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면(冬眠)에서 깨어난 이랜드의 질주가 또다시 시작됐다.
2008년 홈에버 매각 이후 큰 활동없이 잠잠했던 이랜드그룹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포문은 작년 9월 「유니클로」와 정면대결을 선언하면서 론칭한 「스파오」가 열었다. 이후 숨돌릴 틈도 없이 직매입 위주의 한국형 백화점 사업 진출을 천명하면서 뉴스의 중심에 서더니 최근에는「H&M」과 「자라」를 맞상대로 겨냥한 여성 SPA 「미쏘」 론칭을 알리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랜드의 거침없는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4일에는 영남권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테마파크 C&우방랜드를 인수해 그동안의 침체를 벗고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것임을 대내외에 선포했다. C&우방랜드는 입장객수 기준으로 국내 4위의 종합 레저 타운이다. 해발 312m의 대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인 대구타워를 중심으로 한 타워부문과 각종 놀이기구, 테마파크 등의 랜드 부문이 주요사업이다. 이랜드그룹은 C&구조조정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38.63%를 120억원에 인수함으로써 최대주주 자격으로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랜드는 C&우방랜드를 그룹 신성장 동력의 엔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패션사업이 제1엔진으로 이랜드그룹의 밑바탕이 됐다면 2000년대 초중반 고속 성장을 주도한 유통업은 제2엔진 역할을 했다.
향후 이랜드가 그룹의 성장축으로 설정하고 있는 레저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C&우방랜드를 제3엔진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랜드그룹은 2008년 4월 홍콩IPO 무산과 홈에버 매각 등 악재가 겹치면서 그동안 신규사업을 자제하고 내부 역량을 다지는 데 집중해왔다. 같은해 10월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그룹의 미래는 더 짙은 안개속으로 빠졌다.
그러나 대외 활동은 축소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깊은 자아성찰의 기회로 삼았다. 그룹 의사결정 구조에 큰 폭의 혁신을 단행했고 레저사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로드맵이 나와다. 또한 그룹의 모태인 패션사업부문에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해왔다.
이 과정에서 박성수 회장이 “과거의 성공 패러다임을 버려야 새로운 소비자가 보인다”며 “이미 시장에서는 새로운 소비자들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데 우리는 옛 소비자를 붙잡고 있기 때문에 성장이 멈춘 것”이라고 강력한 혁신을 주문할 정도로 강도 높은 전환 과정을 거쳐왔다.
또한 위기 이후 큰 폭의 도약을 이뤄냈던 지금까지의 모습에 비춰봤을 때 이번에도 이랜드그룹이 무엇인가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90년대 초중반 매스밸류 패션 사업으로 고속 성장을 일궜고 IMF이후 2000년대 초중반에는 유통업과 중국사업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
2008년 이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랜드그룹은 자금력을 비롯해 그룹사의 역량을 비축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해 왔다.
최근 이랜드그룹의 일련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변화의 큰 맥락을 읽을 수 있다.
우선 ‘이랜드 way’로 불릴 만큼 사업전개에 있어 고집스럽게 자신들의 방식을 강조했던 이랜드가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바뀌었다. 이를 대변하는 것이 바로 「스파오」와 「미쏘」다. 지금까지는 독창적인 콘셉트를 중시하며 자신만의 컬러가 확실한 브랜드를 론칭해왔던 이랜드그룹이 시장의 주도세력인 글로벌 SPA 브랜드와 정면 승부에 나선 것이다.
또 그동안 국내 패션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로 꼽혀온 유통개조 혁신에도 기치를 내걸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지적해왔지만 누구도 손대지 못했던 특정매입 방식의 모순을 깨고 직매입 방식의 유통 구조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인수한 C&우방랜드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면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랜드의 일련의 움직임을 놓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본과 인력에서 우위에 있는 이랜드가 나서서 해외 브랜드와 대응하고 유통 구조를 개혁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데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다.
패션인사이트 2010.3.10(수) http://www.f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