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12년 기반 뒤로한 채 뉴욕패션위크 도전

한국패션협회 2014-02-27 00:00 조회수 아이콘 3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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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12년 기반 뒤로한 채 뉴욕패션위크 도전


해외 비즈니스 확장 통해 한국패션 위상 높이기 주력…초심으로 자신과의 싸움 시작



 
[패션저널:강두석 편집장]도전과 혁신을 통해 한국 패션을 선도하며 한국패션 국제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는 디자이너 이상봉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해외 비즈니스의 확대를 위해 24시즌 동안 몸담았던 파리패션위크를 떠나 뉴욕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것이다.
 
“이상봉 브랜드가 뉴욕보다는 파리의 정서와 더 잘 맞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뉴욕으로 무대를 옮기는 것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비교하고 분석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파리와 뉴욕의 비즈니스는 성격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해외시장의 확장을 위해서도 뉴욕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곳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뉴욕패션위크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거쳐 이번 시즌 2014/15 추동 컬렉션을 통해 뉴욕 무대에 데뷔했다. 만 12년을 활동하며 패션 변방 출신의 디자이너로는 드물게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파리 무대를 떠난다는 것이 그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전의 아이콘답게 그는 또다시 도전을 선택하므로써 자신에 대한 담금질을 새롭게 시작했다.

“파리의 경우 지난 24 시즌을 거치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바이어들이 형성돼 있어 꼭 패션쇼를 통해 제품을 선보이지 않더라도 현재 수준의 안정적인 바잉은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는 판단도 뉴욕으로 무대를 옮기는 계기의 하나가 됐습니다. 파리에서는 기존의 쇼룸을 통해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이며 바이어들과 상담을 해나갈 것입니다.”

 

 


그는 각각의 시장 기호에 맞는 차별화된 전략도 세웠다. 뉴욕의 경우 실용성을 중시하는 바이어들이 몰려 있음에 따라 실용성을 강조하는 도시 스타일의 기성복 제품을 중심으로 선보이고, 파리는 예술성 높은 맞춤복형 제품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뉴욕에서의 비즈니스가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그의 다음 도전 무대가 어디로 향할지 추측이 가능해진다. 실제 그는 파리 오뜨꾸뛰르컬렉션 참가를 종종 제안받곤 한다. 그러나 아직은 역량을 분산시킬 때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이를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패션위크 진출을 계기로 올 가을까지는 뉴욕에 매장을 오픈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욕 매장은 현재 파리와 뉴욕에 있는 쇼룸과 함께 이상봉 브랜드의 세계화를 위한 전진기지가 될 것입니다. 지난 12년 간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해외 비즈니스가 결코 생각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더더욱 급하게 이루어지지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해외 비즈니스는 나 자신의 지구력과의 지리한 싸움이기도 합니다.”

그는 파리에 처음 진출할 때와 마찬가지로 뉴욕에서도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한걸음씩 나아간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지리한 싸움을 이겨낼 수 있는 길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닦은 기반이 있기에 뉴욕에서는 좀 더 쉬운 길을 갈 수도 있겠지만, 그는 쉬운 길은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하며 스스로를 다잡는다.

“뉴욕은 흔히 비즈니스의 기회가 가장 많은 곳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패션쇼가 열리는 곳이 뉴욕패션위크입니다. 그만큼 인지시키기도 어렵고, 주목받기는 더욱 힘든 곳입니다. 그래서 더 많이 노력하고 더 앞선 패션을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부담감이 그가 파리에 처음 진출할 당시 느꼈던 어려움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다. 그가 이 새로운 도전에 마음을 다잡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스로가 흔들리지 않고 황소걸음으로 나아간다면 파리에서와 같이 오롯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또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 것임을 잘 알기에 그는 편하게도, 급하게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거기에 길이 있으니 묵묵히 그 길을 따라 가겠다는 것이다.

“뉴욕패션위크에 참가하고 나서, 파리패션위크가 시작되면 파리에서 바이어들과의 상담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덕분에 몸은 두 배로 힘들어졌습니다만, 힘은 더 납니다. 제가 처음 파리에 진출하면서 생각했던 제1 원칙이 나 스스로가 지쳐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는데, 그런 자기최면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이제는 힘들수록 더 힘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의도하지 않아도 느껴질 만큼 내면화된 것 같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12일 개최된 뉴욕에서의 첫 무대는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고, 상당한 호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파리에서의 활동을 통해 쌓은 후광효과도 없지 않았겠지만, 그만큼 뉴욕에 대한 철저한 맞춤형 준비가 뒷받침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작은 것 하나라도 결코 소홀하게 넘어가지 않는 그의 완벽성이 바탕하고 있다.

 
 


“이번 패션쇼에서는 다양한 소재들을 지금까지 일상적으로 사용해오던 방식들과는 다르게 섞어서 사용해보았습니다. 30년 이상을 해온 일에 대해 나 자신이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매너리즘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도가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뉴욕에서의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뗐지만, 그는 여전히 분주하다. 이제 막 출발선을 박찼을 뿐, 나아갈 길은 아직 멀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다고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조바심을 치는 것도 아니다. 주어진 길을 가되 좀 더 새롭고 아름답게 가기 위함이다. 이것은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보여주는 여유이기도 하다.

“쉽지 않은 길이기에 그 길을 더 가고 싶어하는 지도 모릅니다. 쉬운 길이라면 도전하는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또 그렇게 가다보면 어디선가 안내판이 나오고, 평탄한 길도 나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믿음을 따라서 갈 뿐이죠.”

 
 


주변에서는 일부 만류하기도 했지만, 그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고 나선 동기는 3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게다가 지금은 그의 2세들이 그가 가는 새로운 길에 기꺼이 동행이 되어 주고 있어 30여년 전보다 오히려 발걸음이 가볍다는 그다.

때로 넘치던 그의 열정은 파리에서 정화를 거치면서 발아해 그 꽃을 피울 장소로 뉴욕을 선택했다. 이제는 넘치거나 모자람을 찾기 어려울 만큼 정화된 열정이 뉴욕에서 꽃을 피우면 그는 또다시 열매 맺을 곳을 찾아 떠날 것이다. 꽃이 활짝 펴야 열매도 튼실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이기에 뉴욕에서 활짝 꽃피울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한국적인 것에서 찾은 아름다움을 패션에 접목시키며, 한국 패션 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에 대한 인식의 확산에도 기여해온 그의 파리에서의 활동이 뉴욕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펼져질지 주목해보자. 그가 가는 길에서 비록 거대한 서사를 읽지는 못할지라도, 그가 남기는 명징한 메시지는 한국패션을 한층 풍요롭게 할 것이기에….(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www.okfash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