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패럴뉴스 창간특집인터뷰] 원대연 한국패션협회 회장

“하루속히 글로벌 브랜드가 나와야

  패션 선진국 가는 길이 빨라집니다”

“패션 산업은 선진국형 고부가가치 문화창조산업이다.” 원대연 한국패션협회 회장의 패션산업에 대한 정의다. 제일모직 사장을 거쳐 지난 2004년 패션협회 회장에 취임한 이후 정부와 업계에 패션 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할 때마다 주장했던 말이다. 최근 K-패션이 주목을 받으면서 새삼 이 말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렸다. K-패션에 잘 어울리고, 또 지향해야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섬씽 뉴 디퍼런트(something new different).’ 원 회장이 강조한 K-패션이다. 그는“서양 복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우리나라 고유의 컬러와 디자인, 소재 등을 잘 융합해서 남들과 다른 옷을 만드는 것이 K-패션”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하우 투(How to). K-패션을 글로벌화하기 위한 방법은.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현지화에 주력하라. 무엇보다 사람을 육성하고 잘 활용해라.”

다소 교과서 같은 답이지만, 패션 업계 경력 40년의 경륜이 담긴 말이라 쉽게 흘려버릴 수 없었다. 지난달 10일 K-패션을 화두로 역삼동 사무실에서 원대연 패션협회 회장을 만났다.

- 드라마와 K-팝에 이어 K-패션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패션협회 입장에서도 반가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K-패션은 K-팝과 연계해 1년여 전부터 사용되기 시작됐다. K-패션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한류 스타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한류 스타에 대한 동경은 자연스레 그들의 의상과 헤어스타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패션의 위상도 올라가고 있다.”

- 그렇다면 회장님이 생각하는 K-패션은 무엇인가.
“서양 복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우리나라 고유의 컬러와 디자인, 소재 등을 잘 융합해서 남들과 다른 옷을 만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섬싱 뉴 디퍼런트(something new different)’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각도로는 한국 패션의 글로벌화라고 명명할 수 있다.”
-아시아와 유럽 등 밖에서 보는 K-패션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가늠을 하기 힘들지만 우리나라의 국력이 향상되면서 K-패션의 위상도 많이 올라갔다고 본다. 디자이너와 내셔널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 국내 업체의 해외 유명 브랜드 인수 등도 K-패션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디자이너나 글로벌 브랜드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패션은 선진국형 고부가가치 문화창조산업

K-패션에는 우리 고유의 문화 녹아들어야

-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말인가.
“유감이지만 그렇다. 패션 산업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발전하는 선진국형 고부가가치 문화창조산업이다. 선진국일수록 유명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패션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이너와 글로벌브랜드 또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
이 대목에서 그는 골프선수 박세리를 예로 들었다. 90년대 말 당시 사장으로 재직하던 제일모직이 후원하는 박세리 선수가 US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지금의 박세리 키즈들이 나와 골프 강국이 된것처럼 글로벌 디자이너와 브랜드도 누군가가 앞장서기만 하면 뒤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 그러기 위해서는 패션 업체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지금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은 모두 서양 복식이다 우리가 아무리 옷을 잘 만든다고 해도 수백 년의 전통과 실력을 갖고 있는 서양인들이 볼 때는 아류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서도 얘기했지만 세계인이 좋아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요소를 잘 융합한 옷을 만들어야 한다.”

- 좀 더 구체적으로 패션 업체들이 해외 시장을 공략할 때 갖추어야 할 덕목을 말해 달라.
“먼저 시장을 읽어야 한다. 국내에서 잘 된다고 해서 해외에서 잘 팔리는 것이 아니다. 다음은 유통 구조 등 장사를 하기 위한 지식을 알아야 한다. 이는 기본적인 것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성격이 급하고 치밀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의외로 잘 못한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책임자가 누구냐에 따라 사업이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중소기업은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쓸 유보인력이 없다. 멀리 보고 사람을 키워야 글로벌 시대에 성공할 수 있다.”

- 정부의 지원도 필요할 텐데, 현재 지식경제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등에서 펼치고 있는 패션 산업 지원 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 외에도 패션을 문화산업으로 보고 문화체육관광부까지 나서고, 서울시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아쉬운 것은 제한된 예산을 가지고 비슷한 행사를 하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작년에 이를 정부에 건의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3개 부처가 협력 체제 구축을 위해 협약까지 맺었지만 그 후 별반 진전된 내용은 없다. 정부에서 예산 지원을 통해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좋지만 전시 행정보다는 비즈니스 성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 끝으로 K-패션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앞으로 전 세계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국내 패션 업체들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 장담하기는 이르지만 우리 나라의 패션 수준, CEO들의 열정, 임직원들의 노력, 높아진 국력 등을 볼 때 5년 이내에 국제적으로 통하는 브랜드들이 나올 것으로 본다.”

 2012년 9월 10일자 어패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