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코리아, 상하이서 길을 묻다

한국패션협회 2009-06-01 14:07 조회수 아이콘 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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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코리아, 상하이서 길을 묻다

김묘환 CMG 대표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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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자 ‘소비자’로서 중국

지난 5월 중순 짧은 일정으로 중국 패션 산업의 현재 모습을 확인 해보기 위한 여행을 다녀왔다. 한국패션협회와 연세대학교 의류과학연구소 주관으로 패션업계의 실무자들과 함께 한 여행의 목적은 말 그대로 중국 패션 산업이 공장에서 시장으로 변한 현장에 대한 공감이었다.

불과 5~6년 전에 거론하던 ‘세계의 공장에서 시장으로’란 예언이 이미 확실한 현실로 다가온 지금, 대외수출에 있어서 미국을 추월해 중국이 제일 수출대상국이 되었다는 사실은 중국의 위상변화를 단적으로 반증한다. 따라서 과거의 공장으로서가 아니라 시장이며 소비자로서 중국을 다양하게 이해하고 중국의 시장과 소비 구조를 깊이 파악하려는 노력의 중요성만큼이나 이번 여행은 형식이나 기간에 비해 중요한 의미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07년 11%대의 높은 경제 성장을 달성하여 독일을 제치고 세계 제3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바 있다. 이런 성장세 속에서 2007년 10월 출범한 후진타오(胡錦濤) 2期 지도부는 ‘안정과 성장의 조화 又好又快’를 새로운 경제운용 전략으로 제시하며 국가의 장기 발전 전략을 모색 중이다. 이러한 국가 운용 전략의 중심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초래한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중국의 내수 산업 진작을 통해 돌파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은 판단이 될 것이다.

현재 중국 현지의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경제의 高 성장세 지속에 따른 서방세계 일부의 과열 우려 제기에 대해서 대체로 낙관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융 위기가 시작 되었을 당시 일방적으로 한국경제의 불확실성과 위기론을 무책임하게 내뱉던 서방 언론들을 중심으로 중국의 국제수지 불균형 심화나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 2007년의 중국 내 주가 급등 등을 이유로 중국 경제의 버블과 이에 따른 위기론을 거론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살펴보면 중국경제의 과열을 주도했던 철강ㆍ자동차ㆍ조선 업종의 성장 속도는 둔화되고 있으며 대도시 중심의 물가 상승도 식료품의 공급 부족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설명되고 있다. 또한 주식시장 과열 여부에 대해서도 장기간 저평가된 주가(株價)가 해소되는 과정으로, 장기적으로 볼 때 우려할 입장이 아니고 오히려 다른 서방국가보다 주식시장의 반전국면이 빨리 찾아 올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즉 누리엘 루비니 스턴 비즈니스 스쿨 교수의 의견처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급성장에 따른 피로감으로 인한 단기 조정을 마치고 비록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는 서방국가들과 달리 근검 절약이란 유교적 관습이 잠재하고 있어 작금의 경제위기를 벗어나 향후 10년 이상 여전한 성장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이 중심엔 과거의 미국이 했던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는 중국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본다.


중국 최대 남성복 기업의 양면성

첫날부터 여행의 일정은 빡빡하게 진행 되었다. 푸동 공항에서 전세버스에 올라 호텔 체크인도 하지 않은 채 새로 건설한 후항고속도로(杭高速公路)를 따라 핑후시 자푸(作浦)와 닝보시 쯔시(慈溪)를 연결한 세계 최장의 항주만 대교(정식명칭은 杭州灣跨海大橋)를 넘어 도시 개량 사업이 한창인 닝보(寧波)시의 핵심 기업이면서 저장 상방의 대표격인 야걸(雅戈爾(사진1)에 도착했다. 상방(商幇)은 16세기 명 청 교체기에 태동한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 집단으로 개혁 개방 이후 중국 경제의 문화적 뿌리로 작용하는 집단으로 후일 따로 거론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야걸 집단의 총동사장인 리 뤼청의 동생으로 야걸의 의류부분 동사장을 맡고 있는 리 뤼강이 직접 환대를 하면서 회사 설명과 브랜드 쇼룸, 대규모의 프로덕 라인 등을 소개하였는데 2007년 발표 중국 500대 기업 중 223위에 랭크 된 기업답게 그 위용이 작은(?) 나라에서 온 패션인들을 위축시킨다.

보유 브랜드를 소개받던 중에 미국의 대표적 패션기업으로 최근 파산하여 영국계 투자사인 Emerisque에 1억 2000만 달러에 팔린다는 뉴스를 전한 Hart Marx의 대표적인 하이엔드 남성복인 「Hart Schaffner Marx」의 쇼룸을 들렸는데 한국에도 소개 되지 않은 미국의 하이엔드가 중국 시장에 라이선스로 진출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중국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서 또 한번 자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콤플렉스화 한 야걸의 시설 규모에 대해서 놀란 것은 사실이지만 공장이 아닌 시장 기업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 부호로 가득했다.

닝보란 지역이 중국 현대복식의 고향이고 야걸이 중국 남성복의 대표격이긴 하지만 패션 기업이 포토폴리오를 펼치지 못하고 외형적 성장만 한다는 사실에서 아직 다가올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한다고 판단 할 수 밖에 없었다.


브랜드 드라이븐 컴퍼니- ‘샨샨’

야걸을 뒤로하고 5분 거리의 공업단지에 새롭게 포진한 샨샨을 방문했다. 샨샨은 1989년 현재 동사장인 정영강에 의해 작은 봉제 회사로 시작한 기업이다. 일설에 샨샨은 정영강 동사장이 택시기사를 해서 번 돈으로 기업을 시작했다고 전해지지만 이미 중국 500대 기업으로 성장한 그의 이력은 화려하기만 하다. 국무원 선정 중국경영대사. 저장성 공학원, 난징 이공대학, 교통대 등등 다수 명문대의 객좌 및 겸직교수….

샨샨에 대한 인상은 야걸과는 처음부터 달랐다. 1999년 10주년을 맞아 샨샨은 더 큰 계획을 가지고 상하이로 본사를 옮겼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닝보로 복귀한 샨샨은 상하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도시에서의 경험을 풀어가기 시작한다. 이러한 배경은 샨샨의 회사에 그대로 담겨 있다.

한국에서 온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글귀가 계속 흘러 나오는 대형 액정이 건물 로비 중앙에 자리 잡고 인포 데스크엔 세련된 안내원이 앞서 방문한 기업과는 다른 차원의 서비스를 제공 한다. 23개 브랜드를 총괄하는 리 취밍 부총재는 미술을 전공한 채 40대가 안되 보이는 젊은 인상으로 두 기업간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야걸은 동사장이 나서서 생산시설 위주의 안내를 하는데 샨샨은 부총재가 23개 브랜드의 상품기획실을 중심으로 안내를 한다. 샨샨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그 동안 브랜드 소개 비즈니스를 해온 일본의 이토추와 전략적 제휴를 한다.

한국의 「QUA」(사진2)를 제외하고 샨샨의 21개 브랜드중 해외 도입브랜드는 대부분 이토추의 역할에 의해 전개되는 듯 했고 이토추와의 합작으로 본격적인 ‘브랜드 드라이븐 컴퍼니’를 추진하는 양상을 보인다. 「QUA」도 FnC코오롱과의 합작 형태로 이제 2년 차에 접어들지만 올해로 BEP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샨샨에서 중국 내수 패션 시장의 2세대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지는 해를 보면서 다시 달려 상하이 시내의 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YongFoo Elite란 상하이를 대표하는 트렌드 스팟의 주인이 왕싱정이 몇 년 전 홍차우루에 새로 연 The Door란 Bar의 2,3층을 사용하는 시안창팡이란 식당에서 상하이에서 고군분투중인 몇 분의 한국 패션 기업 법인장들과 대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얼마나 많은 노력을 통해서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했는지…

많은 분들의 노고를 품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렵게 일정을 마치고 푸동의 둥이 호텔에 체크인을 하니 저녁 11시가 넘는다. 푸동의 야경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모두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각자 방으로 흩어졌다.

자료출처 : 패션인사이트 2009.6.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