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vs CFDK...참가비, 심사기준 ‘양보 못해’
<지난 26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 진행한 긴급 공청회 모습>
서울시... ‘글로벌 비즈니스 위한 변혁'
CFDK... ‘보이콧 불사, 일방통행 수용 불가’
서울패션위크에 바람 잘 날이 없다.
행사 주최자인 서울시(시장 박원순)와 국내 최대 패션디자이너 단체인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회장 이상봉, 이하 CFDK)가 올 10월 16일부터 2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2016 S/S 서울패션위크’ 참가비와 선정 심사 기준 변경을 두고 정면충돌한 것.
특히 지난 5월 패션위크 사상 처음으로 총감독 체제를 출범시킨 이후 맞는 첫 패션위크여서 정구호 총감독과 패션위크의 중심 콘텐츠를 만들어 온 연합회가 대립하는 양상이다.
서울패션위크 주관사인 서울디자인재단은 6월 19일 참가 브랜드 모집 공고를 통해 이번 패션위크부터 1,000석 규모 쇼 장은 1,000만원, 700석 규모 쇼 장은 700만원의 참가비를 책정했다. 직전 시즌 참가비는 1,000석 규모 400만원, 700석 규모 250만원이었다.
이와 함께 참가 자격과 심사 평가 기준 등에도 큰 폭의 변화를 줬다.
영업실적 중심의 ‘정량평가’와 창의성, 상품성, 품질 등 경쟁력을 평가하는 ‘정성평가’ 중 종전에는 ‘정량평가’에 70% 비중을 뒀으나 이번에 ‘정성평가’ 60%로 역전시켰고, ‘정량평가’에 'PR(홍보)' 실적을 배점했다.
또 브랜드 직접 또는 공동 경영자를 자격 요건으로, 국영문 디자이너 및 브랜드 소개서와 포트폴리오 제출, 온라인 채널을 제외한 자가 매장 보유를 필수 항목으로 뒀다.
재단은 7월 13일까지 선정 심사를 마무리하고 7월 16일 선정 브랜드 발표, 9월 1일 패션쇼 일정을 확정해 공지할 계획이다.
이 같은 내용이 전달된 후 연합회는 23일 이사회를 거쳐 26일 긴급 공청회, 30일에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에 이르렀다. 이를 통한 연합회의 입장은 ‘수용 불가’.
연합회 측은 공청회와 같이 디자이너, 관계자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공개적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화’를 명목으로 규정을 바꿨지만 청사진을 알 수 없고, 매장 확인을 위해 가족관계증명서까지 요구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 관료주의에 지나지 않는 다는 주장이다.
특히 소통 없는 추진절차가 가장 큰 문제인 만큼 서울시가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서울패션위크를 보이콧하고 별도의 컬렉션, 페어 개최로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연합회 임원을 맡고 있는 한 디자이너는 “사전 공청회나 설명회를 가졌다면 달랐을 텐데 절차와 통보 방식이 무리하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에게 어쩔 수 없이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자괴감을 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디자인재단은 ‘현실을 반영한 발전적 변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선 서울시 출연금은 줄어든 반면 요구 수준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비즈니스’라는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 참가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 서울패션위크의 위상을 감안할 때 책정된 참가비를 낼 수 있는 수준의 기반을 갖고 있는 디자이너들만이 참여해야 하고, 디자이너들도 ‘최소한의 의무’를 해야 한다는 공식 답변을 내놨다.
참가 자격과 심사 기준 변경에 관해서도 ‘성장 잠재력이 있고, 브랜드 육성 의지가 분명한 디자이너들을 지원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제대로 된 매장이나 쇼룸 없이 온라인 판매만 하거나 패션 이외의 사업으로 외형만 큰 업체의 참여를 제한하고, 현재 규모가 작더라도 가능성이 있는 디자이너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의 일환으로 영업 실적에 따라 우선권을 주었던 패션쇼 스케쥴 역시 바이어와 미디어의 관심도, 일정을 고려해 재단측이배정하기로 했다.
이 밖에 재단은 참여도와 집중도가 낮았던 페어는 이번 패션위크부터 폐지하고 내년 봄 행사부터 트레이드 쇼 형태로 전환기로 했다. 패션위크와 기간 연계는 하지만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아닌 더 큰 규모의 장소에서 확대 개최할 방침이다. 트레이드 쇼에는 서울패션위크에서 배제한 온라인 판매와 쇼 의상 제작 업체 등을 포함해 문호를 개방한다.
상반된 입장을 낸 서울시와 연합회를 바라보는 디자이너들의 의견은 사실상 갈려있다.
‘관은 행사를 주도할 것이 아니라 후원해야 한다’는 의견과 ‘몇몇 디자이너 입김으로 인해 변혁의 시도조차 어렵다’는 의견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것.
수 회째 서울컬렉션에 참가해 온 한 디자이너는 “이전에도 서울시 지원 없이 단독 컬렉션을 진행한 전례가 있고, 이번 참가비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대의명분 없이 제 밥그릇 챙기기와 다름없는 행태를 이참에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 신진 디자이너는 “갑작스런 참가비 인상은 분명 큰 부담이고 진입장벽이 높아진 것이나 다름 없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전문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오너 디자이너로 참가를 제한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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