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전공 취업자들이 디자인을 기피한다

관리자 2017-01-04 00:00 조회수 아이콘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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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정연, 제2회 한국패션산업정책포럼 개최

한류는 허상일 뿐 스트리트패션에 주목해라
디지털융합패션산업, 미래 패션산업의 방향점

(재)섬유패션정책연구원(이사장 서문호) 주최로 지난 12월 20일 섬유센터 2층 컨퍼런스룸에서 ‘제2회 섬유패션정책포럼(한국패션산업의 미래,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가 개최됐다. 
 
염색정책포럼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이번 포럼에는 패션디자인학과, 의류학과 등 패션디자인 관련 대학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 패션 및 디자인산업의 근간인 대학 교육의 현실과 취업 후 불안한 미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날 포럼에 앞서 한국외국어대 마이클 허트 교수와 서울과학기술대 김이경 교수의 초청 강연이 진행됐다. 한국외대 마이클 허트 교수는 ‘한국 청소년과 스트리트 패션의 창조경제’라는 주제 강연에서 15여 년까지 교수 외에 패션 전문 사진작가로써 체험하고 느낀 한국 스트리트 패션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마이클 허트 교수는 “한국인들은 일본의 스트리트 패션이 진정한 창조적이고 오리지널이라고 추켜세우면서 반대로 한국의 스트리트 패션에 대해서는 그냥 아이들이 유행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으로 폄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크리에이티브 즉 창조적이라는 것이 반드시 오리지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이들에게서 영감을 받고 그 영감들을 리믹스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것도 창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허트 교수는 한국 청소년들의 스트리트 패션은 자신감이 넘치고 개성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자신만의 패션을 표현하는 용기는 컴퓨터와 뉴 미디어 환경 속에서 ‘소비가 곧 Identity(정체성)’라는 개념을 배워나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소비를 통해 본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라는 의미다. 이런 과정 속에서 소위 패션피플(Fashion People)로 불리는 ‘패피’ 계급이 탄생했고, 패피들이 드러내는 스트리트 패션은 외국인들의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이클 허트 교수는 한류에 대해서는 쓴 소리를 던졌다. “한국은 한류에 빠져 있다. 문제는 이 한류가 환상이면서도 현실이라는 것이다. 매년 개최되는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K-패션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아직은 성공적이거나 그 기대가 충족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글에서 코리안 패션을 검색해보면 대형 미디어에서 한국에 대한 패션 관련 글이나 서울패션위크 등에 대해 언급된 기사를 찾기는 어렵다. 즉 외국 패션언론은 한국의 런웨이패션에 대한 큰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한국의 길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스트리트패션 등의 패션 문화가 더 활발하고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신소재공학과 김이경 교수는 ‘디지털 융합과 미래의 패션산업’이라는 주제 강연에서 패션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과제를 제안했다. 김이경 교수는 “한국 패션산업이 살 길은 핵심 가치를 재창출하고, IT와 패션을 접목하고 융합할 수 있는 전문적인 융합 디자이너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IT와 패션의 융합된 디지털 패션산업에서의 공급망과 유통 구조 개선에 노력 그리고 신 시장 패스트 패션기업 확장, 산학연 협력 R&D 및 인재양성 목적의 디지털패션센터 설립의 필요성도 제안했다.
 
주제 강연의 키워드인 디지털패션은 패션화를 위한 기술과 아이디어의 융합을 지칭한다. 디지털패션은 예술, 기술, 상업의 세 가지 요소의 협력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즉 예술은 텔레매틱, 로보틱, 가상의복을 만드는 패션 디자이너, 기술은 입는 기계와 S/W를 만드는 엔지니어 그리고 예술과 기술을 상업화할 수 있는 회사 또는 기업가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패션을 디자인하거나 구성하는 디지털 기술인 CAD와 CAM, 패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디지털 기술로 지능형 텍스타일과 입는 컴퓨터의 탄생, 다양한 게임과 가상 세계 속 캐릭터들의 옷 등의 패션융합 컨텐츠 등이다.
 
김이경 교수는 “예술적 측면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디지털 패션은 자신의 표현, 문화적 취향 그리고 스타일을 중요시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재/매개하여 융합을 통한 가치 창출로 새로운 산업의 태동을 예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섬유, 패션기술 및 디지털기술의 융합이 만들어낸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소비자 중심의 패션산업은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미래 패션산업의 방향이다”라고 강조했다.
 
- 패널포럼 전문 -
 
계명대 이준화 교수
“열심히 가르쳤는데 학생들은 왜 해외로 나갈까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자유로운 교육환경과 디자인의 자유가 주어지는 해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교육 환경은 물론 패션디자인교육 환경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5, 10년 뒤에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전공자들의 수는 점차 늘어날 것이다. 
근본적으로 학과 교수진 구성에서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해외의 경우 패션디자인학과에는 패션디자인 전공자들로만 교수진을 구성하지만 우리는 패션디자인 전공자, 패턴 전공자, 텍스타일 전공자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있다. 오히려 학생들은 디자인 공부하러 들어와서 전공 외에 것을 들으라고 하니 차별성이 없어서 유학을 선택한다는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다.”
 
홍익대 정경연 교수
“홍익대 교수 채용 시 최고의 덕목은 실무경험 여부다. 아무리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어도 실무경험이 없다면 교수가 안 된다. 학교 정책이 실무경험을 통해 성공적인 교수진을 확보하라는 기조 아래 산업체 교수를 모셔오라는 미션까지 주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패션디자인 교육의 문제는 예술대학이 늦게 출발했다는 점이다. 의류직물학과가 가정대학교에서 미술 실기 없이 패션 전공자들에게 미술 실기까지 부담시키고 있다. 결국 미술대 출신 패션전공자들은 예술을 너무 강조하면서 현실과는 동떨어진 디자인을 만들어내면서 산업계와의 괴리감만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산학연이다. 산업체에서 전공자들을 인턴으로 받아주고 이를 학점화시키는 필수 과정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들은 인턴 경험을 불필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교육부 역시 인턴 과정을 학점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산업체는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폭을 넓혀나가고, 산업부와 교육부는 협업해야 한다. 관련 내용이 어느 부서의 실적이냐를 놓고 부처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원만한 협의를 통해 실제 산업체에서의 인턴십이 학점으로 인정받고 필수과정으로 정규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숭실대 신상무 교수
“모든 문제의 해결방안은 섬유패션산업이 먼저 살아야 한다. 졸업자들이 많은 연봉을 받고 취업할 수 있어야 하고 직장에서는 성취감을 느껴야 한다. 산업이 국가발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면 먼저 나서서 이 쪽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할 것으로 생각한다. 섬유패션업체에 취직해서 자긍심을 못 느끼고 대기업에만 가려고 한다면 패션산업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김이경 교수의 디지털 융합 강의를 듣고) 한국패션비즈니스학회장으로의 경험을 비쳐볼 때 산업체와 다양한 상품 기획부터 제품화까지 산학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왔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가격이다. 일단 업체에서는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과연 가격에 맞는 IT제품이 있느냐에 대해 산업계는 회의적이다. 필요성을 알면서도 새로운 것에 주저하고 있다는 점도 한 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한세대 장남경 교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문제다. 매년 많은 패션 전공자들이 쏟아 나오고 있지만 이를 받아줄 수 있는 기업의 수는 많지 않다. 결국 기업들은 어차피 올 학생들이 많은 데 굳이 좋은 대우를 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패션산업이 살아야 수요도 늘고 졸업자들의 취업의 기회도 늘어날 테니 말이다. 현재로서는 밝아 보이지는 않다.
해외 브랜드, SPA브랜드와의 무한 경쟁, 인공지능 로봇과의 경쟁 등 이를 타개할 방법은 해외 시장 개척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 지망생들은 업체 디자이너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내수 브랜드가 잘 되어야 한다. 하지만 내수 브랜드는 점차 줄고 바잉 가능한 브랜드 위주로 디자인실의 고유 업무도 변화해가고 있다.
힘들지만 우리와 연관된 패션라이프스타일 산업, 즉 화장품산업의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저가는 저가대로 고가는 고가대로, 글로벌 브랜드도 만들어지고 있다.
꼭 SPA브랜드가 공룡처럼 크고 무서운 존재지만 패스트푸드 산업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 사실은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고 포인트를 잘 잡는다면 패션도 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정부가 지원을 안 한다고 보지 않는다. 일관된 정책과 방향성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비전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공주대학교 하승연 교수
“디자인교수로서 가장 마음이 아픈 게 저희 학과학생들이 디자인을 기피한다. 처음 디자이너 꿈을 갖고 입학해서 선배의 취업이나 패션산업을 보면서 디자이너의 꿈을 조금씩 접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요즘 선호하는 기업인 해외 벤더다. 취업하기는 어렵지만 오히려 근무조건이 좋고 연봉도 좋고 복지 혜택이 좋기 때문이다.
교육자로서 창의적인 교육이나 창의적인 디자인 교육보다는 실무에 맞는 기술습득에 취중하게 된다. 학생들도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패션산업은 부가가치성을 키워야 하는 남의 것을 카피하거나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디자이너 활성화와 창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또 졸업 후 국내 디자인 업계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 전제하에서다. 연봉이 아주 높지 않더라도 상응하는 수준. 지방대학이다 보니 모든 직장이 서울이고 기본적인 생활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내가 서울에서 학교 다니는 것이 복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해봤다. 결국 지방으로 다시 내려오는 경우를 보고 있다. 디자인 업계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코퍼레이션(주) 김이숙 대표
“투자 측면에서 볼 때 IT와 패션이 융합하는 과정에서 패션이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가?
패션이 돈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이 패션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은 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아이템이 IT산업이다 보니 그곳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따라서 패션 관계자들은 금융이나 투자에 대한 안목도 필요하다. 패션 쪽에서도 투자자금을 어떻게 형성하고 만들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 패션을 산업으로 보고 있다. 즉 패션에 돈이 몰린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패션에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보여야 한다. 그 기록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도 매우 중요하다. 타 산업과 비교해서 틀을 만들어 실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에서 커리큘럼과 학생의 취업은 교육이나 법은 뒤쳐질 수밖에 없다. 좌절감을 느끼지 말고 학생을 가르칠 때부터 패션전공자가 패션투자자, 패션감각으로 만화가, 게임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직업군과 산업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전공하면 달인이 된다는 수직적 관념보다는 비전공분야에서도 전문가가 되고, 학교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수평적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패션 커리큘럼은 전통적이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패션이라는 전공은 기본으로 배우되 다른 것들도 흡수해야 나간다면 전공 이외에 나아갈 수 있는 방향도 많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인식시켜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수님들도 학생들에게 중압감이나 책임감을 버려야 한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10%일 뿐 나머지는 학생 스스로 배우고 찾아야 하는 만큼 느긋하게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다.”
 
대전과학기술대학교 남기선 교수
“하나는 전문대에는 전문교육이 2년째 진행되고 있다. 8학점 이수로 교육부에서 인정받고 있다. 320시간 근무를 8학점으로 인정받고 있다. 7주는 공부하고 나머지는 필드 스터디로 나가고 있다.
장점은 학생들이 먼저 필드 스터디를 하면서 업체에서 적성이 맞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다. 적성이 맞으면 바로 취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대학을 취업률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패션전공 졸업자가 취업해서 4대 보험에 가입했을 경우만 취업률로 인정한다. 취업률이 높아야 학교가 살아남을 수 있다. 때문에 지방 전문대학은 패션학과들이 많이 없어졌다. 업계에서 4대 보험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일하고 월급을 받지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학과가 없어지는 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계명대 이준화 교수
“우리나라도 이탈리아 베네통이 파프리카브랜드 연구소를 운영했듯이 우리나라도 이러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미 해외의 패션분야에서는 IT 전문가들을 영입해 활용하는 노력이 정착화됐다. 파프리카연구소의 구성은 패션디자이너 50%, 시각전공, 산디디자인, 인문전공자들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내고 옷을 디자인한다. 이런 과정에서 의류 이외에 다양한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역시 패션에서 부족한 부분은 타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채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융합디자이너 육성이 필요한 이유다.”

출처 : TIN뉴스