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테일 산업의 힘-하이닝 피혁성
김묘환 CMG 대표 
첫날의 빡빡한 일정 탓에 피로함을 날려버릴 발 마사지도 받을 기운이 없어서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가 2일째 아침 다시 모인 일행들은 둘째 날의 일정을 시작했다. 2일차는 하이닝에 위치한 중국 피혁성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상하이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떨어진 하이닝(海寧)시는 저장성(浙江省) 쟈싱(嘉興)시에 부속된 3현급 시로 상하이에서 항저우(杭州) 가는 길에 위치한 전통적으로 피혁류 가공업이 발달했던 역사를 간직한 도시다.
쟈싱이란 도시는 중국 공산당의 발원지이고 우리에게도 김구 선생이 일제를 피해 일시적으로 도피처로 삼았던 역사가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이 지역은 장강 삼각주의 중심부로서 교통 요지이며 저장성 5대 경제 개발구중에서 가장 핵심적 위치에 놓인 지역이기도 하다.
상하이, 항저우와 북쪽으로 쑤저우까지 연결되는 그야말로 요지중의 요지인 관계로 일찍부터 많은 외국 기업들이 진출하였고 한국기업들도 한국타이어, 효성 등의 기업을 포함해 전체 외국기업의 2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기업의 진출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이러한 여건의 쟈싱시에 부속된 하이닝시는 전통적인 피혁 가공에서 출발해 2년 전에 단일면적 18만 평방미터 규모라는 거대한 규모의 중국 피혁성(中國 皮革城)을 출범 시키면서 중국 최대 규모의 피혁 전문 유통을 확보하게 됐다.
중국 피혁성의 출범은 쟈싱시 자체의 발전도 함께 이끌었다. 모두 3억 5천만 인민폐를 투자한 중국 피혁성은 시 정부 투자 개발부가 직접 전담해 개발했고, 국장급 간부가 사장으로 취임하는 등 중점 산업으로서 육성 중이다. 더욱이 진나해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전국의 공해 물질 배출 업소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피혁류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에도 하이닝의 피혁성은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네 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진 하이닝 피혁성은 피혁 모피 의류 전문 상가 1동, 구두, 가방 전문 상가 1동, 그리고 진 의류를 중심으로 하는 아웃도어와 캐주얼 상가 1동의 상가동 3동과 푸드코트를 비롯한 편의시설 1동 등 모두 1300여 개의 입주 상인들이 하루 5만명 이상의 고객들을 상대한다.
Hetai, Mengnu, Ruibiao, Shouwang, Xuebao, Yingda, Zhuangzi 등의 중국 10대 피혁 의류 제조업체를 비롯해 유럽과 러시아 등에 인기 있는 모피의류 제조사인 Dai-ichi Madam 과Jean Laurant 도 입점해 영업 중이다. 관심 있는 업계 관계자들은 www.chinaleather.com의 중국 피혁성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더 상세한 자료들을 입수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워낙 방대한 규모라 3시간여를 돌아 보았지만 겉핧기만 하고 주말의 혼잡한 교통사정을 감안해 상하이로 다시 복귀했다. 점심 먹을 시간 마저 아끼려고 시장에서 파는 로컬의 도시락을 구매해 이동하는 버스 안서 때웠다.
일본 패션업계의 중국 진출 교두보 ‘주광백화점’
오후 시간은 상하이 푸쉬 지역의 백화점 두 곳을 방문했다. 그 첫 번째는 주광(久光) 백화점이었다. 홍콩 소고를 운영중인 Lifestyle International Holdings(香港利福国际集团)과 상하이의 上海九百集团이 합작으로 2004년 9월 개업해 일본 SOGO에 의해 위탁 운영중인 주광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주재원 가족 중심의 소비에 한정된 인상을 주었었지만 최근 들어 급격히 상하이의 상류사회를 중심으로 소비 확산이 일어난 백화점이다.
500여 브랜드가 입점한 가운데 「버버리」의 아시아 최대 플래그십숍과 「티파니」를 비롯한 럭셔리 라인들로 초기 고급 백화점이란 인상을 심는데 주력한 덕에 최근 들어서는 한국의 패션 브랜드들이 과거 상하이 이세탄이나 빠바이반(八百伴) 타이핑양(太平洋)등의 백화점에 진출하려던 노력을 이곳에 집중하는 것으로 방향이 전환되지 않았나 할 정도로 한국 기업들의 노크가 빈번히 이루어 지고 있다.
화장품 업계의 선두 주자인 태평양이나 엘지생활건강도 이곳을 시작으로 중국시장 본격 공략에 나섰고 올 4월엔 인디에프의 「예스비」가 이곳에 입점하면서 중국 진출의 시작을 알렸고, 상대적으로 중국 사업에서 안정적 진행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참존어패럴의 「트윈키즈」도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주광은 상하이에서의 안정적 착상에 힘입어 지난해 텐진에 진출했고 일본 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이 진출한 2진급 도시들인 수저우(蘇州)와 다렌(大連)에 올해 2월과 5월 대형 점포를 출점하는 등 본격적인 중국 시장 확대 전략에 나선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지하 식품부에 들러 도쿄 시부야에서부터 입맛을 길들여버린 비어드 파파에 들러 슈크림 몇 개 사고 쭌이루에 있는 로컬 아닌 로컬백화점 팍슨으로 향했다.
로컬화에 성공한 리테일 ‘팍슨백화점’
팍슨(百盛) 백화점은 말레이시아의 화교 재벌인 LION 그룹의 소매 유통 분야에서 담당하고 있는 백화점이다. 라이언 그룹은 주력 분야인 제철 산업에 집중해 말레이시아 최대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지만 우리에겐 사랑의 스잔나 등의 여주인공이면서 주제가를 부른 가수로 유명한 천추샤(陳秋霞)의 남편인 중옌썬(鍾廷森)이 총수로 있다는 사실이 더 잘 알려진 회사이다.
라이온 그룹은 과거 팽창 정책에서 힘써 왔지만, 이제는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때 라면서 소매 유통 산업이나 부동산 개발, 서비스 등 다양한 소프트 분야에 걸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Parkson Retail Group은 홍콩 증시에 상장하여 자본을 모은 후 북경에 본사를 세우고 현재 중국전역에 37개의 유통망을 운영중인 외자 기업이지만 화교 자본에 의한 내국 기업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로컬화에 성공한 리테일이라고 할 수 있다.
주광과 팍슨 두 백화점을 비교하면서는 재미있는 몇 가지 포인트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우선 세일기간 중이었기에 두 백화점 모두 특판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주광은 5층의 행사매장에 소위 럭셔리 브랜드들의 특판 행사를 하고 있었고, 팍슨은 1층에다 특판 매장을 만들어서 행사를 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표현할 때 샤워 이펙트와 엘리베이터 이펙트를 교과서처럼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효과의 우열은 여러분들의 상상에 맞기겠다. 두 번째 재미있는 점은 분명 외자계인 팍슨의 1층에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소위 산짜이(山寨) 상품을 버젓이 내놓고 판매를 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었다.
이러한 사실이 팍슨을 로컬 아닌 로컬이라고 칭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팍슨에서 저녁시간을 맞게 된 일행들은 6층에 위치한 북한식당 청류관에서 매우 상업화 되어버린 북한 요리를 먹으면서 2일차의 일정을 정리했다.
지난해 가을 열심히 리뉴얼 하면서 청류관이 잠시 문을 닫았기에 그저 인테리어 다시 하나 생각했더니 두 배나 확장하여 층 이동까지 하는 걸 보고 ‘청류관에 한국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다니나?’ 하고 접대원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중국 손님이 늘어난 덕이란다.
두 백화점에 대한 인상은 일행들이 거의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어 로컬의 결정이 어떤 승부를 가릴지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사람은 없는 듯 했다. 일기 예보엔 그저 흐릴 것이라고 했는데 변덕스런 상하이 날씨는 갑자기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변한다.
와이탄 야경을 감상하면서 빈장따다오(賓江大道) 별다방에서 분위기 있게 진한 커피 한잔 하려던 계획을 한 순간에 앗아가 버린다. 우스개 소리로 나는 이런 상하이의 날씨를 ‘산짜이 런던’ 날씨라고 표현 한다. 내일을 기약하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자료출처: 패션인사이트 200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