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할 ‘디자인 인재’ 키운다
②디자인 사관학교 SADI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삼성디자인학교 ‘사디(SADI:Samsung Art&Design Institute)’는 3월 새 학기를 준비하느라 직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교실에선 16명의 학생들이 자신이 만든 니트 작품을 소개하며 담당 교수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디자인 학교라 차분한 수업을 예상했던 터라 토론식 수업은 다소 의외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작품을 비판하는 교수와 동료들의 공격을 방어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한다. 사디의 전재경(28) 대리는 “대학처럼 학기제로 운영되지만 보통 방학 중에도 산학프로젝트, 겨울학기 등이 운영된다”며 “사디 학생들은 타이트한 학사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사디는 일반인에겐 다소 낯설다. 그러나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이나 해외에서 사디의 명성은 대단하다. 미국 뉴욕에 유명 디자이너를 많이 배출한 명문 디자인 스쿨 ‘파슨스’가 있다면, 한국엔 바로 사디가 있다고 비유할 정도다. 실제로 사디는 지난 1995년 한국의 파슨스를 꿈꾸며 출범했다. 당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의 시대를 거쳐 21세기는 디자인 경쟁력이 기업 경영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이른바 ‘디자인 혁명’을 선언했던 즈음이다. 즉 삼성이 양질의 디자이너를 국가적으로 배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만든 것이 사디인 셈이다. 현재도 삼성전자가 전체 예산의 80%를 댄다. 그만큼 학생들의 등록금(한 학기 400만원)은 다른 대학에 비해 저렴하다. 3년제인 사디가 4년제 대학 수업들을 모두 반영하고, 학생 대 교수 비율이 2.6대 1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이다. 이 때문에 매년 입학 경쟁률은 5대 1을 훌쩍 넘긴다.
사디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실무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 디자인과 관련한 다양한 가상훈련과 공격적인 토론식 교육을 통해 이론과 실무, 감각이 함께 어우러진 인재로 탈바꿈시킨다. 디자인은 혼자만의 작품에 그쳐서는 안되며 반드시 상대방도 이해할 수 있는 ‘이유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것을 집중 강조한다. 이는 패션디자인, 커뮤니케이션디자인, 프로덕트디자인(산업디자인) 등 3개 학과에서 공통적이다. 학사관리도 엄격한 탓에 입학 후 졸업까지 생존하는 학생들은 66%에 불과하다.
커뮤니케이션디자인 학과장인 김우정(38) 교수는 “사디는 학생들에게 토론식 수업, ‘팀 프로젝트’식 협업을 강도 높게 실시한다는 점에서 다른 대학들과 차별화돼 있다”며 “사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디자인 감각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대화기술, 디자인에 대한 이해력, 발표 능력이 우수해 기업들이 매우 선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사디는 정식 대학이 아니다. 수도권과밀화를 억제한다면서 서울에 신규 대학 설립을 막는 현행 법규제 때문에 학원 수준에 머문 것이다. 그러나 미국 뉴욕 한복판에 자리잡은 파슨스 등의 예를 보듯, 디자인 학교란 패션의 중심지에 세워지지 않으면 특수 학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 결국 ‘졸업장’을 위해 대학을 다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세계적인 명문 디자인 학교의 탄생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국패션협회장인 원대연(60) 사디 학장은 “사디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디자인=국가 경쟁력’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출발했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라면서 “하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 때문에 대한민국을 디자인 선진국, 소프트산업 강국으로 만드는 과정이 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
기사 : 문화일보 2008.1.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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