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SANG BONG PARIS/이상봉
그래피티와 미니멀리즘의 트위스트.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사람 흉상의 조각상에서 걸어 나오는 모델들의 캣워크로 시작된 쇼는 이상봉 디자이너 특유의 구조적인 볼륨과 비대칭적인 커팅, 그리고 깃털 모티브와 일러스트레이션에 트롱프뢰유 기법이 만나 그래픽적인 실루엣을 완성했다.
또 알레한드로조도로프스키의 영화 ‘성스러운 피’에서 영감을 받아 자유를 갈망하고 구원의 메시지를 상징하는 새의 이미지가 이번 쇼를 관통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구원의 메시지는 새였다. 진정한 자유와 영혼의 쉼을 얻을 수 있는 새가 되기 위해서는, 내면의 울림에 귀를 기울이고 눈앞에 보이는 것들, 현실적인 이익들, 부질없는 걱정 때문에 영혼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성스러운 피’. 인간의 내면적인 요소를 옷을 통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상봉은 새가 의미하는 자유와 구원의 메시지를 영화 속에서 내면에 자리잡은 영혼의 깃털을 배양해 세상을 정화해 나가고자 했던 것처럼 깃털과 새의 이미지를 차용해 인간의 내면을 표현해 냈다. 특히 쇼의 후반부에 이르러 남녀 무용수가 연출해낸 ‘새’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는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오가닉 실크, 린넨 쉬폰, 그리고 깃털 모티브를 자수로 살린 디테일은 대칭과 비대칭의 구조 속에 녹아들어 신비롭고 여성스러운 무드를 연출해 냈다. 젖은 모래색, 누드, 화이트 톤이 컬렉션의 한 축을 흐르는 가운데 그래픽 포인트가 선명한 오렌지와 레드 색채가 유머스러운 트롱프뢰유 기법과 만나 착시현상을 불러 일으켰다.
한편 이번 컬렉션에는 구하라, 양준혁, 김중만을 비롯 중국 배우 고원원 등 유명 인사들이 참석해 30주년을 축하했다.DOHO/도호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연인처럼 다가오다가, 곧 이어 차가운 팜므 파탈의 모습이 되는 파리의 세느강. 이번 컬렉션에서 「도호」는 수면에 비친 빛의 이미지를 차용해 여성의 내면에 잠재한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했다. 런웨이를 따라 길게 깔린 거울 스테이지는 마치 강물의 수면처럼 모델들의 캣워크와 눈부신 조명아래 다양한 빛을 발산했다.
“앞으로 미니멀하고 모던한 디자인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공들여 스타일링하는 것을 즐기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특별함을 만들어가는 일이 제 작업의 핵심이다. 누구나 좋아할만한 옷이 아닐 수 있겠지만, 누구보다 뜨겁게 도호를 사랑해주는 팬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다음 시즌에는 풍경화를 콘셉으로 잡아볼 생각이다. 컬러는 브라운이 메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브랜드 「도호」의 디자이너 도호는 “꾸튀르적인 요소를 가미하면서도 웨어러블한 룩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연한 드레이프와 섬세한 레이어링이 돋보이는 고혹적인 페미닌 룩을 선보인 이번 도호의 컬렉션은 아방가르드한 그레이 니트류를 시작으로 바이올렛 컬러의 쉬폰 재킷, 플라워 프린트가 흩뿌려진 트렌치, 레더 베스트로 장식적 요소를 부각시킨 데이웨어, 비즈와 스팽글 등이 화려하게 박힌 그래피티 프린팅 팬츠 등 쉬어한 느낌의 소재와 앤틱한 컬러를 매치해 빛이 만들어 내는 여름의 다양한 이미지를 담아냈다.
또 화려하고 율동감 넘치는 디자인선과 꾸튀르적 디테일로 완성된 도호만의 센슈얼한 아방가르드 룩으로 세련되고 오묘한 무드를 표현했다. 쇼의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드레이퍼리한 미니 드레스와 화려한 블랙 룩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LEE JEAN YOUN/이진윤
지난 2009년 ‘제2회 망고 패션 어워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이진윤 디자이너는 이번 서울컬렉션에서 ‘신비한 결혼식(The strange wedding ceremony)’을 테마로 자신의 스킬과 감성을 충분히 선보였다.
그는 컬렉션 영감의 원천을 불교의 가르침에서 찾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즉, 삶과 죽음이 별개가 아니라 한 선상에 있고, 사랑이 이어준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웨딩을 테마로 결혼식과 장례식을 오가는 듯한 무대를 연출했다.
순백의 웨딩 드레스가 아닌 미니 드레스를 선보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톤다운 컬러와 데님 소재를 사용해 미니 드레스를 선보였고, 리본, 트레이핑 등의 디테일을 사용해 로맨틱 무드를 나타냈다. 액세서리에 사용된 악어가죽은 사용하고 남은 가죽을 사용해 만든 것 들이고, 무당벌레는 행운을 나타내는 상징이라는 의미에서 사용했다. 또 얇고 투명한 오간자를 사용해 동양의 신비한 느낌을 표현했다.
이진윤 디자이너는 “파리, 바로셀로나, 뉴욕에서 열린 쇼를 국내에도 소개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 테마 안에서 일관성 있게 쇼를 진행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파리 오트 꾸튀르 컬렉션, 9월 뉴욕 컬렉션에 선 그는 내년 1월 파리 컬렉션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사실 해외 진출을 목표로 국내 활동을 자제하고 있지만 서울컬렉션은 국내 팬들과 패션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참여하게 되었다. 다음 시즌 여성복 트렌드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미니멀리즘이 전반적으로 유행할 것이지만 브랜드 각자가 아이덴티티를 잘 형성해나가고 있어 하나를 선택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MVIO/한상혁
클래식과 댄디즘의 새로운 대안은 무엇일까? 한상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하 CD)는 이번 시즌을 절제된 라인과 블랙, 화이트 컬러를 통해 미니멀 모던 시대가 곧 도래함을 예고했다.
쇼가 끝난 후 한상혁 CD가 쇼장에 입고 나타난 의상이 패션 에디터, 스타일리스트 사이에서 이슈가 되었다. 지난 시즌 아웃도어 클래식에서 착안한 컬렉션을 선보여 트렌드를 주도했던 그가 미니멀한 스타일로 대중 앞에 선 것이다.
2005년 「본」을 통해 서울컬렉션에 데뷔한 이후 한상혁 CD는 언제나 서울컬렉션의 중심에 서 있었고, 과거의 그를 그리워하는 이도 있지만 결코 실망감을 준 적은 없다. 일상 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그는 이번 시즌 타임머신, 라이딩(Riding), 모던으로 연상되는 쇼를 선보였다.
젊은 시절 자신을 모습을 떠올리다 경험하지 못했던 모터사이클, 승마 등을 떠올렸고 그것을 미니멀 모던이라는 스타일에 담았다. 가수 윤상의 ‘사랑이란’ 음악에 맞춰 전개된 쇼는 모터사이클 블루종의 실버 컬러 지퍼 장식 등 라이딩적인 요소를 세련되게 풀어냈다는 평이다. 또 뉴트럴 톤으로 정제되고 세련된 컬러 감각 또한 돋보였다. 라이딩 모티브를 프린트한 스카프 테일 스웨트 셔츠, 라이딩 기어로 만든 액세서리 등 한상혁 CD만의 위트는 그대로 남아있으면서도 한층 모던해진 느낌이었다.
한상혁 CD는 “최근 내가 과거에 선보였던 클래식 무드가 신생 브랜드의 주도 속에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엠비오」는 컬렉션에서 나타난 스타일을 기반으로 소재, 그래픽을 시작으로 한층 모던한 스타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이너가 전체적인 스타일 무드를 주도 할 수 있고, 2~3년 후 대세적 흐름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FAHRENHEIT HOMME/정두영
이번으로 3회째. 정두영의 서울컬렉션은 ‘요트와 클래식의 믹스매치’를 절묘하게 풀어냈다. 모든 남성의 로망 ‘클래식’과 ‘요트’의 절묘한 조합은 뭍 남성들의 선망 어린 눈길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정두영 실장은 “영화 태양은 가득히와 리플리의 배경이 되는 해변에서 영감을 받아 ‘요트’를 중심으로 컬렉션을 기획하게 됐다”면서 “우리나라도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면서 요트 인구가 늘어나는 등 새로운 여가 문화 발전이 이번 컬렉션 성공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파렌하이트 요팅’을 테마로 전개된 「파렌하이트 옴므 정두영」 컬렉션은 요트의 모티브를 도시적 감석으로 세련되게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모던 클래식과 요트 스포티 감성의 믹스매치도 탁월했다는 평이다.
모두 40 스타일이 런웨이를 통해 선보여졌으며 탤런트 최여진이 3회 연속 무대에 올라 우정을 과시했다. 블루/퍼플, 베이지/옐로우, 그린/카키, 오렌지/레드의 컬러 매치도 시즌 트렌드와 맞물려 잘 어우러졌다는 평.
정 실장은 “지난 시즌의 ‘플라이트’에 이어 ‘요팅’으로 넘어오며서 스포티브와 클래식의 믹스매치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인식되어져 가고 있다”면서 “아직 확실히 서지는 않았지만 다음 시즌 역시 ‘스포티브’라는 큰 줄기 안에서 클래식과 믹스매치하는 작업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컬렉션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해외 어느 컬렉션이라도 십수년 만에 지금과 같은 위상에 오르지는 못했다”면서 “서울컬렉션은 차근차근 히스토리를 만들어가면서 세계 5대 컬렉션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G.I.L HOMME/서은길
천재지변의 상황에서 사랑을 베푸는 적십자. 디자이너 서은길이 이번 시즌 메인 컬렉션을 구상하며 떠올린 이미지이다.
“쇼가 끝나는 동시에 다음 쇼를 생각한다.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처음 떠올린 것이 화이트 컬러다. 그리고 미니멀한 스타일. 의사 가운에서 시작한 이미지의 확장은 적십자의 크로스 모티브까지 이어졌고 결국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자연재해에 대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표를 남겼다. 얻은 해답은 평등하게 서로 돕고 어울리는 참 세상.”
디자이너 서은길은 테마 ‘더 클래식 인 마이 하트(The Cross in my heart)’을 컬렉션으로 풀어내기까지의 과정이 색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색상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서 디자이너는 이번에도 특유의 감각으로 GIL은 물론 최근에 코웍한 브랜드 폴메이저를 메인 컬러인 화이트에 블루, 네이비, 옐로우 등의 색감으로 세련되게 풀어냈다.
먼저 선보인 폴메이저는 화이트 컬러를 메인으로 심플한 룩으로 전개했으며 후반부에는 잔잔한 체크 패턴 셔츠, 미니멀 롱코트, 롤업 셔츠 등을 다운된 톤의 브라운, 네이비, 그레이 컬러를 이용해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포멀 수트를 선보였다. 특히 전체적으로 딱딱한 정장 느낌에서 벗어난 소프트한 터치와 컬러웨이로 편안한 오피스 룩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GIL 쇼의 시작은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 영상을 시작으로 진행됐다. 폴메이저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캐주얼 룩으로 모델 역시 10대에서부터 20대 초반을 기용해 영한 룩을 강조했다. 크로스 모티브를 변형해 포인트 패턴으로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