이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40개로 매장이 줄어든 상태다.

사진:경계와 영역을 넘나드는 패션아트테이너 오서희/패션인사이트
엄마들이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
몬테밀라노의 성공은 바로 브랜드의 주요 소비자인 '엄마'다. 그녀가 타겟으로 정한 엄마들은 60년대에 멋진 10대 시절을 보내고 70년대에 찬란한 20대를 보낸 '베이버부머' 세대들이었다. 그녀는 “행복을 돈으로 사게 하고 싶었어요. 엄마들이 행복해야 사회 전체가 행복합니다. 엄마가 불행하면 다른 식구들한테 잔소리하게 되고, 그 스트레스를 받은 식구들도 하루가 힘들잖아요”라며 엄마를 패션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가화만사성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엄마들의 행복을 위해 그녀가 내린 처방은 백화점에서 부담 없이 ‘가치 소비’를 하게 하는 것이다. 그녀는 “엄마들이 행복하여지려면 옷이 저렴해야 하고, 매주 신상품이 나와야 하며, 물빨래가 가능해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여기에는 레오나드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MD로 활동하면서 엄마 고객들을 가까이에서 봤던 경험도 활용했다.
그녀는 “당시 레오나드는 샤넬보다도 30%가량 비싼 브랜드예요. 고객들은 백화점에서 가장 가격대가 높은 브랜드의 옷을 사면서 드라이 값 3,000원을 아까워하더라고요. 엄마들의 부담을 덜게 가격을 합리적으로 정하고, 드라이 값 안 들이게 하자. 엄마들이 자주 행복해지도록 일주일에 두 번은 신상품을 내주자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디자인은 오서희가 이끄는 디자인실에서 직접 한다. 디자인은 사진으로 찍어 위챗 등 메신저로 중국 공장에 전달, 바로 시제품을 만든다. 오서희는 이를 피팅해 마구 움직이며 수정사항을 동영상으로 찍어 직원들에게 보낸다. 이를 보완해 최종 상품이 나오기까지 일주일이 채 안 걸린다. 이런 ‘속전속결’을 일주일에 두 번씩 20년 넘는 세월 동안 거듭해왔다.
특히 글로벌 SPA 브랜드와 달리 몬테밀라노 디자인의 핵심은 최신 유행이 아니라 바로 패턴이다. 그녀는 “20대에는 예쁘다면 불편해도 참고 입겠지만 엄마들은 그렇지 않아요. 아무리 옷이 예뻐도 팔 못 들고, 숨 못 쉴 지경인 옷을 몇 번이나 입을까요. 결국 경험치를 살려야 피팅을 제대로 할 수 있는데, 막내 디자이너가 하면 경험치가 적어서 제대로 피팅이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즉 피팅을 살리지 못한 디자인은 아무 쓸모 없다는 것이 그녀의 디자인 철학이다. 이어 그녀는 “디자인은 예뻐지지 않아도 주인이 있지만, 패턴이 안 좋으면 주인이 없어요. 패턴 안 좋은 옷은 아무도 안 사갑니다. 그건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이지, 고객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에요”라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그녀가 추구하는 '고객 중심'은 몬테밀라노 마케팅의 핵심이다. “고객은 설득하면 안 되고, 가르치려 해도 안된다”라고 잘라 말했다. “고객은 직관적이에요. 이해시키려고 하면 떠납니다. 저와 고객 사이에는 오로지 (옷을) 사느냐 안 사느냐만 있어요. 고객한테 이유를 물으면 안 됩니다” 이런 고객 중심주의는 사업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다.
엄마들을 위한 '제2의 화양연화'
디자이너 오서희와 시니어 패션쇼도 밀접한 관계다. 시니어 패션쇼는 2018년 강남 페스티벌에서 시작되었다.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전문 모델 없이 100여 명의 시니어로 쇼를 채웠다. 주최 측은 전문 모델과 시니어 모델이 함께해야 혹여 있을 수 있는 실수를 덮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서희는 “시니어들이 좀 틀리면 어떤가요. 180cm 키의 20대 모델 옆에 160cm 키의 60대 시니어 모델이 선다면, 아무리 잘해도 주눅이 들 수밖에 없어요. 처음부터 비교 대상이 없는 게 낫다”라며 주최 측에게 시니어 모델들만 무대에 올리자고 설득했다.
결국 강남구는 오서희의 주장에 동의해 주었고, 지자체가 주최하는 큰 쇼에서 처음으로 전문 모델 없이 시니어 모델들만으로 런웨이가 열렸다. 이날 시니어 패션쇼는 수많은 매스컴을 통해 화제가 되었고 결국 최근에 불고 있는 시니어 모델 바람을 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모두 누군가의 엄마, 아빠인 시니어들은 패션쇼 관객으로 온 사위, 딸, 배우자 등 가족들에게는 자랑이었다. 전문 모델을 세운 패션쇼가 '옷'을 보여준다면 시니어 패션쇼는 '사람'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쇼가 끝난 후, 자신에게 감동한 나머지 누군가 눈물을 터트리자, 이내 이쪽저쪽에서 흐느낌이 들려오던 그 순간의 가슴 먹먹함이 지금도 생생합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오서희는 시니어 모델들과 함께 ‘우리는 이대로 아름답다.’ 캠페인을 주도해 화제가 되었다. 시니어 모델들은 물론 중년의 여성들이 우리는 이대로 아름답다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SNS에 다수 올렸다. 20대에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멋쟁이 엄마들의 제2의 화양연화를 오서희가 선물한 셈이다. 그녀는 "‘몬테밀라노’ 시니어 패션쇼에서 데뷔한 시니어 모델 중에는 SBS 나이트라인에 초대 손님으로 출연하기도 하고 현대백화점과 아반떼 자동차의 모델로 활동한 모델도 있어요"라며 앞으로 시니어 패션쇼는 계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NS를 통해 소통하다
디자이너 오서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진의 힘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그녀는 "엄마들끼리 여행을 함께하는 트렌드가 있는데, 이들이 단체로 같은 옷을 살 때도 있다. 여행 때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기본으로 하되 색감이나 디자인은 여행이라는 콘셉트에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해외 출장이 잦은 오 대표는 공항에서 몬테밀라노 옷을 입은 엄마 여행객들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오서희는 때론 유쾌하고 때론 진지한 글들로 페이스북 담벼락을 장식한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부터 패션과 유통에 관한 촌철살인의 농담까지 서슴지 않는다. 페이스북에서 오서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에는 단계가 있다.
처음에는 미스 코리아 출신 디자이너라는 것이 주는 호기심 때문에 그녀의 페이스북을 방문한다. 그 다음에는 그녀의 톡톡 튀는 사고방식,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에 끌려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담벼락을 기웃거리게 된다. 그러다 그녀가 단순히 디자이너가 아니라 꽤 탄탄한 회사의 대표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 관심은 증폭한다. 게다가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산에서 유통, 판매까지 모든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실무자형 오너라는 것까지 파악되면 간절한 마음으로 친구 맺기를 요청하고야 마는 것이다.
처음에는 페북이 개인적인 소통에 한정되었지만, 지금은 개인적인 성향을 띤 사업적 소통의 창구로 발전했다. 특히 유통과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 가장 인상적이다. 오서희 대표는 생산기지인 중국 광저우에서 방금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신상품을 소개하기도 하고 국내에 들어와 직접 손본 새로운 VMD를 자랑하기도 한다. 그녀의 막강한 페북 네트워크 때문에 매장 매니저들과 유통 바이어들 사이에 대화거리가 생겼다.
그녀의 글들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상대와 관계없이 정중하면서도 거침없는 발언은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그녀는 다른 이들이라면 꺼릴 법한 디자인과 작업지시서 공개도 서슴지 않는다. 수업료까지 톡톡히 치르고 배운 중국 비즈니스 노하우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과거 해외 브랜드 MD 경력에 더해 미국, 유럽 등 제3국을 누비며 얻는 해외시장 정보도 슬쩍슬쩍 풀어놓는다.
패스트패션도 가치 소비로...
엄마들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싶다는 디자이너 오서희에게 브랜드 '몬테밀라노'는 패션 그 이상의 의미다. 물론 그녀는 기후 변화를 위해 합성섬유로 만드는 패스트 패션과 이별하자는 '집단 지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주장도 존중한다. 하지만 오서희는 비싼 고급 패션에 접근할 수 없는 엄마들에게 그에 걸맞는 행복을 선물할 수 있다면 '패스트 패션'도 나름 가치 소비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옷값의 문제가 아닌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기업의 목표나 오너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것이 패셔트 패션에 대한 그녀의 생각이다.
누구누구의 아내와 엄마로 살면서 자신을 스스로 가렸던 검정 옷에서 벗어나 화려한 플로랄 드레스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엄마들의 변신을 주도하는 디자이너 오서희의 마이 웨이는 시니어 모델들과 결합하면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에 60세는 엄마에게 두 번째 인생의 시작을 의미한다.
엄마들과 두 번째 화양연화를 함께하는 '몬테밀라노'의 존재는 늦은 나이에 말 잘 통하는 딸을 만난 엄마들의 반가움이 아닐까한다. 브랜드 런칭 20년을 지나 어느새 엄마들과 함께 늙어가는 디자이너 오서희의 '밥 보시'와 소셜 미디어 소통 능력, 판을 읽는 능력, 그림에 대한 열정 등 그녀만의 내공에서 탄생할 엄마를 위한 행복한 그림 옷 '몬테밀라노'를 기대해 본다.
[출처 : 패션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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