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빠지고 패션에 목숨을 건 이들과 짧은 일정이지만 많은 변화 속에 놓인 이웃 일본의 패션 산업을 둘러보기 위하여 다들 바쁜 짬을 내어 나리타행 비행기에 올랐다.
서울에서 미리 살펴본 아이폰 일기예보와는 달리 일본의 장마인 바이우(梅雨)가 생각보다 빨리 끝난 후 곧바로 시작된 폭염에도 불구하고 일행들의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올 들어 심각하게 추락하는 일본 「유니클로」의 실태가 궁금했고, 두 번째로는 기세 좋게 일본 공략에 나선 「Forever21」의 실상 파악이었기에 호텔에 짐을 풀기 무섭게 땀에 젖은 옷들을 갈아입고 긴자(銀座)로 향했다.
「유니클로」는 한국에서와 달리 일행들 모두가 공감할 정도로 위축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수치상으로도 황금연휴가 있었던 5월을 제외하고 3~4월과 6월의 실적마저 큰 폭의 역신장을 한 것으로 나타나는 원인이 무엇일까?
한국 패션업계에서 내로라 하는 역전의 선수들(?)의 결론은 ‘최적화에 실패한 최대화 추구의 결과’라는 말로 마켓 사이즈를 오버한 듯한 현재의 상태가 초래한 결과라는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일본 패션업계 내부에서는 보다 본질적으로 메가 트렌드가 내추럴로 가는 상황인데 반해 「유니클로」는 UJ를 통해 데님 라인을 너무 강조했다고 파악했고, 실제 데님에 상대적이라 할 수 있는 치노 라인이 잘 구성된 브랜드들의 상태가 좋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은 ‘「유니클로」의 현재 모습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얼터너티브가 분명히 준비 되어 있을 것이다. 다음 시즌에 그것을 기대해보자’며 모범학습 클래스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SWEEPING JAPAN!
두 번째로 올 4월 긴자 마쓰자카야의 한쪽 면을 다 사용하여 오픈한 「Forever21」 매장. 그야말로 진짜 리저널(Regional) 마케팅을 하는 SPA의 전형으로 보였다. 긴자라는 지역이 주는 상징성에 걸맞는 파사드 구성이나 어덜트 계층을 반영한 매장 스탭들. 일본을 쓸어버리겠다는 「Forever21」의 윈도우 장식도 문제가 되지 않는 듯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매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대표적인 두 SPA를 들여다보았지만 실제 이번 일본 여행길의 본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세상이 변한다. 패션 패러다임이 바뀐다. 고객의 눈높이가 달라진다. 유통 채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우리들 앞에 산적한 과제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열이 달아 오르는데 생각의 2%를 채워줄 그 무엇인가를 찾아서 키치조지(吉祥寺)로 향했다. 키치조지를 찾아가는 길은 번잡한 도쿄의 도심 신주쿠에서 전철로 15분만 나가면 다른 세상이 열릴 정도로 도심에 가장 가까운 새 세상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궁금 점을 지니고 키치조지로 가는 길에서 우리는 세상이 변하는 과정 속에서 과거 패션 산업에서 금과옥조처럼 내세운 마케팅 믹스란 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생산자 중심 시대의 마케팅 믹스는 4P 믹스였고 소비자 중심, 시장 중심시대의 마케팅 믹스는 4C 믹스란 경영학에서의 산업적 관점에 대해 생각을 해보니 아! 정말 키치조지는 4C 믹스로 구성된 타운이고 마켓 플레이스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90년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저널리즘과 매스커뮤니케이션학 교수인 로이터본(Robert F. Lauterborn)이 처음 주창하면서 세상에 나온 4C MIX 는 이론적으로 △Customer Solution △Cost △Convenience △Communication이란 요소의 추출에서 출발했다.
이후 4C 요소의 환경대응 믹스가 4P Mix와 상호 보완되면서 21세기형 전술경영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마케팅 그루(GRU)들이 여러 차례 주장 한 것처럼 4C는 4P와 상호 의존적 보완에 의해 최선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데, 그 실제는 Place 위에서 펼쳐진다는 것이 이제까지의 동향이라면 정말 키치조지는 4C Mix 시대의 실증적 경험이 될 것이다.
4C Mix의 타운 ‘키치조지’
고객의 이해를 더 잘 설명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키치조지에서의 경험은 정말 변화하는 시대의 중심 소비자의 이해를 한층 빨리 쉽게 해 준다.
키치조지가 지닌 4C 요소적 키워드 중에 제일 처음 거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세대간 커뮤니케이션 요소인 ‘재즈(Jazz)’란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개성의 시대, 단절의 시대를 살면서 키치조지의 재즈는 일본 내에서도 인정하는 재즈 뮤지션들의 산실이고 키치조지 구성의 첫번째 코어라 할 수 있다. 뉴욕의 블루노트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잘 구성된 레퍼토리와 시설들이 365일 키치조지를 찾게끔 만드는 첫번째 커뮤니케이션 코어가 될 것이다.
키치조지가 시골 부락에서 현재와 같은 도시의 거리로 변한 데에는 한 사람의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었는데 바로 이오리 노구치(野口伊織)라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불과 18세 때인 1960년(그래서 2010년 올해 키치조지 50년이란 행사가 유독 많았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작은 다실을 ‘FUNKY’란 재즈 클럽으로 개조하면서 시작된 일본 재즈 클럽의 역사는 이후 키치조지를 일본 재즈의 메카이자 신인류의 고향처럼 변모 시켰다.
당시 도쿄의 대형 클럽들도 상상할 수 없었던 고가(高價)의 JBL D44000 시스템(당시 도쿄 시내 맨션 한 채 값이 넘었다)을 변두리에 갖추고 재즈를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키치조지가 시골 마을에서 트렌디한 핫스팟으로 태어났다는 엄연한 역사적 현실을 생각한다면 과연 누가 그를 다방 주인이라고만 치부할 것인가?
재즈를 통해 키치조지가 세상과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면서 학생운동이 치열했던 70년대부턴 일본의 포크 뮤지션들이 모여 들었고 이러한 문화적 요소들이 결합하여 1986년부터 매년 골든위크 때면 각국의 뮤지션들이 모여 만드는 키치온(吉音) 축제 또한 키치조지의 첫 번째 키워드가 재즈가 되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키치조지의 두 번째 키워드는 카페와 라이브 하우스다. 역시 communication 요소다. 키치조지의 거리로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장소는 다양한 커피와 달콤한 케익류를 만들어 파는 작은 규모의 카페들이다.
별 다방도 두렵지 않을 정도의 경쟁력을 지닌 키치조지의 카페들은 규모가 아니라 나름대로 개성있는 경쟁력을 지닌 구성으로 세계적 명산지의 커피와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면서 사람을 불러모으는 주역이 되고 있다. 세번째 키워드는 복합적으로 Cost, Convenience와 Communication이 결합한 골목길 시장이다. 일본어로 요코초(橫丁)라 부르는 작은 골목길에서 키치조지의 탐험은 시작된다.
분명 현대식 건물로 잘 지어진 번듯한 스트리트가 키치조지 상업의 중심지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들의 상업적 가치를 유도해낸 배경은 분명 재래식 골목길에 산재한 전통과 경쟁력 있는 가격, 그리고 현대인들에게 사라져가는 휴머니즘이란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 골목 속에 비가 오나 눈이오나 늘 수십 미터의 줄을 세우는 멘치가쓰의 전설 사토우가 존재한다. 수십 년간 한 자리를 지키며 만들어온 일본 장아찌의 명인들이 한결 같은 방식으로 백화점 식품부보다 질적으로 우수하고 가격도 저렴한 쯔께모노 점포에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이 골목길에는 또 많은 다찌노미(立ち飮み)들이 산재하여 주머니가 얇아진 현대인들이 모여들게 하고 이들이 토해놓는 다양한 스토리들이 키치조지를 구성한다. 이러한 요코초(橫丁)를 통해 Cost, Convenience와 Communication 요소가 결합하여 생산해낸 키치조지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자리매김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난제로 등장한 Customer Solution과 관련되어 Customer Benefit에 관한 키워드이다.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현대의 고객은 어디서 만족을 얻을까? 현대의 고객은 무엇으로부터 만족을 찾을까? 어떻게 만족을 시켜야 할까? 라는 과제가 우리의 머리를 어지럽히는 것도 과거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어떤 시장이건 소비자는 끊임없이 순환적 행동고리에 얽혀 있다. 바로 ‘ INPUT ? EXPERIENCE ? PERCEPTION ? UNDERSTANDING 다시 순환’으로 이어지는 행동 양식을 통행 소비자는 브랜드에 혹은 리테일러에게 만족을 요구하게 된다. 과거 방식이라면 Production을 매개로 PLACE에서 적당한 PRICE와 적절한 PROMOTION을 통해 커스터머와의 접점을 찾던 데서 4P 믹스가 비롯되었을 텐데 이미 이러한 방식은 평준화 되어 고객 접점을 형성할 수 없는 쓸모 없는 도구로 전락한 시대에 우리는 돌입해 있다.
키치조지는 이러한 순환고리에서 가장 중요한 순환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Customer Benefit이 존재한다. 바로 지역의 상징처럼 자리잡은 이노카시라(井の頭) 공원이다. 작은 크기의 공원 안에 무슨 Customer Solution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우선 이 공원엔 잘 만들어 진 스토리가 여럿 존재한다.
우선 브랜드 로열티를 확보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역사성과 관련하여 아무도 확인할 수 없지만 가마꾸라 바쿠후 시대에 도꾸가와 이에야스가 마신 우물이 발원이라는 스토리를 통해 역사성을 확보하였고 다이쇼 시대에 간또 대지진이 발생하였을 시 많은 도쿄의 난민들에게 훌륭한 피난처를 제공해주었다는 자애로움이란 스토리를 통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쉽게 마음을 열게 하며, GTO(Great Teacher Onizuka, 우리 나라에선 ‘반항하지마’라는 청춘 드라마로 잘 알려진 일본의 만화 겸 드라마)와 같은 가공된 콘텐츠의 주요 무대로 사용되어 오래된 전통 가운데서도 젊은이들을 끌어 모으는 묘한 매력을 지닌 소리마치 다카시(反町 隆史)와 같은 캐릭터를 지니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일본인들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일본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한번 가보고 싶고 또 한번 들리고 싶은 꿈을 항상 꾸게 만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미술관이 존재함으로 늘 생각하게 만드는 Before Service란 Customer Benefit을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키치조지란 공간을 통해 4C란 과제를 해결해 보려 노력했지만 우리가 실천하기에 아직 거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패션의 시장이 변하고 고객의 변화하고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는 시대에 키치조지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백화점 몇 군데 돌아볼 정성에 키치조지로 우리 바람 한번 쐬러 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도쿄: 김묘환 CMG대표>
이전글
![]() |
인디에프 새 브랜드, 보르보네제 |
|---|---|
다음글
![]() |
라코스테, F/W 강력해진 라인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